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초대형 산불, 역대 2번째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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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초대형 산불, 역대 2번째 규모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3.04.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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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두 달간 전국 산불 228건 발생… 증가세 뚜렷
홍성·대전·서울·제천 등 지난 2일 ‘하루 34건 발생’하기도
최근 10년 평균 대비 2.5배 수준… ‘건조한 기후변화 원인’
4일 오후 4시경 홍성 산불 주불을 모두 잡았다.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기후재난이 덮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기후로 산불이 일상화된 가운데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에서도 대형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대한민국 전역이 산불 위험지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건조한 날씨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산불이 심한 충남의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강수량은 평년 44%에 그치고 있다. 역대 세 번째로 강수량이 적은 건조한 상태다. 

충북은 50.9% 수도권 64.6% 등 다른 지역도 올해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봄 가뭄을 이상기후에 따른 결과로 분석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면 육지 온도도 동반 상승하고, 이로 인해 숲의 습도는 낮아져 산불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1.5도 높아지면 산불기상지수가 8.6% 상승하고 2.0도 오르면 상승 폭이 13.5%로 커진다는 조사 결과(국립산림과학원)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2일 대전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했고, 충남에서는 지난 2002년 청양·예산 일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 이어 역대 2번째 규모의 초대형 산불이 홍성 서부면 일원을 덮쳤다.

홍성 서부면 일원에서는 2일 오전 11시경 산불이 발생, 건조한 날씨에 강풍을 타고 급속히 확산했다. 산림당국은 2시간 20여분 만인 이날 오후 1시 20분을 기해 산불 3단계로 격상 발령했다. 

이에 충남도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장인 김태흠 충남지사는 현장에서 진화를 지휘하며 이날 오후 4시 56분 충남도청 전 직원에게 비상소집을 지시했다. 이후 해가 지자 산림당국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등 3325명의 인력을 투입해 밤샘 진화 작업을 펼쳤으며, 열화상 드론을 활용해 진화 및 산불 확산을 저지했다. 밤샘 진화를 통해 3일 오전 8시 기준 홍성 산불의 진화율은 69%까지 갔지만 산림당국은 산불 발생 53시간 만인 4일 오후 4시를 기해 주불을 모두 잡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시작한 이 불로 주택 34채와 창고 35동 등 시설 71동이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산불영향구역은 1454㏊로 추정된다. 축구장(0.714㏊) 2000개가 넘는 면적이다. 산불영향구역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을 분석한 것으로, 정확한 피해 면적은 완진이 된 후에 다시 조사한다고 산림당국은 설명했다.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에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이후 사흘 동안 헬기 총 55대, 진화차 등 장비 753대, 산불진화대원 1만 3034명이 투입됐다.

충남에서의 1000㏊ 이상 초대형 산불은 2002년 4월 청양·예산에서 발생한 산불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는 청양·예산 산불로 산림 3095㏊가 잿더미로 변했다. 서울에서도 지난 2일 오전 11시 53분경 인왕산에 산불이 발생해 3일까지 축구장 21개 면적에 해당하는 임야 15㏊를 태웠다.

그동안 서울과 대전 등 대도시권에서의 산불은 등산객, 담뱃불 등으로 인한 실화가 종종 있었지만 주민 대피령이 내려질 정도의 큰 불은 거의 없었다. 이례적인 ‘도시 산불’은 봄철 이상 고온, 가뭄 장기화 등 이상기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1960~2020년 기상 관측 자료를 활용해 산불기상지수(FWI)를 분석한 결과, 2000년 이후 1~3월 지역별 FWI는 30~50% 상승했다. 강수량의 변화도 심각한 상황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우리나라 109년 기후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과 과거(1912~1940년)의 결과를 비교한 분석한 결과, 강수량은 135.4㎜ 늘었지만 봄철 산불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겨울 강수량은 9.3㎜ 줄었다. 이에 따라 관련 전문가들은 그간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이 1차적 산림 정책이었다면 앞으로는 산불과 산사태 예방 등 재난재해를 막고, 임업인들의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고도화 정책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화수림대 구축과 임도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산림 중 37%는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림이다. 이중 소나무의 송진에는 ‘테라핀’ 등 정유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굴참나무, 느티나무,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등은 나뭇잎에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내화수목’으로 불린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지난 2일까지 발생한 산불이 418건에 달한다. 지난 20년 중 최다 산불을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324건)과 비교해 29%(94건) 늘었고, 최근 10년 평균(255건) 대비 64%(163건)나 증가했다. 지난 2016년 391건이던 산불 발생건수가 2018년 497건, 2019년 620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산불은 실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다. 2019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무려 6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1860만㏊(헥타르)를 태웠으며, 같은 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6402건으로 10만㏊가량을 태웠다. 지난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도 104만㏊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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