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42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뜻밖의 역사 뜻밖의 역사 “나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보다 한국땅에 묻히기를 소망한다”고 말하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있다면 그는 뼛속깊이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다.저명한 역사학자이자 소문난 인권운동가였던 미국인 호머 헐버르 박사는 구한말 이 땅에 있다가 한국을 사랑하게 된 그 어떤 서양인 못지않게 한국을 사랑했고 소원대로 이 땅에 묻혔다. 그가 쓴 ‘한국사’에는 이런 놀라운 사실이 기록돼 있다. 임지왜란을 일으켜 7년간이나 조선 백성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잡아가고,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던 풍신수길을 죽인 것은 명나라 사람 심유경의 환약이고, 심유경과 풍신수실을 연결시켜 준 사람은 한 조선 소년이었다는 것이다. 그 소년은 일본이 조선을 침략했던 1592년에 동래에서 일본군의 노예로 붙잡혔다가 대마도로 끌려간 ‘양부하’라는 소년이다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9-06 09:15 시대의 등불 시대의 등불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갈수록 커져가는 모양새다. 무역으로 근근히 지탱해 나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고래싸움에 끼인 새우꼴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태풍이나 해일, 또는 대형 산불이나 지진 따위의 자연재난으로부터 용케도 벗어났다고 해서, 지금을 위난의 시대가 아니라고 강변할 사람이 있을까? 재난은 때를 가리지 않는다. 유사 이래 우리나라가 외국의 침략을 받은 것이 일천번에 가까웠다. 그 많은 국난을 극복한 분들은 누구누구 였으며, 그 중에도 가장 출중한 재상은 누구였던가! 세종대왕 시절의 명재상 황희 정승을 떠올리는 분도 있겠고, 고구려의 을지문덕, 고려의 강감찬, 조선의 이순신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으리라.그러나 일인지하 만인지상, 즉 영의정 또는 국상이라고 한정지워 따져 본다면, 위의 세 분들은 해당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8-03 09:35 추사(秋史)의 진면목 추사(秋史)의 진면목 유홍준 교수가 최근에 펴낸 단행본 ‘추사 김정희’는 여러모로 흥미진진했다. 그가 10여년 전에 쓴 ‘완당평전’에는 실려있지 않은 추사의 글씨들이 새롭게 소개된 것도 굉장한 볼거리였지만, 72년의 긴 삶을 추적하며 추사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변모해갔는지를 알 수 있게 한 점이 특히나 마음에 와 닿았다.1786년, 정조 10년에 태어난 추사는 삼한 갑족의 후예라 할만큼 뼈대있는 집안 출신이다.경주 김씨 신라 왕족의 피가 흐르는 그의 집안은 고조부 김흥경은 영의정을 지낸 바 있고, 증조부 김한신은 영조대왕의 둘째 딸 화순옹주와 혼인해 월성위에 봉해졌으며 부친 김노경도 평안감사 판서벼슬에 올랐다. 추사 자신은 북학파 박제가의 제자에, 다산을 전승했던 학자요, 중국 청나라 고증학과 금석학의 태두였던 옹방강에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6-28 09:16 잘 되고 말고요! 잘 되고 말고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하는 편이 옳겠다. 너무나도 떨린 나머지 오른 손은 심장이 요동치는 왼쪽 가슴에, 왼손은 좌석의 팔걸이에 살며시 걸쳐놓은 채, 나는 숨을 고르며 차창 밖을 내다본다. 양양에서 출발한 이 열차가 함경남도 안변까지 간다고 했으니 동해북부 선 열차가 틀림없고, 방금 전에 고성의 해금강을 지나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헌데, 빈 좌석 하나 없는 열차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혹시 유령열차? 그럴 리가! 유령의 집, 유령버스, 유령선 얘기는 들었어도 유령열차 얘기는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8-05-17 09:23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가안다.’ 미세먼지에 감기에 혼쭐이 났다가 주사 한 방 맞은 덕분에 몸이 가벼워지니 콧노래가 절로 난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드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우리나라가 6.25 사변의 홍역에서 채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에 나온 유행가이다. 1950-60년대 초까지의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힘들었다. 봄철이 되면 우선 양식이 떨어져 삼시세끼는커녕 두끼 먹기도 힘들어 나물 천지인 죽으로 연명하고 물배를 채우며 굶기를 밥먹듯이 했다.