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2막을 멋지게 시작하기 위한 졸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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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막을 멋지게 시작하기 위한 졸업여행
  • 조승만 칼럼위원
  • 승인 2017.02.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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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수필 <1> 북유럽 연수를 마치고
▲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공직을 마무리하는 연수기회를 갖게 돼 러시아 등 5개국을 탐방하는 북유럽 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연수는 내 나름의 생각으로 일명 ‘졸업여행’이라고 칭했다. 졸업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마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갖겠지만 학생이 학교를 졸업하듯 공무원도 직장에서 퇴직을 해 사회에 초년생으로 새로운 생활에 접하는 것은 어찌 보면 유사한 점도 있는 것 같다. 공직에서 졸업은 마지막, 이제는 끝이라는 개념도 있겠지만, 은퇴 후 인생은 이제 부터 새로운 출발이라는 생각도 가질 것이다.

인생의 2막을 멋지게 장식하기 위해 40년 공직이라는 바람 같은 세월 속에 문득 문득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와락 내 가슴에 달려들 때면 광야의 모퉁이에서 영욕의 뿔을 달고 갈 곳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는 한 마리의 꽃사슴처럼 지나 온 세월에 긴 목을 두리 번 거리기도 했다.

망각의 세월을 따라 여럿의 일행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비켜 지나갈 때 우리는 각자 군중 속에 고독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가며 다시는 돌아 볼 수 없는 곳을 향해 떠났을지도 모른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가 외쳤던 것처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세상 속에서 허무와 낭만을 찾아 바람 같은 시간을 그토록 아둥 바둥 하며 살아 왔을까? 약관 스무 살에 공직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졸업이라는 비행기를 타고 촛불처럼 남은 시간을 향해 성큼 성큼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 졸업여행을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일행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우리 졸업생들 치고는 10명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공무원 초임시절의 젊은 기분과 가장 멋진 모습으로 떠나는 순간 모두가 기쁜 표정이다. 멀고도 먼 미지의 길을 향해 설래임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은 갑자기 어릴 적 소풍가는 모습은 아닐는지, 동심이 엄습해 온다. 이렇게 젊은 모습의 우리를 누가 퇴직 공무원이라고 말하겠는가?  

1차 방문지인 러시아로 가는 길은 서해바다와 중국의 상공을 통해 여덟 시간 반 정도 비행해 가는데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노어 노문학을 전공하고 직장에 십여 년 간 다니다가 그만두고 못다 한 공부에 뜻이 있어 굳은 결심으로 노르웨이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러 간다는 아가씨가 옆에 타서 이런 저런 얘기로 말벗을 해주어 지루한 줄을 몰랐다. 여행의 즐거움만큼이나 금방 시간이 지나가서 언제 도착했는지 비행기가 곧 러시아 공항에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들려왔다.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세계에서 국토면적이 가장 큰 나라, 인구 1억5000만 명의 러시아의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하니 우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광활한 공항 내에 수많은 한국의 유명 전자제품인 LG, 삼성 TV 모니터와 공항 앞 택시 승강장에 도열한 현대 자동차 소나타 택시들이 우리의 고국 대한민국에서 오시느라고 얼마나 수고하셨습니까? 라고 하는 듯이 우리를 반긴다.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인가?

감히 공산주의 나라 러시아에서 조그마한 동방의 나라 대한민국의 컴퓨터와 자동차들이 국가의 원수나 귀빈들에게 의장대 사열을 하듯이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는 수많은 컴퓨터와 소나타 택시들을 인상 깊게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기상과 희망을 엿보는 계기를 갖는 것이 나만의 뿌듯한 느낌이었을까!

모스크바는 시가지가 깨끗했고 건물과 광고 간판은 단조롭고 도로변에는 제초작업을 수시로 하는지 풀이 별로 없었다. 밤에는 시가지에 걸어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초저녁인데도 거리는 어두운 편이어서 서울의 명동이나 미국 뉴욕, 일본의 도쿄처럼 휘황찬란한 활기찬 도시의 모습은 아니었으므로 공산주의 나라라 그런가? 자유가 없어서 그런가? 하는 느낌도 한편은 받았지만, 그러나 모스코바 도시는 북유럽과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지저분한 현수막 같은 것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볼 수가 없었고 우리나라의 광고물의 무질서함과는 대조적이었다. 모스코바에서는 위를 보고 아래를 보라고 했는데 거리의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도 바닥에는 대리석을 깔아 놓았기에 미끄러우므로 뛰지 말라고 했다.

