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꾼 유태헌·한관우 기자의 금북정맥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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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꾼 유태헌·한관우 기자의 금북정맥 탐사
  • 유태헌·한관우
  • 승인 2013.07.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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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역사·문화·풍속 이야기 ④

 

▲ 오서산 정상부근에 펼쳐진 갈대물결.


신령스런 기운 넘치는 영산
정상부근 광활한 억새밭 장관
천하 붉게 물들이는 낙조 황홀 


충남 제2의 고봉인 오서산(烏棲山·791m)은 보령시 청소면과 청라면, 청양군 화성면, 홍성군 광천읍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예로부터 까마귀가 많이 살아 까마귀 보금자리<烏棲>라고 불렀고 정상에 서면 알 수 있듯이 서해바다의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의 등대 역할을 했던 '서해의 등대산'이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장항선을 이용한다면 광천역에서 가까워 철도산행지로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광천역이 있는 홍성군은 조선시대 충남 서천에서 경기도 평택까지 20여 고을을 관할했던 홍주목의 중심이었다. 차령산맥의 끝자락에 치솟은 오서산과 기묘한 돌기둥의 절경을 지닌 용봉산, 천혜의 수자원 보고인 천수만과 함께 홍주성, 부보상, 고산사 대광보전, 천주교순교성지 등 생생한 역사와 전통문화가 배어있는 천년의 역사와 문화예술의 고장이다.

오서산 정암사 범상 스님은 "오서산의 형세는 전체적으로 북동쪽에서 남서방향으로 산지가 발달했다. 정상 주변에는 바위면이 풍화작용에 의해 푸석푸석해진 새프롤라이트(saprolite)와 선택적 풍화작용에 따라 새프롤라이트층이 제거되면서 강한 부분만 남게 되는 토르(tor) 작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따라서 이상한 모양의 바위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중에는 높이 15~30m, 폭 25~70m에 이르는 것이나 바위를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 등도 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오서산에는 용허리(산의 능선이 용의 머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줌방바위, 대문바위, 신랑신부바위, 농바위, 쉰질바위 등으로 불리는 기묘한 바위들이 있게 됐다"고 전했다.

 

 

 

 



오서산은 역사 속에서도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영산(靈山)으로 이름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오서산(烏棲山)은 본래의 이름조차 얻지 못하고 언제부터인가 까마귀가 많이 서식하는 곳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고 범상 스님은 전했다. 늦었지만 우리가 오서산의 본래 이름과 명성을 찾아야 하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오서산의 등산 코스는 크게 세 곳으로 나누지만 일반적인 코스는 광천읍 담산리 상담마을에서 청소면 성연리 또는 명대계곡으로 등산하는 것이 통례다.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에서 시작해 능선 안부를 지나 주능선을 거쳐 정상에 오른 뒤 억새군락지를 지나 정암사로 내려와 광천읍 상담마을로 하산하는 코스와, 광천읍 상담마을에서 시작해 정암사를 지나 능선고개에 오른 뒤 주능선으로 정상에 올라 남릉으로 내려가 성연리로 하산하는 코스가 있다. 보령시 청소면에서 산행을 하려면 성연저수지에서 출발한다. 성동마을로 올라 과수원을 지나 산 중턱의 길을 따라 고갯마루에서 지능선길에 들어선다. 지능선길을 오르다 가파른 능선 길을 오르면 잡목 숲과 억새풀 밭이 펼쳐지는 주능선 길에 닿고 완만한 곡선 길을 좀 더 걸으면 정상이다.

오서산 정상에 올라서면 비릿한 바닷내음이 코끝을 스치며 탁 트인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면서 서해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잡힐 듯 발아래 펼쳐진다. 저녁 무렵에는 하늘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장관도 오서산을 올라 감상할 수 있는 일품 중 일품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천수만, 가야산, 칠갑산,성주산 등이 눈앞에 잡히고, 우물도 보인다. 하산은 기암괴석이 널려 있는 서쪽 능선으로 내려오다 안부에서 정암사를 지나 소나무 숲길을 내려오면 광천읍 담산리 상담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까지 하산하는데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담산리에서 산행을 하려면 상담 버스정류장에서 논길을 따라 사슴목장을 지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선다. 오른쪽 숲길을 지나 급경사를 오르면 정암사가 보인다. 수백 년 된 느티나무에 둘러싸인 사찰을 지나 급경사 지능선을 올라 억새밭 사이의 주능선 길을 지나면 정상이다. 하산은 남릉을 타고 제주도씨 무덤이 있는 북서릉을 지나 보령시 청소면 성연마을로 내려오는데, 하산까지는 대략 5시간 정도 걸린다.

오서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억새풀 밭이다. 오서산 정상아래 9부 능선에 다다르면 그 유명한 오서산의 억새풀 밭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가을철에 산행을 하게 되면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들의 은빛 물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바닷바람에 하늘거리는 은빛 억새풀 사이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황홀경에 빠져든다. 다른 산과 달리 오서산의 억새풀 밭은 보는 각도와 시간에 따라 시시각각 자태가 바뀐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목화밭 같기도 하다가 햇빛을 받아 반짝일 때는 은색 갈치떼가 헤엄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하여 천의 얼굴을 지녔다고 전하는 이유다.

 

 

 

 

 

 

 

 



오서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 정암사 


오서산의 정암사 주변은 활엽수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적인 조림사업에 따라 침엽수림이 우세하고 활엽수림이 빈약한 홍성지역의 일반적인 특성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암사 주변에 나타나는 수목의 종류로는 느티나무, 들메나무, 팽나무, 물푸레나무 등과 같이 큰 나무들이 있는가 하면, 때죽나무, 신갈나무, 쪽동백나무, 층층나무 등도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고 범상 스님은 말했다.

오서산에는 고찰로 알려진 정암사가 있는데, 사실 정암사의 창건과 연혁을 전하는 자료는 전혀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사중에서는 527년(백제 성왕5)의 창건설을 내세우고 있으나 그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고 한다. 정암사 범상 스님이 전하는 창건과 연혁을 보면, 정암사는 백제성왕 5년 담욱(曇旭)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불기2532년 충남 전통사찰 68호로 지정됐다. <여지도서>·<신증동국여지승람>의 결성현 '사찰조'와 '산천조'에 소개되고 있으며, 이이-송시열-권상하로 이어지는 기호성리학의 거두 남당 한원진의 학처(學處)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오서산(烏棲山)의 오<烏>는 삼족오를 뜻하며, 태양·산악숭배를 했던 백제인들의 신앙처로서, 당나라 지리서 <한원>의 '백제전'에 계룡산과 함께 기록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후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국가에서 천제(天祭)를 올렸으며,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이 되기도 했고, 조선시대에는 오성산(烏聖山)으로도 불리며, 지역주민들의 안식처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오직 <여지도서>의 '결성현'조에 수록된 단편적인 기록, 즉 '정암사는 오서산에 있다.' 그리고 '오서산은 홍산으로부터 백월산으로 이어져 횡으로 둘러지면서 홍주, 결성, 보령 3읍의 경계를 이룬다'는 내용을 통해 18세기 중엽의 존재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또한 18세기 후반에 편찬된 <가람고>에도 '결성현의 동쪽 28리 지점에 정암사가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오서산의 정암사를 지칭한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옛 금당지의 초선들은 한 변의 크기가 70~80cm인 방형의 자연 초석을 사용했는데, 중간에 간혹 결실되기는 했지만 정연하게 남아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옛 금당지는 정북향한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앞으로 옛 금당지로 알려진 터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정암사의 역사를 추정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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