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 가득 핀 거북이 마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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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가득 핀 거북이 마을의 봄
  • 이병헌<여행전문기자>
  • 승인 2016.03.1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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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못과 수선화.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무엇보다도 봄이 가져다주는 선물을 만나게 된다. 추운 계절을 지나고 나면 여기 저기 꽃소식이 들리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꽃을 찾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피어나는 복수초와 변산바람꽃이 지나면 각종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우리들이 사는 지역에도 아름다운 봄꽃을 볼 수 있으니 바로 구항면 거북이 마을의 수선화이다.

홍성에서 안면도 쪽으로 가다가 구항면을 지나 찾아가는 거북이 마을. 전통체험관이 먼저 방문객을 맞아주고 잠시 안쪽으로 가면 마을의 모습이 보이고 입구부터 봄꽃이 진하게 피어나 다가온다. 목련, 매화꽃, 산수유 꽃, 복숭아꽃 등 길을 따라 피어나 나그네를 반겨주고 잠시 마을로 올라가면 노란 수선화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홍성군 구항면 내현리에 위치한 거북이마을.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머리를 안쪽으로 향하고 있어 내현이라 불렀는데, 요즘은 거북이마을로 불리는 것 같다. 입구에는 재 너머 사래 긴 밭가는 숲길 안내지도가 있는데 마을 걷기 길로 이어지고 있었다. 논을 지나 언덕 위에 예쁜 벽화를 그린 집이 보인다. 멀리서 카메라로 담았을 때 마을회관이 아닐까 생각하고 가 보면 화장실이다. 길가에 수선화가 가득 피어있다. 노란색깔이 참 아름답게 다가온다.

거북이 마을은 아홉 가지의 보물을 덮고 있다는 보개산이 마을 위에 있고 오백년 된 느티나무와 담양 전씨 3은(야은, 뇌은, 경은)을 모신 사당인 구산사와 전통가옥이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사당인 구산사는 1858년에 선비 이운명과 김우근이 유림에 청액소를 올려 건립했다. 그 이후에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철폐됐다가 다시 복원해 매년 음력 10월 1일에 제향하고 있다.

좌측에 정자가 있었는데 쉬어가기에 좋을 것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위로 올라가니 보살바위를 만났다. 마을에서 자식이 없어 걱정하던 사람이 보살바위에서 정성껏 기도하고 아들을 얻었다고 한다. 그 뒤에 자식이 없는 사람들이 찾아와 정성껏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바위라고 한다. 바로 뒤에 작은 연못이 있고 정자가 하나있는데 그 앞에 수 천 수 만송이의 수선화가 피어나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바람에 흔들릴 때 마치 노란 물결이 일렁이는 것과 같다. 이곳은 사진을 담기에 좋은 곳으로 알려져 수선화가 피어날 때면 이곳을 담기 위해서 많은 사진작가들이 몰려온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는 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황홀해 하다 죽은 그리스신화의 나르키소스 전설이 유래가 되고 있는데 꽃말은 ‘자기 사랑, 자존심, 고결, 신비’ 등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라고 정호승 시인은 그의 시 ‘수선화에게’에서 수선화를 말하고 있다. 봄을 입으면서 피어나는 수선화를 보노라면 누구나 시인이 돼서 수선화를 노래할 수 있다. 수선화는 꽃 핀 모습이 보기에 좋아 화단에 심어 꽃을 보기도 하지만 수선화의 생즙을 갈아 부스럼을 치료하고, 꽃은 향유를 만들어 풍을 제거하기도 하고 비늘줄기는 거담이나 백일해 등 약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거북이마을 언덕에는 구산사가 있다. 삼은으로 알려진 귀생, 조생, 녹생, 삼형제의 절의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은 곳이다. 다시 구산사에서 내려와 마을을 따라서 걸었다. 잠시 위로 올라가니 남구만의 옛 가옥과 시비가 나타난다. 약전초당인데 이곳에서 남구만이 머물렀다. 남구만의 본관은 의령이고 호는 약천 자는 운로이다. 그는 거북이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 남식, 아버지 남일성, 숙부 남이성 모두 홍성군 내현리에 살았다. 숙종 때 영의정을 지내고 모든 벼슬에서 물러나 이 마을로 낙향했다.

남구만이 말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전원생활의 풍류를 즐기며 쓴 작품이 ‘권농가’인데 주제는 농가의 부지런한 생활로 밝아오는 아침과 하늘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를 통해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가르침이 작품 전반에 잘 나타나 있다.
요즘은 이곳으로 문학기행을 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의 시비에 나타난 작품도 감상하고 그의 삶과 생애에 대해서도 그리고 그의 문학세계도 살펴보면서 살펴보는 것도 참 좋다. 다음의 남구만의 ‘권농가’이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떼 지어 달려드는 수선화들의 아름다움이 참 기분 좋게 다가온다. 마을을 나오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마무리 할 수 있다. 햇빛 따뜻하게 내리는 날 수선화를 만나서 노란 웃음을 지어보고 남구만의 시조를 읽으면서 문학의 향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 여행팁
거북이 마을은 일년 내 언제가도 좋지만 수선화가 곱게 피어나는 봄(4월)이 제일 좋다.
수선화의 개화여부는 전화로 알아보면 된다.
이곳은 마을민박을 운영하기도 하고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판매를 하니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구입할 수 있다.

□ 거북이마을     
주소 : 충청남도 홍성군 구항면 거북로 422-23(구항면 내현리 270번지)
전화번호 : 041-631-0402
홈페이지 : http://geobuki.go2vil.org/
 
□ 가는길
홍성 → 안면도방향 → 구항면(홍성방면 29번 국도) → 은하, 결성방향 2km지점에서 좌회전 → 광천, 내현방향으로 1.5km - 내현리 거북이마을

□ 주변 관광지  
홍성군 구항면 황곡리에는 홍성민속테마박물관(http://cafe.naver.com/hongsungtheme/)이 있는데 민속을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어 우리의 것을 많이 배우고 알 수 있다. 이곳의 내용은 전화(041-632-4660)로 확인할 수 있다. 거북이마을에서 홍성IC쪽으로 가면 홍성군 갈산면 백야로546번길에 김좌진장군 생가지와 기념관(041-634-6952)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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