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와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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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와 감자
  • 조남민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5.07.0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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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夏至)는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이다. 해마다 6월 22일의 전후가 되며, 이날의 낮 시간은 대체로 14시간 45분이고 밤 시간은 9시간 15분이다. 낮이 밤보다 무려 5시간 30분이나 길다(동지 날은 이와 정반대로 밤이 낮보다 5시간 30분 더 길다). 24절기는 입춘(立春)을 시작으로 대한(大寒)까지, 1년을 24개의 절(節)과 기(氣)로 나눈 것인데 모두 양력으로 정해진다. 동양은 전통적으로 음력(달)을 이용하여 날짜를 세었지만 농경사회의 필요에 의해 태양의 운동과 일치하는 양력(해)을 이용해 절기를 만들게 되었다.

서양은 7일을 주기로 생활하였고, 중국과 우리나라는 15일을 주기로 삼았는데, 달이 차고 기우는 보름간의 기간이 우리 동양의 정서와 생활에 편리했기 때문이었다. 1년을 24절기로 나누고 4계절을 절기에 대입하다보니 계절마다 6개의 절기가 생겨나고 한 달에는 2개의 절기가 배정되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절기는 중국 주나라 때에 만들어졌다고 하며, 중국 화북지방의 날씨를 표본으로 하였기에 우리나라와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봄을 상징하는 입춘의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2℃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는 일 년 중 가장 땅의 기운이 왕성한 때다. 모든 것에 거침없이 없으며, 무덥고 무성한 때다. 인생으로 따지면 ‘피 끓는 청춘’에 해당하는 시절이다. 이때를 전후하여 음력 5월 5일의 단오 날이 형성되는데 단오는 일 년 중 가장 양의 기운이 왕성하다고 여겨지는 날이기에, 단오에서 하지에 이르는 시기는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가장 큰 힘과 기운이 실리는 기간이다.

이때, 땅의 힘찬 기운을 오래 품다가 땅 위로 나오는 힘세고 귀한 작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감자’다. 하지 때 캔다고 하여 ‘하지감자’라고도 불리는 이 여름감자에 대해 어느 동양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일 년 중 땅의 기운이 가장 충만한 시절에 수확되는 하지감자는 인간에게 주어진 최고의 자연선물임에 틀림없고 건강보조제나 가공된 정력제보다 월등한 효과가 있으며 심지어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있다”고. 아무려면 어떠랴. 값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한 감자를 먹는 것만으로도 일정한 생기를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 감자는 비타민C를 사과보다 두 배 이상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북유럽에서는 오렌지 대신 감자로써 비타민을 섭취하고 있으며 감자를 ‘땅속의 사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자의 주성분은 전분이며 단백질과 지방의 함유량이 적은 상태로 에너지를 창출하기에 다이어트에도 최적화 되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감자가 가진 철분은 같은 양의 쌀밥보다 월등히 많기에, 빈혈환자에게도 매우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또한 나트륨 배출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등 인간에게 매우 유익한 작용을 하고 있는 기특한 작물이기도 하다. 돌아오는 장날, 입맛이 있건 없건 간에, 시장 할머니들에게 하지감자 한 박스씩 사서 건강을 지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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