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위한 홍성관광 영어 안내 리플릿, 눈에 띄는 오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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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위한 홍성관광 영어 안내 리플릿, 눈에 띄는 오류들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7.11.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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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통일되지 않고 같은 인물 고유명사조차도 다르게 표기 혼란 야기
군데군데 오류투성이의 영문판 홍성 관광 안내 리플릿. 우리는 모르니까 그냥 넘어갈 수 있어도 외국인에게는 엉터리 문장으로 말미암아 혼란을 줄 수 있다.

조선·고려 등의 시대를 지칭하는 역사 용어 역시 통일 필요해
학계에서 보통 전근대적인 왕조시대는 ‘Dynasty’로 널리 사용
엉터리 영문 책자 외국인들에게 홍성군의 이미지 흐리게 할 뿐

외국인을 위해 홍성군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영문 리플릿이 있다. ‘Hongseong Travel’이라는 제목의 이 리플릿은 가로 58cm, 세로 42cm 크기의 고급 아트지를 여러 겹 접어서 수첩 크기로 줄여 호주머니에 휴대하기 좋도록 돼 있는데, 넓게 펼치면 앞에는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군내 명소와 축제, 역사유적지, 특산물 등을 영문으로 소개하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뒷면은 홍성군의 관광지도(Tourist Map of Hongseong)가 크게 확대된 그림으로서 주요 명소를 영문으로 지명이나 관련된 인물의 이름을 표시해 놓았다.

 

■Kim Jwa-jin, Kim Cha-chin 혼동 표기
영어권 외국인이라면 영문 알파벳으로 적은 한국어 지명과 인명 등의 고유명사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인물 중 같은 사람의 이름이 이 리플릿의 앞뒤에 다르게 표기돼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김좌진 장군인데, 홍성군 관광지도에는 Kim Jwa-jin으로 돼 있지만 반대쪽 역사인물축제(Hongseong Historical Person Festival)를 소개하는 부분에는 Kim Cha-chin으로 표기돼 있다.

General Kim Cha-chin who led Korea to victory in the Battle of Cheongsanni against the Japanese forces.

같은 면에 홍성의 8경 중 하나로 김좌진의 생가를 소개하는 곳에서는 그의 이름이 Kim Jwa-jin으로 나와 있다. Birthplace of General Kim Jwa-jin(김좌진 장군의 생가)으로 제목과 본문의 내용이 일치하고 있으나 역사인물축제를 소개하는 내용에는 Kim Cha-chin으로 표기돼 자칫 서로 다른 인물로 오해할 여지가 있다. 번역을 용역에 맡겨서 했겠지만 마지막 제작과정에서 같은 인물의 이름이 하나의 표기로 일관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살폈어야만 했다.
 

 

조양문이 장난감도 아닌데 영문 리플릿에는 이런 건축물이 어디에 걸려 있다는 뜻으로 영작이 돼 있다.


■조양문이 벽에 걸려 있다고?
역사유적지를 소개하는 내용에도 엉터리 영작이 눈에 띈다.

The eastern gate of Hongjuseong Fortress, Joyangmun Gate was originally hung with a now lost plaque carved with its name written by Prince Regent Heungseon.

이 문장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영작이 돼 있다. “홍주성의 동문인 조양문이 원래 …에 걸려 있었다”로 해석되는데, 이게 말이 되는가. 한글 관광안내 리플릿에 적힌 원어는 “홍주성의 동문으로 … 문액은 대원군이 친필로 하사하였으나 망실되었다”로 돼 있다. 이 문장을 영문판 리플릿에 그대로 직역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로 완전한 형태의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 “대원군이 하사한 문액이 원래 조양문에 걸려 있었다”는 뜻으로 영작한 것 같은데, 이 영문은 도무지 그런 뜻으로 읽히지가 않는다. 문액이 조양문에 걸려 있었던 것이 아니라 ‘조양문이 문액과 함께 …에 걸려 있었다’는 뜻으로 영작이 된 것이다. 어린이가 갖고 놀 수 있는 장난감도 아닌 조양문을 어디에 걸어놓거나 매달아 놓는 게 가능한가?

여기 동사로 사용된 hung은 원형이 hang이다. hang은 ‘걸다, 매달다, 교수형에 처하다’ 등의 뜻을 가진 타동사로서 과거형과 과거분사형이 hung이다. 그런데 be동사+과거분사(hung)로 사용되면서 수동태의 문장이 되었다. 즉 ‘매달리다, 걸리다, 교수형을 당하다’ 등의 뜻이 되는데 주어가 사물일 때 가능한 문장이 바로 수동태이다. 물론 사람이 주어라도 스스로 행동할 수 없는 상태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행동을 당하게 될 때 가능하다. be동사+hung의 수동태에서 주어가 사람이라면 바로 ‘교수형을 당하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Joyangmun Gate was originally hung’은 올바른 수동태 문장이라고 볼 수 없다. 비록 주어가 사물이긴 하지만 조양문이 어디 매달려 있는 모습으로 묘사될 수는 없다. 차라리 ‘a plaque was hung on the Joyangmun Gate’의 형태의 수동태 문장으로 영작이 돼야 원래 의도하는 뜻이 전달될 수 있다. 이 경우 ‘문액이 조양문에 걸려 있었다’가 돼 외국인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기자가 다시 오류를 바로잡아 원래 의도하는 뜻으로 영작을 해보았다.

