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의 생각, 농업농촌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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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농부의 생각, 농업농촌에 스며들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6.05.19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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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창의적인 생각이 창조농업이끈다 <1>
- 홍성군 장곡면 도산2리 <젊은 협업농장>
▲ 젊은 협업농장의 조합원들이 쌈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젊은협업농장 제공)

홍성군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인구의 21.8%(2014년 기준)를 넘어서며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 이와 함께 농촌의 고령화로 인해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현실 속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농업농촌에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 창출로 연계해 나가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미래 성장산업인 창조농업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조합원
안전한 먹거리 유기농 쌈채소로 고소득 창출
지역 농가와 네트워크 형성… 지속적인 교류


고령화와 이농현상으로 농촌이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농사를 진로로 결정한 젊은이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 있다. 파릇파릇한 쌈 채소가 하루가 다르게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홍성군 장곡면 도산 2리에 위치한 젊은협업농장이다. 협업농장은 단순히 농사를 짓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교육과 농업을 동시에 이루는 곳으로 농업에 매력을 느껴 농사를 짓고 싶지만 자본과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농부가 되기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젊은 사람들이 농업을 할 수 있는 농장을 만들어보고자 뜻을 세워 설립하게 된 것이다. 2011년 풀무학교 교사 출신인 정민철 대표가 그의 제자 2명과 함께 비닐하우스 1동을 빌려 친환경적인 유기농 쌈 채소를 재배하며 시작됐다.

▲ 농촌 체험나온 도시학교 학생들.

쌈 채소를 재배하게 된 것은 마을 주민들과의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작물로 하우스에서 1년내내 생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 임응철 이사의 도움 속에 100만원을 투자해 하우스 1동으로 시작했다. 임 이사는 지난 2005년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홍성이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고 오누이권역단위 종합정비사업 위원장으로서 부자농촌 만들기 선도, 청년 창업농에게 대가없이 농지를 임대하는 등 젊은 농촌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다. 협업농장의 토지는 재단이나 개인 토지주에게 임대하고 조합원 출자금을 통해 시설과 기계를 구입하며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수익을 나누는 협동조합 구조이다. 첫 조합원 수는 16명으로 실질적으로 농사를 짓고 일하는 사람은 3명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퇴비와 유기농 자재를 사용해 안전한 먹거리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점차 규모가 커졌다. 현재 2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42명의 조합원이 모여 1400여평의 규모에 8동의 하우스에서 쌈 채소를 재배하며 고소득을 창출하고 있다. 여기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유정란, 방울토마토, 통밀빵 등을 하나로 모아서 ‘꾸러미’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쌈 채소의 70%는 홍성유기영농조합과 로컬푸드 매장으로, 30%는 도시 식당 등으로 직거래 되고 있다. 직거래를 더 많이 늘린다면 고소득 창출을 기대할 수 있지만 지역농가와의 소통과 연계, 즉 네트워크 형성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겠다는 청년들의 생각이자 의지다. 또한 귀농을 위해 찾아오는 도시 청년들에게 인턴쉽 제도를 운영한다. 단, 기본 3개월간 시범교육을 실시한 후 1년 동안 농장에서 함께 일하고 어느 정도 농촌정착과 농사에 필요한 방법을 배운 사람들에 한해 수익을 분배한다. 1년이 지난 청년들에게는 한 가지 작물이 아닌 다양한 작물재배법과 지역민과의 소통을 이룰 수 있도록 또 다른 농장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인해 현재 주변 지역 행복농장과 옥계열매농장 등에서 8명의 청년들이 귀농해서 정착해 살아가고 있다.

▲ 마을주민들께 세배하는 젊은 농부들.

청년들의 농촌생활은 단순히 농사일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민과 연결되는 교육을 통해 지역민과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매년 1월 1일에는 어김없이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 세배를 드리고 대화를 나누면서 어르신들과 사귀는 법을 배운다. 이와 함께 도시생활에 길들여져 있던 청년농부들을 위해 홍동 밝맑도서관과 풀무학교에서 지역사, 중국사, 일본어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해 교육을 통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정민철 이사는 “농촌의 고령화와 도시의 청년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청년들이 농촌에 들어오면 농촌에 활력이 생기고 행복해 진다. 하지만 귀농을 원하는 청년들이 단순히 농사짓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에 녹아든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농촌과 농업을 배우고 지역을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될 때 비로소 지역과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농부, 창조농업을 말하다 -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이사

귀농청년, 조기정착 위한 지원 필요하다

 

“도시 청년들이 단순히 이론적인 교육을 통해 귀농을 꿈꾸며 농업에 종사하겠다고 뛰어든다면 100% 정착에 실패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장시간동안 별도의 교육기관을 통해 지식을 습득 합니다. 하지만 농업분야에 대해서 사람들은 너무 쉽게 인식을 합니다.”
귀농을 꿈꾸는 도시 청년들에게 전하는 정민철 이사<사진>의 말이다. 정 이사는 “농촌이 고령화로 인해 흔들릴 위기에 젊은 청년들의 생각이 새롭게 농촌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역민과의 세대차가 너무 많다보니 전통·생활·문화적 차이로 단절되고 만다”며 “농촌이라는 곳은 특유의 전통과 역사, 문화자산이 있다. 그 자산을 단순히 바라보고 누리려만 한다면 절대로 청년들이 지역화 될 수 없어 결국에 농촌을 떠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젊은협업농장에서 교육과정이 끝나고 정착하게 되면 3년간 초기정착에 대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지자체에서 귀농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지원해 줘야 할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귀농청년들을 노동력으로 보지 말고 교육생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국비 지원을 해주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농업에 종사하기위해 귀농을 결심한 청년들에게 교통비를 비롯해 생활비 등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그들만의 독립된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셰어하우스 등을 통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 협업농장 주요작물 젊은 꾸러미.

귀농청년뿐만 아니라 귀농인들이 가장 주저하고 고충을 겪고 있는 부분이 바로 숙식문제다. 마을 빈집을 활용하고자 해도 임대를 해주지 않거나 집주인이 허락하지 않아 리모델링을 전혀 할 수가 없다보니 숙소 구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는 빈집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은 등기된 농가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정 이사는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셰어 하우스를 추천한다. 셰어하우스는 1인 가구들이 모여 함께 생활하도록 고안된 주거 형태를 이르는 말이다.  정 이사는 “열악한 재정상 지자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충남도, 서울시와 연계해 지원방안을 마련한다면 농촌의 고령화와 도시의 청년일자리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글=이은주 기자/사진=장윤수 기자

<이 취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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