모스코바는 인구 2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4만5000불의 소득으로 러시아의 70%의 경제적인 부가 모스코바에 집중됐다고 한다. 모스코바는 유럽에서 벤츠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도 하는데 시가지는 45% 정도가 녹지공간으로 잘 조성돼 있으며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5년 전 까지만 해도 러시아인들은 단독주택은 허용되지 않고 국가가 100% 지급하는 아파트에서 거주했다고 하나 지금은 소유권이 인정돼 유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공산사회주의국가인 러시아도 자본주의가 깊숙이 전파됐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었다. 

러시아에서 자동차 회사 선호도를 보면 독일의 폭스바겐이 1위지만, 현대 기아차가 2위라고 하며, 판매 순위에서도 러시아 자동차가 1위이고, 현대자동차의 엑센트와 기아차 리오가 2, 3위를 차지할 정도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대한민국의 위상에 대해 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자제품도 20년 전 까지만 해도 일본제품이 판을 쳤지만 삼성, 엘지가 3분의 2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모스코바 시내를 돌아보면서 모스코바의 붉은 광장에 있는 크레믈린 궁은 15세기에 건축됐고 현재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곳으로서 대통령이 궁내에서 집무를 보면 러시아 국기가 꽂혀 있고 출타 중이면 국기를 내린다고 하는데 푸틴 대통령은 소치 동계 올리픽을 계기로 국민들로 부터 70%의 지지율을 얻었고, 현재는 85%를 지지율을 얻고 있으며 러시아는 석유가스자원이 풍부해 에너지 확보차원에서 대한민국과 러시아와 더욱 더 원만한 외교관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가이드는 강조했다.

▲ 러시아 생페테 부르크의 운하 선상에서. 건물과 주변이 아주 깨끗하다.

 
러시아 생 페테르부르크에서
생트 페테르부르크는 유럽과 가장 근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제정 러시아 최초 황제인 굿드르 대제는 서구화를 외치며 유럽의 문명을 받아 들여 러시아에서 가장 서구화에 앞장 선 도시라고 하는데 제정 러시아 시절에는 이곳이 국가 수도였다고 한다.

어찌 보면 생 페테르부르크는 모스코바 보다 더 자유롭고 개방된 도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북위 60도에 위치해 위도가 높아 대부분 러시아인들은 한 겨울에는 영하 40도의 추운 곳에서 거주해 그런지 표정이 불친절하고 무뚝뚝하게 굳어 있었으며 길거리에서 만나는 러시아인들을 보면 원래 피부색이 그런지는 몰라도 술을 많이 마신 사람들처럼 얼굴이 불그스레했는데 이는 추위를 이기려고 보드카 등을 많이 마셔서 알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중요한 요소는 약 다섯 가지로 요약되는데 그중 첫째는 여행 중 함께하는 길 동무가 좋아야 하고, 잠자리가 좋아야 하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좋아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사실 그렇다. 혼자 떠나는 여행도 묘미가 있겠지만 여행을 하는 중에 중요한 것은 말 상대를 해주는 좋은 길동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중에 하나 더 곁들인다면 가이드를 잘 만나야 한다고 한다. 여행지 모두가 낯설고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가는 곳인데 가이드를 잘못 만나면 여행을 망치기 때문이다.

우리 노래가사에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라는 말이 있는데 공직자의 해외연수도 젊은 시절에 이 나라 저 나라 많이 다녔으면 한다. 퇴직공무원에게 오랜 기간 동안 공직에서 수고했다는 격려의 표시로 시행하는 졸업연수도 좋지만, 젊은 공무원들에게 배낭여행 등 해외연수를 확대 실시해 우리보다 앞서는 선진 문물을 익히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무원들에게 고정관념에서 변화된 사고를 깃들게 해 이를 국민 행복을 위한 행정에 반영하고 주민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근속년수 제한 없이 기회가 되면 해외연수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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