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석면 피해자들 부산영화제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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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석면 피해자들 부산영화제서 만났다
  • 부산=한기원 기자
  • 승인 2017.12.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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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초청 일본 다큐멘터리 ‘일본국가 vs 센난석면마을’ 관람, 정보 공유
부산 모처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재일한국인 석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 등 관계자들.

한국과 일본의 석면 피해자들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만나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10월 12일부터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일본 다큐멘터리 ‘일본국가 vs 센난석면마을’(감독 하라 카즈오)을 함께 관람했다. 

‘일본국가 vs 센난석면마을’은 재일동포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해 10여 년간의 투쟁 끝에 승소한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하라 카즈오 감독이 10년 동안 취재하고 제작한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시간이 가장 긴 3시간 15분짜리 영상물이다.

이날 교류행사에서 한국 측에서는 부산 연산동에 있었던 제일화학공장 석면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 정지열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일본 측에서는 유오카 카즈요시 센난지역석면피해시민모임 대표와 재일교포 마츠시마 카나(한국명 한고자·홍주신문 10월 19일자 보도)씨 등 재일한국인 석면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 등이 함께 했다. 

한·일 양국 석면 피해자들이 부산에서 모인 것은 단순히 영화 관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석면 피해자로서 견뎌야 하는 고통을 나누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한국의 석면공장은 일본 석면공장과 뿌리를 같이 하고 있다. 일본의 센난·한난지역은 1900년대 초부터 석면공장이 많이 생겼고 지난 2007년까지도 주변에 공장이 많이 남아 있었다. 100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는 석면 산업이 계속 발전해 왔고 1945년까지 군수물자, 전쟁을 위한 용도로 이용됐다.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석면의 위험성을 몰랐지만 정부는 석면이 위험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산업발전이라는 위험성을 숨겼고, 그 결과로 석면 피해자들이 생겨나게 됐다.

부산에는 1960년대 말부터 2009년 석면사용이 금지될 때까지 수십여 개의 크고 작은 석면공장들이 가동됐다. 이중 상당수는 일본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석면공장들이 한국으로 이전해온 공해수출 기업이었다. 석면마을로 불리는 오사카 센난지역에서도 10여 개의 석면방직공장이 부산과 경남지역으로 옮겨왔다.

일본 오사카 남부에 위치한 센난지역은 메이지시대 이후 100년 동안 석면 원료에 솜을 섞어 ‘석면사’나 ‘석면포’ 등을 만드는 석면 방직업의 일본 최대 집적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일본 국가 vs 센난 석면마을’은 세 차례 상영됐다. 이 다큐는 지난 11일 일본 야마가타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객상에 해당하는 ‘시민상’을 받았다.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재일교포 마츠시마(한고자) 씨.
스즈키 아키라 씨.
재일교포 마츠시마(한고자) 씨가 인터뷰 중인 기자와 통역을 맡아준 스즈키 아키라 씨의 모습을 그림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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