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휴식처, 노인들 사랑방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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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휴식처, 노인들 사랑방 되다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6.11.07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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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을 살리자-2 <광천읍 초원다방>
▲ 초원다방 한영례 대표가 다방 입구에 서 있다.

광천역 앞 10년째 이어와
카페에 밀려 손님 줄어


“10년 전만 해도 잠시도 쉴 틈이 없을 만큼 바빴지요. 가게 안에서 커피머신 두 대로 정신없이 커피를 내려도 손이 모자랄 정도였어요. 이제는 가게 안에서 한 없이 기다려도 손님이 오지 않는 날도 부지기수네요.”

광천역 앞에 자리를 잡은 지 올해로 10년이 넘어가는 ‘초원다방’ 한영례(58) 대표의 말이다. 10년 전만 해도 다방은 그야말로 만남의 장소였다. 맞선을 보는 남녀가 얼굴을 붉히며 커피 한 잔을 수줍게 올리고, 각종 사업이야기부터 신변잡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곳이 바로 다방이었다.

“오전 10시 이전에 배달을 나갈 땐 꼭 삶은 계란과 커피가 함께 나갔어요. 10시 이후에 나갈 땐 요구르트가 하나씩 따라갔죠. 매장에서 커피를 드시는 분들도 꼭 계란과 함께 드시곤 했는데, 요즘은 계란을 삶을 일도 없네요.”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한 대표는 광천에 와 거주하게 되면서 우연찮게 다방 문을 열게 됐고, 지금까지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대표는 초원다방이 광천의 마지막 다방이 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소망을 계속 품어왔지만, 요즘 들어 어려운 경기 탓에 다짐이 흔들린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50대 나그네 분들도 종종 오시지만 대다수의 손님은 60대 이상으로 고령이세요. 해가 갈수록 오지 않으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나는데, 고령화 사회가 되다 보니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 안타까움이 크죠..”

10년 전, 초원다방의 커피 가격은 1500원이었고 지금의 가격은 2000원이다. 손님이 줄어들며 가게월세와 인건비만 나가도 남는 돈이 빠듯한데도 한 대표는 왜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을까?

“다방은 차를 마시는 곳이기도 하지만 손님들의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죠. 비싸게 돈을 받기보다 오랜 기간 함께해 온 장소로 남고 싶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이 줄어드니 확실히 어렵긴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한 대표는 최근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젊은이들이나 어르신들 모두 카페로 향하는 발걸음에 발맞출 수밖에 없단 생각에서였다. 그럼에도 선뜻 카페로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광천의 마지막 다방으로 남고 싶다는 한 대표의 간절한 소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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