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퍼붓던 지난 27일, 마을회관이 썰렁합니다. 오후가 되어서야 할머니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28일에는 한글공부가 있는 날이라 회관이 할머니들로 바글거립니다. “쓸 얘기가 있어야지”하며 슬쩍 빼시면서도 비 오고 나니 들깨가 이만큼이나 컸다고 말씀하십니다. 냉큼 그 말씀을 주워 담습니다. 그런게 뭐 기사거리가 되냐고 하시지만 그게 다 기사가 되고 글이 되어 읽는 이에게 생활의 기쁨을 알려줍니다. 어머니~다음에는 더 많이 많이 얘기해주시고 서툴러도 또박또박 써주세요.
반가운 비
비가 오니 죽었던 작물이 다 솟아난다. 그동안 가물어 흐둘거렸던 고추도 웃이 올라오면서 고추순이 다시 나와 꽃이 피었다. 이제 풋고추가 주렁주렁 열릴 것이다. 들깨 모종을 심고 여태 가물어 크지 못했는데 비가 오고 나니 요만했던 들깨가 한 뼘 이상 자랐다. 비가 오니 좋다.
우리 시누이
스무 살에 시집오니 할아버지 내외, 시어머니 내외, 우리 내외, 시동생, 시누이가 5명이다. 이웃에 사촌 시누이가 5명 있었다. 두 집 시누이가 10명이다. 매일 한 집에 모여 노는데 싸움도 안 하고 다정하게 논다. 막내 시누이가 백 일도 안 되었다. 너무 예뻐서 버선에 수를 놓아 신기고, 앞차기에도 수를 놓아 주었다. 그 시누이가 지금 일흔한 살이다. 지금은 안성에 산다. 10명 시누이가 다 시집가서 세상 뜬 놈도 있고 잘 사는 놈도 있다. 친정 부모도 없는데 친정 오는 모습이 참 고맙다. 올케가 친정어머니 같다고 한다. 고맙고 예쁜 시누이들이다.
일러스트=김옥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