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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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뜰에서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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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30〉
김길자 <꽃밭> 36cmX26cm 싸인펜.

추석이 지나면서 가을은 한층 깊어졌다. 하늘은 맑고 높고 들판은 찬란한 빛으로 출렁거린다. 길가의 분홍 코스모스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드높이고 작년에 피었던 메리골드는 올해도 피어 황금빛으로 빛난다. 

여름에는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이 뜨거운 태양 아래 피어 있었다. 요즘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은 색채도 다양한데 은은하여 마음을 애잔하게 하였다. 이제 가을이 되니 쑥부쟁이, 과꽃, 맨드라미가 합세하여 우리 집 작은 화단은 형형색색 화려하고 곱다.  

지난봄에는 해묵은 풀들을 뽑아내고 그 자리에 꽃을 심었다. 풀뿌리는 깊었고 풀의 자리는 넓었다. 풀은 뽑고 뽑아도 끝이 나지 않았다. 왜 진즉 꽃 심을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스스로를 책망하며 봉숭아, 채송화, 분꽃, 맨드라미, 과꽃을 비 오는 날에 옮겨 심었다. 작년 가을에 받아 두었던 노랑 맨드라미 씨는 뿌리고 장미봉숭아는 이웃집에서 가져다 심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은 먼저 피었다 지고 과꽃 맨드라미는 이제 절정이다. 과꽃은 분홍, 자주, 보라색이 피었고 맨드라미는 노랑, 빨강 두 색깔로 피었다. 맨드라미는 닭 벼슬 모양도 있고 닭의 꽁지같이 잘게 쪼개지며 피는 것도 있다.  
 
꽃밭은 연일 나비들로 분주하였다. 어떤 것은 빙글빙글 돌고 어떤 것은 너울너울 춤을 추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하였다. 꽃 못지않게 색깔도 화려하여 꽃인지 나비인지 구별하기 어려웠다. 어디서 이 많은 나비가 날아왔을까? 꽃을 따라 나비가 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처음 보는 양 신기하기만 하였다.

조선시대 후기의 화가 남계우는 꽃과 나비를 주로 그렸다. 그의 그림 속 나비는 살아서 날개를 펄럭이며 천지사방으로 날아가는 것 같은 환각을 일으킨다. 갓 쓰고 도포를 입은 채 수 십리를 달려 나비를 잡아온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그가 나비를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를 알려주는 일화이다. 화가가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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