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은 멋을 자주 대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찮은 일이지만 그 작은 일 하나하나에 보람을 느끼고 만족을 한다면 그것은 멋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며,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족하며 자유로운 생활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멋을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우리 신체에서 멋을 느끼는 부위는 조금씩 다르다. 손이 느끼는 멋은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할 때에 왼쪽손이 오른손의 멋을 알아 줄 테고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은 많은 자연의 풍광과 경치 등 많은 것들이 있겠지만 내가 본 아름다움 중에는 초저녁 일찍 곤한 잠결에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 깨어보니 클래식 연주그룹 ‘본드’의 공연실황 중 조명과 음악과의 조합은 황홀하기 그지없어 밤새 잠 못 이룬 적이 있었다.
머리가 느끼는 멋으로는 2년 전 북한에 억류되었던 미국 여기자 두 명을 위해 북으로 달려가 북당국자와 담판을 짓고 여기자 두 명을 앞세우고 전용기에 올라서서 손을 흔들며 떠나던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뒷모습에서 보았던 멋진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
우리 주위에는 사물 모두가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으며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 많다. 단지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그럼 나의 멋은 무엇일까? (매사에 감동하며 사는 것이 멋일진데) 나는 잘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생김새도 멋이 없고……. 내일은 오서산에 올라가 한 여름엔 그 뻣뻣했던 억새 잎도, 이젠 추억이 되어 하얀 솜사탕같이 나부끼는 억새꽃에게 물어 봐야겠다.
아마도 ‘살아있다는 이 자체가 아름다운 것’ 아니겠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