그 어려운 시절에 집집마다 자식은 또 왜 그리 많이 낳았던지, 입 하나 덜 자고 머슴애들은 도회지 공장으로, 부자집 일꾼으로 보내고 딸들은 도시의 잘 사는 집 식모로, 버스 여차장으로, 공장의 공순이로 내보내야만 했고, 학교 갈 나이가 지났어도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4-05 09:48 ‘평창’이 안겨준 선물 ‘평창’이 안겨준 선물 평창동계 올림픽의 의의나 성공여부는 시간이 말해 줄 것이다.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은 청소년 시절에는 야구다 농구다 축구다 하여, 친구나 애인과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다가도, 인생 3학년이 넘어서면, 낚시나 바둑이나 당구, 골프 따위에 빠지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스포츠 경기 관람과는 서서히 멀어져간다.필자 역시 대한민국의 지극히 평범한 보통사람이기에 가끔,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스포츠 경기나, 한 일 국가대표팀 축구시합 따위의 중계방송이나 더러 보거나, 그나마도 끝까지 지켜보지 못하고 경기 결과나 알아보는 정도이다. 하물며 아는 것이라고는 어린 시절에 얼음이 꽝꽝 언 무논에서 썰매나 타고, 나무에 철사나 무쇠날을 박은 스케이트 좀 지친 것 외에는 한 것이 없기에 겨울 스포츠에 대해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3-02 09:51 겨울이야기 겨울이야기 극작가 이강백 씨의 작품 중에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것 같소?’라는 유쾌한 가작이 있다.기후가 사람의 성정은 물론이려니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은 경우도 허다했다는 사실을 역사는 말해준다. 영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 유럽을 쥐락펴락했던 절대자 나폴레옹을 몰락의 길로 내몬 것은 러시아 군이 나폴레옹 군대보다 강해서가 아니었다. 나폴레옹군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동장군이었다. 요즘 따라 날씨가 갑자가 추워졌다 슬그머니 풀리기를 되풀이 하니 일상의 평범한 일에 대해서조차 신경이 쓰여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혹독한 겨울 추위, 습기가 가실 길 없이 계속되는 장마, 발걸음만 살짝 디뎌도 먼지가 뽀얗게 일어날 정도로 가뭄이 지속될 때, 멀쩡한 정신을 지니고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8-01-25 09:10 허균과 ‘홍길동전’ 허균과 ‘홍길동전’ ‘홍길동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문소설로 알려졌다. 또한 ‘딱지본소설’ 혹은 ‘방각본소설’ 로 불리는 고대소설이 출현하도록 이끈 소설로 평가된다. 그러나 더욱 더 중요한 사실은 이 작품에 교산 허균의 꿈이 서려있고 그 꿈은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새롭게 읽히며 우리에게 시대고를 뛰어넘고 비리와 비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극복할 용기를 불러일으킨다는 데 있다.“길동이 점점 자라 팔세 되매 총명이 과인하야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지라….”위에 인용한 ‘홍길동전’ 서두는 길동이가 곧 허균 자신임을 암시한다. 그가 보기 드물게 비상한 인물이었음은 이익이 지은 ‘성호사설’에도 실려 있을 정도다.“…기억력이 슬기로운 이로서 근세에 허균을 최고라 하니….”허균 자신은 강릉의 정기를 타고난 인물로 율곡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12-21 09:00 길 위의 길 길 위의 길 한가위도 지나고 날씨는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른데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만산홍엽이니, 없는 여유를 만들어서라도 길 떠나기 딱 좋은 요즈음이다.가을걷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촌을 생각하면, 좋게 말해서 한량이요 심하게 말하자면 건달과 다를 바 없는 차림으로 어딘가로 떠난다는 게 면구스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먼 길에서 바삐 돌아오는 이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듯이 당일치기 여행일망정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에게도 사정이야 없겠는가? 무슨 말 같지 않은 말을 하는 거요? 하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점을 생각해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7-12-08 10:42 맹종죽 숲속에서 맹종죽 숲속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나면서 기도하는 마음이 되어보기는 실로 오랜만이었다.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수업의 일환으로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어서 였을까?