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유출 사고 이후 수산물 값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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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유출 사고 이후 수산물 값 급등
  • 이범석 기자
  • 승인 2007.12.18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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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등 서해어민은 피눈물, 대도시는 가격 들썩

태안 앞바다에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7일째인 지난 13일, 태안을 비롯한 홍성, 서산 등 서해안 지역의 어촌계에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홍성, 보령 등의 경우 아직 기름이 눈에 보이기도 전에 막바지 김장철을 맞아 한창 굴 채취 작업을 준비하려던 어민들에게 굴이나 바지락 등의 수산물에 대해 매입을 취소하는 도매상들의 전화가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서해안 일대의 바지락, 굴, 전복 등 전국 어패류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서해안 지역의 수산물이 사상최악의 원유유출사고에서 도매상의 매입거부로 이어지면서 이일대 어민들은 통탄의 한숨을 짓고 있다.

사시사철 제철을 맞아 어산물을 채취하던 어부들의‘물질’소리와 흥얼거리며 굴 껍질 까는 아낙들의 소리, 흥겨운 만선의 기쁨의 찬 뱃 노랫소리는 이제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이들을 대신해 악취와 기름 떼를 상대로 사투를 벌이는 주민 및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9천여명에 이르는 봉사자들의 한숨만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다.

지난 13일,‘이제 다 끝났다’는 어민들의 한탄은 곧 현실이 되고 있다.
기름 떼는 태안군 소원면, 원북면, 이원면, 근흥면 등 4개 면의 어장 2,108ha를 포함 굴·바지락·전복·해삼 등의 양식장 273곳 3,752ha(태안군 전체 양식장의 63%)와 서산시 112개소 1,071ha에 피해를 입히고 곧 국내 최대 양식지인 가로림만과 안면도까지 집어삼길 태세다. 짧게는 2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전국 생산량의 전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태안의 어패류 등 서해안의 대표적인 생산품인 꽃게, 대하, 쭈꾸미 등은 곧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천리포 해수욕장에서 한 횟집 관계자는 “7일째 물도 갈아주지 못한 수족관을 손으로 가리키며“고기를 사 가겠다는 사람은 고사하고 먹겠다는 사람조차 없다”며 먹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팔 수도 없는 고기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키조개와 굴을 정리하며 “죽은 건 버리고, 산거라도 골라내야 한다”는 그는 “태안에서 나오는 고기, 조개를 먹어도 괜찮다는 말이 나오려면 몇 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울먹였다.

실제 태안반도 최대의 수산물 집산지인 신진항 수협 위판장 등 태안만 부근 수협 위판장에서는 수산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하루 6번씩 이뤄지던 경매도 일주일째 중단된 상태다.
서산 수협 안흥 판매사업소는 “기름이 들어오면서 고기로 가득 찼던 위판장이 썰렁해졌다”며 “한창 때인 태안만 부근의 굴, 바지락 공급은 완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 등 대도시에서 수산물을 취급하는 상인들에 따르면 원유유출사고를 접하면서 노량진과 가락동 수산물 시장에서는 태안·서산·홍성 등의 간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에 따르면 현재 대도시에서 거래되는 서해안 수산물의 경우 굴은 1.2㎏ 당 9,000원에서 12,000원 정도로 2~3,000원 정도 가격이 상승했으며 서해안 양식장에서 생산하는 바지락·모시조개·굴·전복 등의 공급이 끊기면서 경매가도 전체적으로 10~20%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서해안의 바지락을 전체물량 4,300톤의 70%를 취급하고 있는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바지락 가격은 2배가량 올라 칼국수 등에 들어가는 겉 바지락의 경우 지난 10일 현재 1㎏당 평균 경매가격은 1,735원으로 9일의 728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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