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새마을호, 추억 속으로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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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선 새마을호, 추억 속으로 사라져
  • 한기원 기자
  • 승인 2018.05.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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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ITX 새마을 열차 운행 중
지난달 30일 마지막 운행을 마친 새마을호. 사진=코레일 페이스북

장항선 새마을호가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운행을 종료하고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통일호는 KTX의 개통과 함께 전국에서 동시에 운행을 멈추었지만, 새마을호는 장항선에서만 2년 가까이 운행을 이어갔다. 장항선의 시작은 천안에서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관광철도였다. 1922년 ‘충남선’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이래 점점 노선을 늘려나간 장항선은 1930년 장항역까지의 노선(142.7km)이 개통되면서 완성됐다. 이후 충남의 곡량을 일본으로 수출하고, 보령의 석탄과 장항의 금을 캐는 역할을 해 왔다. 장항에서 군산 사이의 연락선을 타려는 사람들로 장항 역시 북새통을 이뤘다.

다른 노선들과 달리 주요 구간들을 지나지 않았던 탓일까. 광복 이후 경부선과 호남선이 많은 물류량으로 인해 복선화되고, 중앙선이 산업적 중요성을 가지며 전철화되는 동안에도 장항선은 개량되거나 복선화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일부 구간의 굴곡이 펴지고 아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1호선 전철이 들어오는 변화를 거쳤지만 대다수의 구간이 일제강점기 선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변화도 생겨났다. 2008년 군산과 장항을 잇는 금강철교가 개통하면서 장항선은 군산~익산을 잇는 군산선과 합쳐졌고, 충남 대신 전라북도 익산을 종점(154.4km)으로 하는 우회노선이 됐다. 장항선 역시 선로 개량과 전철화 작업을 통해 구불구불했던 선로가 펴지고, 외나무다리인 선로도 복선화되고 있다. 홍성역을 비롯해 도고온천역, 대천역 등이 이로 인해 자리를 옮겼고 몇몇 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장항선에 새마을호가 투입되기 시작한 것은 1991년부터다. 경부선, 호남선, 동해남부선과 중앙선에 이은 다섯 번째 새마을호 개통이었다. 아산과 삽교, 홍성, 대천 등 충남 서부권을 한달음에 잇는데다가 장항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면 군산으로 갈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고 빠른 장항선 새마을호 열차를 이용했다.

2010년대 이후 새마을호의 노후문제가 심각해졌다. 디젤로만 운행하는 PP동차(DHC 동차)를 2013년 1월 폐지하고, 이어 전기로 운행하는 ITX-새마을 열차가 등장하며 남아있는 새마을호 객차도 2014년과 2015년 사이 서서히 폐차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장항선만큼은 ITX-새마을 열차가 운행할 수 있는 전철선이 없어 디젤기관차가 이끄는 새마을호 객차가 계속 달려야 했다. 또한 KTX로 인해 위상이 낮아지면서 시·군의 중심지 역에만 정차하는 새마을호가 한때 통근열차만 정차하는 군산 임피역 같은 간이역에 정차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에 마지막 기적을 울리고 장항선에서도 새마을호 열차가 종적을 감췄다. 5월부터 장항선에는 객차 형태로 리모델링된 ITX-새마을 열차가 상·하행 각각 5회씩 운행을 한다. 전동차 형태로 운행 중인 기존 ITX 새마을 열차와는 다르게 장항선에서는 기관차가 견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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