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회당(安懷堂)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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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회당(安懷堂)에서 〈2〉
  • 손세제 <철학박사>
  • 승인 2022.02.2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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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공자는 평소 아끼던 두 제자가 곁에 있자 이렇게 말했다. “그 동안 참으로 격조했구나. 이제 우리들이 한자리에 모였으니 겉치레는 접어두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눠보자꾸나, 너희들이 평소 품었던 뜻을 말해 봐라.” 요즘 말로 하면 스승과 제자가 한가함을 즐기며 마음에 두었던 뜻을 서로 나누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자로가 바로 말했다. 자로는 성정이 매우 급했다고 한다. “저는 남자라면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고 대(大)를 위해서는 소(小)를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다음에 제가 크게 성공하더라도, 제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을 배타적으로 오직 제 소유로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쓰겠습니다. 설령 친구들이 제 재산을 축낸다 해도 저는 결코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는 빙그레 웃으며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래 너다운 말이다. 남자라면 의당 그래야겠지.” 선생님께 칭찬을 받자 자로는 으쓱해 하며 안연을 쳐다보았다. 안연은 심사숙고하는 형이라 좀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공자에 버금가는 인격을 갖췄다 해, 공문(孔門) 십철(十哲) 가운데 으뜸으로 배향(配享)되는 제자이다.

자로가 자신을 바라보자 안연이 말했다. “저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입니다. 만일 제게 한가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저를 되돌아보고, 저의 잘못된 점을 고치고, 어떻게 해야 선생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모범생·샌님·전형적인 책상물림다운 말이다. 안연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자 자로는 크게 당황했다. ‘아뿔사! 내가 또 경솔했구나.’ 그래서 겸연쩍은 상황을 돌리려고 재빠르게 공자에게 청했다. “선생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내가 벼슬길에 나아갈 수만 있다면, 노인들은 여생을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해 주고, 나라 사람들에게는 서로가 믿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어린아이들은 자식처럼 품어 주겠다.” 공자는 출사를 몹시 바랐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나이 50세가 되도록 미관말직도 얻지 못했다. 아마 이 이야기는 그때 있었던 이야기로 추정된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든 정치가들이 공자의 말씀처럼 정사에 임한다면 상하 좌우는 모두 평안해질 것이다. 다툼도 없고 대립도 없고 갈등도 없는 그야말로 대동세상이 될 것이다. 정치란 한 마디로 말하면 ‘가치를 배분’하는 일이다. ‘가치’란 ‘선’ ‘이상’을 말하는데, ‘옳고’ ‘바른 것’이다. 누구에게나 옳고 바르게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가치관’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치면, 그것을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가치관, 잣대]에 비추어, 적당한지 혹은 지나친지 혹은 모자라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옳다’ ‘그르다’ ‘지나치다’ ‘모자란다’라고 말한다.

그 자[尺]가 정신에서 온 것이면 ‘도덕’[moral]이라 하고 생활 속에서 온 것이면 윤리[ethic]라고 한다. 가치관은 저마다 다르다. 그래서 생각이 다르다고 남을 비난하면 나도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 곧 가치관이 격하게 충돌하면 사회에는 큰 혼란이 일어난다. 지식이나 신념체계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를 조정할 수단으로 ‘정치’라는 행위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정치란 바로 이 가치(지식, 신념)가 올바르게 구현될 수 있도록, 말하자면 모든 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고루 펼칠 수 있도록, ‘배분’ ‘분배’ ‘조정’하는 행위이다. 다양한 생각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시행해 사회를 통합하는 것,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요 정치가가 해야 할 역할인 것이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가가 존재한다’는 말도 이에 기인한다. 개인의 행·불행이 국가의 정치에 달려 있어 잠시 국가가 개인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개인이 국가의 기체(基體)인 것이다. 이 점을 각별하게 기억해야 어진 수령이 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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