그 일요일의 날씨처럼 깨끗하고 유쾌한 마음 속에 ‘기도’라는 단어가 자리했던 불가사의는 결국 그날 오후에서야 해명이 되었다. 아침 9시에 출발한 우리의 행선지는 전북 고창. 그날 따라 서해안 고속도로 어딘가에서 신하대 무리들이 창밖으로 휙 휙 지나갔다. 차를 모는 학생을 즐겁게 해주려다 보니, 이런 저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신하대가 있으니 신하의 상대 개념인 왕의 대나무 즉, 왕대도 있고 더운 지방에서 주로 자라는 맹종죽이라는 것도 있다. 일명 죽순죽 또는 일본죽이라 불리는 맹종죽은 나도 이름만 들었지 본 적은 없다.”초겨울 상쾌한 공기를 머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11-29 17:33 초가을 나들이 초가을 나들이 요즈음 초가을 날씨는 참으로 맑고 따뜻하고 아름다워서 어딘가에 고스란히 간직해두고 싶을 정도이다. 풀숲을 지나노라면 초목들이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채여도 무엇이 그리 좋은지 키득키득 웃고 명랑하게 떠들어댄다. 오곡이 통통 소리를 내며 탐스럽게 익어가는 들판은 또 어떤가? 풍년이 분명하니 좋은 일 좀 하자며 곡식들이 수런수런 논의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들려온다.아니, 김 씨네 감나무가 그 소리를 들었는지 담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게 아녀? 틀림읎다니께! 암튼, 이 좋은 날씨에 무엇을 한들 흥겹지 않으며 보람되지 않을 것인가?하지만, 쌍가마 속에도 근심이 있다고, 이 좋은 계절에도 세상 어딘가에는 남모를 시름에 젖어 사는 이들도 있을 터이고, 한참 놀고 싶은 나이에 계절이 바뀌는지 날씨가 어찌 돼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9-23 09:05 1945 1945 지난 7월 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막이 올라 30일에 막을 내린 연극 ‘1945’는 그 혹심했던 찜통더위도 아랑곳 않고 찾아 준 관객들로 연일 만원사례를 기록하며 한국 연극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작품 속에 대체 어떤 놀라운 얘기가 담겨 있기에 그악했던 폭염조차도 꼬리를 내리게 만들었는가? 작가 배삼식의 의도를 잘 살린 연출자의 공도 있겠고 극의 주인공 명숙과 미즈코역을 맡은 배우를 비롯한 모든 배우들의 호연도 그 공연을 성공시키는데 일조를 했을 것이다.그러나 TV드라마, 극영화, 연극 등 모든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째 요인은 극본 자체이다. 극본이 좋지 않고는 결코 흥행에 성공 할 수가 없다.극은 어둠속에서 누군가가 허기를 달래려고 떡을 허겁지겁 먹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조명이 밝아지면 명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8-20 08:48 대왕께서 아신다면 대왕께서 아신다면 말을 생각 없이 하거나 발음에 무신경한 사람을 보면 ‘대왕세종’에서 세종대왕 역을 맡아 열연했던 김상경 군이 떠오르며 마음이 착잡해진다. 2007년 5월 20일 쯤이었을 것이다. “스승의 날 찾아뵙지도 못 하고 죄송합니다. 다음주 쯤 시간 괜찮으시면 홍성에 한 번 내려가겠습니다.”그렇게 해서 우리는 엣날 홍성역에서 만났고, 만나기가 무섭게 다시 돌아가려는 그를 나는 반강제로 붙잡았다. 그는 그때 영화 ‘화려한 휴가’ 홍보차 전국을 도느라 눈 코 뜰새 없이 바빴던가 보다. 아무튼 우리는 광시 한우타운을 거쳐 예당저수지까지 가게 되었고… 그해 10월7일 워커힐에서 갖게 될 혼례식 주례를 서기로 하는 한편, 나는 다짐 아닌 다짐을 받아 뒀다.“불멸의 이순신의 주인공 역을 거절했다고? 세상에! 게다가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7-21 10:20 딥 러닝의 마술 딥 러닝의 마술 2045년 경이면 인간은 영원히 죽지 않을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거나 잘못되면 인조인간(AI)의 노예로 전락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조인간에 의해 멸절될 수도 있다는 말은 이제 호사가들의 한담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됐다.MIT 출신의 컴퓨터 전문가 레이 커즈와일 (Ray Kurzweil)은 2045년 무렵을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시기, 즉 ‘특이점 (singularity)’으로 보고 있다.헨리 마크램(Henry Markram)은 2009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인간의 뇌를 만드는 일은 불가능하지 않으며 우리는 이 일을 10년 안에 해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고, 2023년까지 인간의 뇌 전체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복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레이 커즈와일도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6-23 10:40 충청도식 유머 충청도식 유머 연잎 밥 정식이 다소 비싸기로서니 예까지 와서 안 먹고 갈 수야 있나? 