배추 값 폭등, 김치가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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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값 폭등, 김치가 사라지고 있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0.0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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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ㆍ학교급식ㆍ식당 등 김치 구경하기 '하늘의 별따기'
봉사단체 매년 해오던 김장봉사 차질 빚어 '연탄봉사로 대체해야 하나' 고민
이상기온ㆍ잦은 호우로 입식 늦고 작황 부진… 김장철 되도 크게 내리지


올 초부터 계속된 이상기온과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이어진 호우로 파종과 수확 시기가 늦춰져 배추와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밥상에서 김치를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가정에서는 한포기에 1만원이 훌쩍 넘는 배추를 사다 김치를 담기에는 부담이 커 열무와 무김치로 대체하려하지만 무 역시 수요가 높아지면서 가격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가격이 오른 배추김치 대신 깍두기를 내놓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무까지 가격 동참세에 오르고 시중에 유통되는 채소 대부분의 원산지가 강원도 고랭지이기 때문에 날씨에 타격을 받은 것은 배추와 무 모두 마찬가지다.

주부 임 모(43)씨는 "걱정 없이 당연시 생각하며 먹던 김치를 못 먹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몇 포기라도 사다 먹고 싶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내고 있다"며 한숨짓는다.

배추 김치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는 학교급식과 구내식당도 다를 바 없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전 모(40)씨는 "무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급식에 깍두기만 나온다며 투덜대 난감하다"며 지난해 담근 김장김치가 조금 밖에 남지 않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회사 구내 식당을 찾은 최 모(42)씨는 "식당에서 배추김치가 사라진지 오래"라며 "그나마 열무김치라도 먹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5일 기준) 축협하나로클럽에서 거래되는 무, 배추 등 채소가격은 배추 한포기 1만원, 무 1개 4700원, 대파 한단 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강형모 야채팀장은 "배추 가격이 올라 고객들의 원성이 자자해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판매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3분 1로 줄었다"며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배추농가에서 늦게 입식을 하다 보니 김장철이 되도 크게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기시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주문수(56) 씨는 "1만원 이하로 배추를 판매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배추 값이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전혀 찾지를 않아 배추를 들여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대체식품인 열무나 얼갈이 배추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배추 값이 오르면서 걱정과 한숨이 늘고 있는 곳이 또 있다. 해마다 김장봉사로 주위를 따뜻하게 했던 봉사단체들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추 값에 올 김장봉사 계획은 엄두조차 못 내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해 오던 김장봉사를 그만두게 되면 김치를 기다리고 있을 소외된 이웃들이 걱정되지만 지난해 보다 몇 배나 뛴 배추 값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 5일, 독거노인들을 위한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를 계획했던 바르게살기협의회에서는 직접 배추를 재배해 김장봉사를 해왔지만 덜 자란 배추로 인해 행사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또 다른 단체에서는 별다른 대책을 세울 수 없게 되자 김장봉사 대신 연탄 나눠주기 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해 갈산농협의 지원을 받아 2000포기 김장김치를 담가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전달한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홍성지구협의회에서는 무섭게 오른 배추 값에 걱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대한적십자봉사회 홍성지회 박양자 회장은 "올해는 배추 값이 비싸 많이는 못할 것 같다"며 "매년 해오던 것이라 안할 수도 없고 3~5포기 정도라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될 것 같다"며 한숨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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