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왜 우리는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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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왜 우리는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할까
  • 최봉순<혜전대 교수, 칼럼위원>
  • 승인 2014.05.0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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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비가 추적추적 대지를 두드리고 온 세상은 노란 리본으로 미래의 청춘들을 위해 따뜻한 기운을 보낸다. 5월은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펼치는 젊은이의 생동감이 느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요즘의 오일장은 보물찾기를 하듯 봄나물을 식탁에 올려 우리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고 눈을 조금만 돌리면 상추가 초록을 뽐내며 쑥쑥 올라오고 있다.
채소가 성큼성큼 자라면 우리는 때 이른 재료들을 모아 밥 위에 올리고 조금만 호사를 누리자면 고기를 양념하여 달달 볶아 함께 넣고 고추장을 곁들여 비벼 먹기 시작한다. 이렇게 밥에 채소, 고기까지 무엇이든지 함께 먹으려는 식습관은 비빔밥을 즐겨 먹게 된 것인데, 특별한 소스인 고추장, 간장, 된장 덕택일 것이다.
비빔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데 항공기 기내식으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비빔밥의 특징은 색이 다양하고 만드는 재료에 따라 색다른 맛을 내는 음식이기 때문에 외국인에게도 찬사를 받는 음식이다.
고추장의 매력은 어떤가?
비빔밥에 고추장을 넣으면 매운맛은 어느덧 사라지고 여러 가지 재료가 각각 두드러지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화합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비빔밥이 각광을 받으면서 새싹비빔밥, 양푼비빔밥, 돌솥비빔밥, 산채비빔밥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지역마다 특산물을 활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어 왔다.
섣달 그믐날 저녁에는 남은 음식은 해를 넘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다. 비빔밥은 함께 밥맛을 공유하는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고 제사상에 올랐던 채소를 밥 위에 얹어 탕국과 함께 이웃들에게 밤참으로 나누어 함께 음복하기도 한다.
비빔밥은 밥에 나물·고기·고명 등을 넣어 참기름과 양념으로 비빈 밥을 말한다.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보기 좋은 대접에 담고 그 위에 미리 만들어 둔 여러 가지 나물·고기·달걀 등을 모양 있게 색을 맞추어 얹어 먹을 때에 비벼서 먹는다. 나박김치와 장국을 곁들이면 좋다. 나물은 계절에 맞추어 고르는데 되도록 색채와 영양소의 배합이 좋도록 한다.
‘음식디미방’은 조리법이 상세하고 정확하게 서술한 조리서이다. 저자인 안동 장씨는 정경부인의 반열에 올랐던 인물로 한문에 능했음에도 자신의 실제 조리법을 한글로 기록해 놓았다.
‘음식디미방’은 이전의 남자들이 쓴 조리서와는 다르게 새로운 시도로 보여진다. ‘음식디미방’에 등장하는 채소류는 모두 26종으로 파, 생강, 마늘, 외, 동아, 무, 가지, 고사리, 박,도라지, 산갓, 승검초, 부추, 나물, 냉이, 숙주, 더덕, 두릅, 미나리, 순채, 쑥, 연근, 토란 등이 기록되어 있다.
비빔밥이 처음으로 언급된 문헌은 1800년대 말엽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인데 이 문헌에는 비빔밥을 부븸밥으로 표기하고 있다.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던 비빔밥을 골동반이라 한다. 골동반의 汨은 어지러울 골자이며 董은 비빔밥 동자인데 汨董이란 여러 가지 물건을 한데 섞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골동반이란 이미 지어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전국의 5대 비빔밥으로 평양비빔밥, 해주비빔밥,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통영비빔밥을 들 수 있다.
비빔밥은 여럿이 먹지만 같은 맛을 먹는 공동체를 의식하는 뜻이기도 하다. 한 상에서 가운데 놓인 찌개나 전골, 비빔밥을 각자 숟가락을 넣어 먹는 것은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반대 이론을 내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침이 묻은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 타인의 바이러스를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우리는 ‘먹는 입’을 일컫는 식구(食口)라는 말을 좋아하기 때문에 입맛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집단적이고 통일성을 추구하는 비빔밥을 즐겨 먹는 것이 아닐까?
한국음식의 멋은 이와 같이 함께 먹는 이의 마음이 들어있는 무형의 아름다움이 있다.
자연과 가까이 있고 음식의 맛과 멋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하려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들어있는 생명력이 있는 보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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