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없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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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없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덴마크’
  • 조승만 칼럼위원
  • 승인 2017.03.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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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 수필 <5>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덴마크 국회의사당 건물. 건물이 아주 단조롭고 깨끗하다.

낙농의 나라 덴마크는 세계에서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 가장 살기 좋은 나라, 그리하여 세계에서 행복지수 1위인 나라라고 하는데 나는 그 이유를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것은 덴마크에는 ‘엔틀로운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기에 나는 관심이 가는 사항이라 얼른 메모장을 들고 적었다. 엔틀로운은 덴마크의 작가 악셀 산드 모스가 1933년에 쓴 소설에 나오는 법칙으로서 소설 속 가상의 마을 ‘엔트’를 다스리는 법칙을 말하는데 덴마크인들은 평등의 근본인 엔틀로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했다고 한다. 이는 유교의 삼강오륜과 유사한 덕목이라고도 하는데 내가 남보다 특별히 잘 났다고 하지마라, 내가 남보다 많이 가졌다고 하지 마라 등등 너무나 좋은 내용이라 소개하고자 한다.

엔틀로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네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믿지 마라. 둘째, 모든 사람이 똑같이 중요하다고 믿어야 한다. 셋째, 네가 다른 사람보다 영리할지는 몰라도 더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넷째, 모든 사람이 너만큼은 잘 한다고 믿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것은 알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섯째, 모든 사람이 너와 동등하다고 믿어야 한다. 일곱째, 모든 사람이 각자 잘하는 것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여덟째, 다른 사람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아홉째,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대접받아야 한다고 믿어야 한다. 열째, 누구한테나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믿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가문에는 가훈이 있듯이 엔틀로운은 아무리 읽어 보아도 참 좋은 문구인 것 같아 자꾸만 눈이 가서 읽어보고 또 읽어 본다. 덴마크 국민들이 이렇게 좋은 덕목으로 생활하다 보니 덴마크가 세계에서 부정부패가 없는 청정한 나라, 가장 살기 좋은 행복한 나라로 선정됐다고는 하나 엔틀로운 법칙을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처럼 지켜 온 근본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세상 사람은 어느 누구라도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 어떠할지라도 마땅히 존중 받을 자격이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 같다.

덴마크는 바람이 많이 불어 풍력 발전기가 37%가 된다고 하며 국민들은 국민소득이 많고 국민에 대한 사회복지가 잘 돼 있어도 양복을 거의 입지 않고 검소하며 근무시간은 9시에 출근해 3시에 퇴근하고 주 37시간을 근무한다고 한다. 덴마크에도 호주의 시드니 항구에 설치한 것과 비슷한 오페라 하우스가 있는데 노아의 방주를 본 떠서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코펜하겐 시는 우리나라 서울시와 자매결연을 맺어 서울시장이 이곳을 방문하고 서로 우의를 다진다고 한다. 덴마크는 1차 대전시에는 중립을 지켰으나 2차 대전시는 독일이 침공해 점령했다고 하며 국가체계는 영국과 비슷하게 왕은 상징적인 존재라고 한다.

국회의사당을 방문했는데 현지 가이드가 말하길 국회의원은 177명인데 임기는 4년 이고 당선 시에는 자전거 한 대 씩을 지급해 검소한 생활을 한다는 것을 강조해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은 국민에 대한 진정한 봉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 지혜와 풍요의 여신이 조각된 게피온 분수대를 방문했다. 코펜하겐에 설치한 게피온의 이 분수대는 유명한 맥주회사인 ‘칼스버그 재단’이 자사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코펜하겐 시에 기증해 당초에는 시청에 설치하려 했으나 이 게피온 분수대에 설치한 것이란다. 이 조각품은 1차 세계대전 중에 1908년 사망한 덴마크 수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조각가 안데르스 분드가르드 라는 사람이 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덴마크 건국 신화에서 나오는 수호 여신인 게피온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걸작이다. ‘게피온은 풍요의 여신’으로 여신의 네 아들이 농사를 짓는 황소가 됐다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동화책 인어공주를 읽고 남모르게 떨어지는 눈물을 훔친 적도 있고 벌거숭이 임금님을 읽고는 낄낄거리며 웃었던 기억도 있다. 나의 공직의 여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세월을 접고 바라보노니 동심의 그 시절은 언제나 동화만큼이나 꿈같이 아름답게 펼쳐지기도 한다.

