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마을회관에서는 팥죽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오랜만에 할아버지들도 옹기종기 모여 팥죽 한 그릇을 나눠 먹습니다. 강영순 할머니가 팥 2kg를 가져오시고 신명분 할머니가 커다란 보온밥통에 팥죽을 쑵니다. 바닥에 털퍼덕 앉아 가끔 주걱으로 뒤적거립니다. 잘 익은 열무김치 한 접시만 있으면 팥죽 한 그릇 뚝딱입니다. 밥상을 치우고 다른 새로운 할머니들이 ‘나도 쓰겠다’며 종이를 꺼내듭니다. 자식 자랑을 하는 할머니들 얼굴이 싱글벙글입니다.
고추 다섯 푸대
지난주에 딸과 사위가 와서 고추를 땄다. 이번에는 2푸대를 땄다. 딴 고추는 잘 씻어서 방앗간에 널어놨다가 건조기에 말렸다. 11일에는 큰 딸과 둘째 딸이 사위와 함께 고추 따고 약을 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고추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고추 따느라 되어질 뻔 했다. 이번까지 다 따면 다섯 푸대는 나올 것 같다.
우리 마을회관
대천리 마을회관은 노인회장을 비롯해 삼십명 정도 된다. 회관에 올 때 자가용을 밀고 오는 분들은 여덟 명 정도 된다. 회관에 오면 윷놀이도 하고 참 재미있는 생활로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장수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아들
우리 집은 큰 아들과 같이 산다. 우리 아들은 효자다. 엄마 아빠가 일하면 힘든다고 회사에서 퇴근하면 와서 같이 일하고 식전에도 일을 하고 출근한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 아들만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다.
장가 안 간 둘째 아들
올해 여든한 살이 됐다. 아들 딸 6남매를 뒀는데 둘째 아들이 장가를 안 갔다. 우리 손녀딸이 월급 타서 할머니에게 겁나게 잘한다. 옷도 사주고 이빨도 해주고 용돈도 준다. 그런데 아들 하나가 장가를 안 가 잠이 안 온다. 남들 다 가는 장가 왜 안 가는지 모르겠다. 아들 장가가면 주려고 아파트도 사놨다. 우리 아들 늙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 집 자랑
결혼을 한 지 65년이 됐다. 남편 김상경과의 사이에 아들 2명과 딸 2명, 4남매를 낳았다. 아무 저기 없이 애들도 잘 있고 그거밖에 행복한 게 읎다. 그리고 우리 동네 대천 경로당 할머니들 23명이 모여 재미있고 자랑스럽고 얼매나 행복한 지 모른다.
일러스트=김옥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