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를 향해 걸어가는가? 인생길은 짧고도 긴 여행길 이라고도 했던가? 공직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지나 온 삶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으며 황금 같은 졸업여행은 내게 무엇을 남겼는가?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저 세상에 갈 때까지 사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며 인생을 보람 있게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려고 저마다 하루하루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과연 나는 무슨 흔적을 남겼는가? 여행길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를 무겁게 짓누른다.
노르웨이의 오슬로 항구에서 해질 무렵에 덴마크로 향하는 밤배를 타고 15시간 정도 밤새 이동하니 덴마크의 코펜하겐 항구에 이튿날 오전 아홉시 반경에 도착했다. 우리가 타고 가는 배는 크기가 3만 5천 톤 급으로 높이가 11개 층으로 설계되어 있었으며 쇼핑 점과 식당, 술 마시는 곳도 엄청나게 크고 숙소는 대부분 아래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숙소로 사용되는 공간이 여러 개 층을 차지했다.
저녁을 먹고 배의 갑판에 올라가 일행들과 이리저리 두리 번 거리며 사진도 찍고 노르웨이 해변의 저녁놀을 바라보다가 갑판의 한적한 공간에 앉아서 일행들과 담소를 하며 비릿한 바다 향을 안주삼아 와인과 럼주를 정겹게 나눈 후에 배안의 시설들을 여기 저기 둘러보기도 했는데 배의 내부 시설이 너무 크고 웅장해서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9층의 나이트클럽 이라고 적혀진 홀을 가보니 우리처럼 여행객의 일원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들은 춤을 추기도 하고 술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면서 목적지로 아침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한 밤배는 여행객들에게 무료한 시간을 달래주고 있었다.
우리도 외국인들과 같이 그들과 함께 어울려서 어깨동무도 하고 코리아 코리아를 외치며 막춤으로 실컷 흔들면서 맥주를 나눠 마시기도 했으며 대한민국에서 온 말춤 실력을 선보이기도 했는데 수많은 외국인들은 코리아 원더풀 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말해 주기도 했다. 나이트클럽 안에는 대부분이 외국인들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에서 온 다른 일행들도 있어서 외국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만나니 더욱 반갑고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몇 시간을 배안의 나이트클럽에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금방 친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날따라 비가 오고 바다에서 이동하는 동안은 풍랑이 쉬임없이 일어서 거대한 배는 육중한 파도에 쿵쿵 부딪치는 소리와 심한 흔들림에 불안하기도 했으며 밤새 잠들지 못했다.
노르웨이에서 덴마크로 가는 배와 동일한 크기의 배로서 3만5천 톤급이다. 덴마크는 입헌군주제로서 왕이 있고 총리가 있으며 대부분의 인구가 기독교를 믿는 국가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이곳으로 성지순례 등 해외여행을 자주 온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이 빈번히 눈에 띄기도 했다.
덴마크는 1년 365일 중 햇빛을 자주는 구경할 수 없는 나라라고 하는데 우리가 도착한 날은 푸른 초원은 빛이 가득했고 창공은 구름 한 점 없이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고 날씨가 좋았으며 하늘도 우리를 좋은 손님으로 반갑게 맞이하는 듯했다. 그러나 덴마크에서는 소매치기를 항상 조심하라는 가이드 말이 자주 귀에 들려온다. 가방은 항상 앞으로 매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그만큼 원정 온 소매치기들이 많다는 것이며 소매치기 방법도 여러 부류라고 하는데 어떤 소매치기는 2인 1조로 경찰관 제복을 입고 경찰관 증까지 위조하여 소매치기를 하는데 자신이 경찰관이라고 위조한 경찰관 신분증을 보여주며 여행객에게 패스포드(여권)을 달라고 하기도 한단다. 이때 여행객이 당황하는 사이에 다른 한 사람은 소매치기를 한다고 하니 대부분 그럴 듯이 속아서 돈을 털린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경우 해외여행 시는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고 조심을 해야 소매치기를 안 당할 것으로 보며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노르웨이와 비슷하게 인구 550만 명 정도가 된다고 하는데 덴마크 사람들은 성격이 느긋하여 마음이 여유롭고 또한 자전거의 나라라고 한다. 지나치는 도로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어 있어서 자전거 행렬이 장관을 이루었고 시민들은 대부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후보자가 당선되면 국가에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자전거를 한 대씩 지급한다고 하는데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하여 근검절약을 앞장서 실천한다고 하니 이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덴마크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1/2 정도 되고 인구는 1/10 정도 된다고 하며 덴마크에는 한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250명 정도 거주하는데 약 100명 정도는 현지인과 결혼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150명은 학생이나 외교관 또는 파견된 기업직원이라고 한다. 코펜하겐시는 부촌이라고 하며 덴마크에서는 우리나라에 6.25 당시 유엔군에 편입되어 전투병 파병은 하지 않고 병원선을 지원했다고 한다.