불린 찹쌀에 밤 대추를 넣어 연 잎으로 싸서 쪄낸 연잎 밥은 반찬 없이 밥만 먹어도 찰지고 맛나다. 게다가 칠장주 라는 이름의 전통주까지 한 잔 곁들인다. 캬! 진시황의 영화가 이 위에 더 하랴?바람조차 잔풍하고 하늘도 때를 맞춰 우리가 가는 곳마다 맑고 따사로운 기운이 넘쳐 난다. 아! 여기가 국보 제 9호 백제 5층 석탑이 서있는 정림사지인가? 깔끔하게 잘 정돈 된 드넓은 옛 절터를 둘러보노라니 마음 한 켠에 스산한 바람이 분다. 여러 해 전, 어느 늦가을에 황룡사 절터에서도 누렇게 이울어가는 잔디 위에 서서 넘어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뭔지 모를 쓸쓸함을 맛보았는데, 이제, 이 화창한 봄날에 또다시 우수에 젖을 줄이야! 참으로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3-30 15:58 군중과 권력 군중과 권력 행자: 남자친구가 모레 군대에 입대하는데요, 거기를 가봐야 될까요, 교수님 수업을 들을까요?교수: (웃으며) 행자야! 왜 사니?행자: ...예?(행자는 팔에 안고있던 책과 공책을 고쳐 안으며 수수께끼라라도 풀려는 듯한 표정으로 이교수를 바라다본다. 짧은 사이.)교수: 나 같으면, 당연히... 그렇지!... 당연히 남자친구 입대하는델 가보겠는데? (사이.) 그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니?행자: 감사합니다, 교수님! (금세 미소가 번지며 얼굴빛이 환해진다.)지금도 그런 질문을 받느나면, 나는 똑같이 말해 줄 것이다. 왜냐면 질문 속에 이미 해답이 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게 희망봉 | 이원기 칼럼위원 | 2017-03-02 11:30 말본새 말본새 “공부만 하다가 모처럼 모내기 하려니께 워뗘? 힘들지?” 써레질 하다말고 새참 먹으러 나오며 형구에게 한마디 건네는 춘길형의 말투는 듣는이에게 힘을 주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허리 부러지는줄 알았슈! 아구구구!” 형구도 즈이 아버지 저리가랄 정도로 능청스럽게 말을 받으며 겸연쩍은지 즈이 아버지 쪽을 흘깃 바라본다. “원기! 말 잘하는 소진장 아는감?” 바쁜 농사철에 이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더구나 초등학교 근처도 안가본 양반이 웬일로 2000여 년 전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대 유세객 소진.장의를 들먹이지?“어여 밥이나 자셔!”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6-11-14 14:59 가을이 말하되 가을이 말하되 “밥값 했네” 한창 놀기 바쁜 어린 시절, 바쁜 일손을 거들고 밥상 앞에 앉을라치면 일꾼으로 온 옆집 아저씨가 벌쭉 웃으시며 던지는 말이다. 소년은 자신이 대견하게 느껴지면서도 수줍어 고개를 숙인다. 때마침 햇감자 넣고 얼큰하게 끓인 고등어찌개를 날라오던 건너편 집 아무개 어머니도 활짝 웃으며 “애썼다. 많이 먹어!”하시며 맞장구를 치신다. 소년은 가슴이 벅차오르며 마냥 행복했다.어느덧 가을이다. 집 뒤 산자락에 벌겋게 번 밤도 다 쏟아져 다람쥐에게 다 뺏기기 전에 털어야지, 털 때를 놓쳐 저절로 쏟아지는 대추도 털어야지, 아차!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6-09-27 11:25 ‘인품’을 ‘거듭’ 생각한다 ‘인품’을 ‘거듭’ 생각한다 요 며칠 불볕 더위가 엄청났다. 너나없이 지칠 대로 지치고 정말로 팍 늙어버리는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마른장마의 불쾌한 공기가 대기를 무겁게 찍어눌러 숨쉬기조차 힘겹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대자연의 변화불측한 심통이야 느긋한 마음으로 그러려니 여기면 그만이다. 우중충한 마음은 물론, 누굴누굴했던 옷가지며 습기 가득 찬 공기마저 뽀송뽀송하게 말려줄 청량한 가을이 곧 올테니까. 하지만 사람은 사람이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 양반네들의 조잡, 치졸, 저질 언행을 언론으로 대하노라면, 우리들조차 뭔가를 잘못한게 아닐까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6-07-28 11:26 봄에 쓰는 인생론 봄에 쓰는 인생론 봄을 유난히 타는 사람들이 있다. 호르몬 관계인지, 체질 때문인지, 대자연의 섭리가 만들어내는 환경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봄을 타는 증상도 가지가지다.식욕에 왕성해지는 것은 평범한 증상이요, 그 반대로 입맛이 통 없다거나 밤잠을 못 이루는 따위도 크게 탓할 병통은 못된다. 터놓고 밝히기가 심히 부끄러운 여러 증상을 일일이 거론치 못하겠으나,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성인들은 다들 아실 터이니 넘어가기로 하겠다. “쯧쯧! 헛나이 먹었지!” 그래서 마음을 다스려볼 양으로 명나라 원요범(袁了凡)의 ‘음질록’을 펼쳐든다. 임진왜란 때 이예송 장 희망봉 | 이원기 칼럼·독자위원 | 2016-04-21 12:05 처음처음이전이전123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