덴마크 출신으로 아동문학의 아버지인 안데르센은 자신의 동화에 대해 “내 작품은 어린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안데르센의 작품에서 주인공들은 대개 생활이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로서 이들이 역경을 딛고 나아가는 과정이 서정적, 애상적으로 그려지는 것 같다. 여기에는 안데르센이 평생 독신으로 살아오면서도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반영돼 있으며 그의 말처럼 동화라기보다는 낭만주의적 환상문학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 안데르센의 동화 창작은 1870년까지 계속돼 ‘인어공주’, ‘미운오리새끼’, ‘엄지공주’,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은 수많은 명작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됐는데 1875년 그의 장례일에는 덴마크의 온 국민이 상복을 입을 정도였으며 국왕과 왕비도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하니 안데르센이 국민들로부터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전에 책에서 보고 말로만 들어보았던 안데르센 동화의 저자인 안데르센의 동상은 길 건너편의 정원수로 잘 가꾸어진 티볼리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티볼리 공원은 왕가의 정원으로서 세계 최초의 유원지라고 하며 카지노와 공연장이 있어 크리스마스와 할로윈데이 때에만 개방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티볼리 공원은 옆에 지나가면서 눈요기만 했다. 이렇게 졸업여정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귀국하는 과정은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러시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약 4시간 반 정도 지난 후에 모스코바 공항에 도착했는데 모스코바 공항에는 곧 바로 우리나라로 오는 러시아 비행기가 없어서 8시간 반이나 기다렸다가 비로소 대한민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를 수가 있었는데 오랜 시간동안 모스코바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해서 고생이 말도 아니었으며 조금만 신경 써도 짜증이 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귀국 시에 모스코바 공항의 어느 화장실은 물이 흘러 넘쳐 이를 모르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바닥이 물로 흥건해 신발이 다 젖을 정도였고 세면대의 수도꼭지는 언제 고장이 났는지 아주 오래 지난 것 같은데 고치지도 않고 방치된 것 같아서 모스코바 공항의 관리 상태는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불편은 물론 미관을 흐리게 했다.

당초 계획에는 우리가 타는 비행기가 저녁 여덟시 반에 인천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동체에 이상이 발생했다며 연착한다고 공항 대합실 안내방송이 들려오더니 또 다시 그 후로 네 시간을 기다렸다가 자정이 넘은 밤 12시 반경에 러시아 항공의 비행기를 탈 수가 있었는데 출국 시는 8시간 반 정도 걸렸으나 귀국 시에는 인천공항까지 약 10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 것 같았다.

졸업여행 기간 동안 러시아의 깨끗한 시가지, 셍테 뻬테르 부르크의 개방화된 모습,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와 아름다운 산과 들, 높은 국민 소득과 검소한 모습, 핀란드의 맑고 쾌적한 자연환경, 노벨과학상 등을 무려 23회 받은 스웨덴, 넓은 초원의 덴마크, 언제나 반갑게 맞아줄 것 같은 청초한 인어공주 등등 모두 잊을 수가 없지만 언제 다시 그곳에 가 볼까! 이제는 안녕이겠지.

비로소 우리가 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사뿐히 도착하니 탑승객들 모두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지르며 아! 무사히 도착했구나 하는 사이, 차창을 바라보니 비록 한낮이지만 언제 켜졌는지 일제히 도열한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의 유도등이 반짝이며 나를 반긴다.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기약 없는 내일

우리는 누구인가
너는 어디를 바라보고
나는 무엇을 향해 가는가
 
뒹굴고 넘어지고
웃고 눈물 훔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
 
한 잔의 술에
비추어진 그림자

희미한 추억을 토해내며
노을에 서성이는 풍경을
흰 도화지에 그려보는
텅 빈 가슴
 
종착역은 어둠을 마시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건강백세시대, 미리 미리 내일을 준비하는 멋진 삶을 위하여!

이제 꿈만 같았던 공직의 여정은 모두 끝난 것이다. 지나 온 공직의 뒤안길을 되돌아 보니 잠시도 한눈 팔 사이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때로는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기도 하고 상처도 입은 적도 있지만 그때는 아무런 힘이 없어 일어나지도 못하고 달리지도 못하고 홀로 마시는 쓰디 쓴 술잔과 한숨으로 시간을 달랜 적도 부지기수였다.

천성이 게을러서 어릴 적 혼나기도 많이 했던 나는 게으르지 않으려고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며 무엇이든 늘 연구하면서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생각으로 책을 벗 삼아 주경야독, 그 누가 보아주지도 않고 알아주지도 않는 들꽃으로 피고 싶었고, 때로는 나비가 돼 훨훨 자유를 찾아 한 줄의 시를 읊으며 나만의 낭만을 갈구하면서 깨끗하고 올바른 공직관을 지향하던 40년이라는 긴 세월이 아주 짧은 여행을 다녀 온 것처럼 눈 깜박 할 사이에 금방 지나간 것이다.

공직의 여러 선배님들이 기약 없는 내일을 바라보며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렇듯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간 후에는 아마 현재의 새내기 공무원들도 언젠가는 나와 같은 졸업이라는 이 시간이 찾아오겠지! 시간이 빠르다는 것, 그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번 시간여행을 하면서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텅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었다. 이제 뒤늦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시간은 덧없이 흘렀다는 것이며 정말 소중하고도 또 소중함을 다시 느낀다.  정보화의 발달로 인해 생활은 편리해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자꾸만 삭막해지는 우리사회에 대화 소통이 부족하므로 서로 대화와 소통으로 공감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진정 성공하는 공직자는 훈장을 많이 받고 운 좋게 표창장을 많이 받는 공직자가 아니라, 공직에 정려하면서도 시간 시간을 즐기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소중함과 동료의 소중함, 서로가 바빠서 사람 사는 정이 희미해질 때 우리 사회에 낮은 곳을 향해 이웃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퇴직 이후 제 2의 인생, 건강 100세 시대를 맞아 현직의 젊은 시절부터 건강관리 등 미리 미리 내일을 준비하는 삶이 가장 멋진 삶이 아닌 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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