덴마크에서는 스웨덴과 같이 인도와 차도, 자전거 도로가 잘 설치되어 있어서 부자인 나라이면서도 검소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자전거 도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우리나라의 도로와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인들끼리는 매년 2번씩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만난다고 하는데 정기 모임 시에는 부채춤과 김치 담그기, 태권도 등을 통하여 한국문화를 덴마크에 전파하려 노력한다고 한다.
우리는 프레드릭 성의 정원과 인어공주 동상이 설치된 곳을 방문했는데 덴마크 출신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 공주』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덴마크인들은 인어공주의 주인공인 가련하고 청순한 인어 공주를 기리기 위해 1913년 코펜하겐 항구에 작은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코펜하겐의 바닷가에 설치된 13살 인어공주는 설치한지가 103년이 넘었는데 덴마크에서 명물 중의 명물이라고 한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곳에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으로는 유명관광지라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어공주라는 동화로 널리 알려지게 되어 이를 이용한 아이디어가 참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어공주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필자도 인어공주를 찍는데 많은 시간을 기다리다가 겨우 한 컷을 찍었다.
덴마크와 뉴질랜드는 2016년에 세계 투명성과 부패인식 지수조사에서 100점 만점에90점을 차지하며, 176개 조사 대상 국가들 중 뉴질랜드와 공동으로 정부 청결도가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라고 하며 세계부패지수가 52위인 우리나라는 비교가 안 될 정도 이므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는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공무원들이 더 이상 부패하지 않게끔 제도적으로 그 틀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 법)을 제정하고 지난 해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이법의 여파로 일부에서는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도 있고, 망국의 지름길인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법은 진작에 만들었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도 있는 것 같은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앞으로는 청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발전을 하리라고 보며 공직자들이 국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면 반드시 보장을 받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금품과 향응으로 인하여 얼룩지는 인사행정은 물론 각종 민원행정, 개발행정 등 여러 가지 행정추진에서 어느 특정인이 커다란 혜택을 받고, 어느 사람은 억울한 일이 발생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며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한 참다운 봉사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덴마크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데 덴마크는 특히 밀 재배를 많이 하고 목축업이 발달하여 우리나라가 많은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낙농업 국가이기도 한다는데 거리를 다녀보니 특이한 점은 도로에 주행하는 차들이 거의 대낮에도 라이트를 켜고 다녔으며 이는 교통사고 방지에 효과가 있어 대부분의 북유럽국가에서는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이러한 교통정책을 채택하고 있었다.
북유럽국가들은 복지가 잘 된 만큼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데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은 자기가 번 돈의 68%까지 세금을 내고 덜 내는 사람도 37%까지 세금을 낸다고 하는데 번만큼 세금을 많이 납부하여 그래서 사회복지가 잘된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시민들이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다보니 대학생은 매달 120만원의 용돈을 지급받고, 대학등록금, 수술비는 무료이고, 노르웨이와 같이 공직자들의 정년은 65세가 정년이고 교수, 의사, 목사는 모두 공무원이라고 한다. 또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영주권, 시민권을 얻을 수 없으며 외국인으로 거주할 뿐이란다.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세금은 덜 내려고 꼼수를 쓰고 복지혜택은 많이 받으려고 하니 복지 포플리즘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라고 가이드는 전한다. 덴마크는 물론 대부분의 북유럽국가들은 국민이면 국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잘된 나라로서 참으로 부러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덴마크는 년 평균 온도가 25도 이상은 20일을 넘지 않는 나라로서 추운날씨라고 한다. 그러나 덴마크는 에너지 절약국가로서 오리털 파카와 이불을 두르고 생활을 하며 자동차에는 에어컨이 없다고 한다. 겨울철에는 상당히 춥고 오후 3시경 이면 해가 떨어져 밤이 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