Joyangmun Gate, the eastern gate of Hongjuseong Fortress, had the plaque carved with its name written by Prince Regent Heungseon when it was constructed, but now it has not the original one that was lost.

“홍주성의 동문인 조양문이 세워졌을 때 흥선 대원군이 친필로 하사한 문액이 있었으나 지금은 분실되고 없다.”

최고의 완벽한 영작이라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외국인이 이해할 수 있는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 기자는 조양문에 문액이 걸려 있다는 뜻의 be동사+hung을 쓰는 대신 소유격 have를 사용했다. 너무 한글 직역투에 매달리다 보면 영문판 홍성 리플릿에서 지적한 문장처럼 엉터리 영어가 돼 버릴 수 있다.



■왕조시대는 ‘Dynasty’로 통일 해야
또 조선·고려 등의 시대를 지칭하는 역사 용어도 통일돼 있지 않다. 광천새우젓축제를 설명하는 내용에는 Joseon Dynasty(조선시대), 용봉사와 용봉산 마애여래입상을 소개하는 글에는 Goryeo Period(고려시대)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도 Dynasty나 Period나 둘 중 한 용어로 통일해야 한다. 보통 전근대적인 왕조시대를 의미하는 Dynasty를 학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어 이 용어로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기자가 언젠가 서울 명동 지하철역에서 중국인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을 역사학자라고 소개하며 명·청시대를 전공한다고 했다. 영어가 짧은 기자는 그가 ‘Ming Dynasty, Ching Dynasty’라고 하기에 얼른 알아들었다. 그러므로 우리도 Joseon Dynasty(조선시대), Goryeo Dynasty(고려시대)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축제 이름과 대물 콤플렉스
지역의 축제를 소개하는 글에서도 통일된 명칭이 필요하다. 홍성군에서 열리는 축제 중의 하나로 소개하는 홍성남당항대하축제에서는 ‘Hongseong Namdang Port Jumbo Shrimp Festival’로 표기돼 있고, 특산물 소개란에서는 ‘Namdanghang King Prawn’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한 장의 리플릿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같은 축제를 소개하고 있으니 외국인들이 혼동하기 좋다. 너무 직역투로 많은 단어를 조합하는 것보다 ‘Namdang Shrimp Festival’로 간단하게 표기하면 외우기도 쉽고 오래 기억에 남을 수도 있다. 큰 새우라는 뜻으로 우리는 ‘대하’라고 쓰는데 ‘Jumbo Shrimp’, 혹은 ‘King Prawn’으로 굳이 직역해서 축제의 공식 영문명칭으로 써야만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난히 큰 대(大)자를 좋아하는 것은 우리 국민성인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대물 콤플렉스’라는 것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며 크게 과시하려는 습성이 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아무리 길고 웅장한 다리도 그냥 다리(Bridge)라고 하는데 우리는 웬만한 다리는 온통 대교(大橋)로 이름 짓는다. 영국의 런던 브릿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골든게이트 브릿지는 잘 알려져 있는 큰 다리지만 결코 그레이트 브릿지(Great Bridge)라고 형용사를 하나 더 삽입해 부르지는 않는다.

‘런던 그레이트 브릿지’라고 하지 않고 ‘런던 브릿지’라고 하니 짧고 간단해서 우리 같은 외국인도 쉽게 와닿고 오래 인상이 남아 기억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남당항대하축제’라고 하더라도 외국인을 위해서는 ‘Namdang Shrimp Festival’로 간단하게 표기하는 것이 좋겠다. 지난 가을 홍성역사인물축제 개막식 때도 주무대 위에 그냥 ‘Hero Festival’이라고 LED 등으로 새겨 표시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도 영문판 홍성 안내 리플릿에는 ‘Hongseong Historical Person Festival’로 나와 있어 기자가 외국인이라고 해도 오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제대로 된 영작과 철저한 감수 필요
국제화시대에 홍성군을 찾는 외국인도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홍성군의 관광명소를 소개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영문 리플릿과 책자다. 엉터리 영문 책자는 외국인들을 혼란하게 할 뿐만 아니라 홍성에 대한 이미지조차 흐리게 할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영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번역을 맡기고 나온 결과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철저한 감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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