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재방죽에서- 義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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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재방죽에서- 義犬 이야기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3.10.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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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17>

 

▲ 가시연꽃의 자생지인 역재방죽 의견총.


어제나 오늘이나
혹은 내일을 맞아서도
짊어진 짐은 늘 한결하고
생각은 끝없이 흘러내려와
깊고 너른 방죽물처럼 고인다

바람 불고 눈비가 와도
목숨이 따르는 한
불길의 공포 속에서
닥쳐올 죽음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오히려 주어진 축복일 뿐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짊어진 짐은
언제나 똑같은 고통이라는데
가시연꽃 가시로 뚫고
향기로운 꽃 피워낸 까닭은
열정으로 이룩한 죽음의 희열일까

가진 것은
짐이 아니었다, 무엇인가
생각하면 절로 움직임이 되는 것,
짊어진 짐 목숨으로 경주(傾注)한
완전하고 청정한 순결이었다 



홍성읍 고암리 29번 국도변에 위치해 있는 역재 방죽은 1930년대에 조성된 인공습지로, 3만6800㎡의 수리면적에 5000t 규모의 저수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근린공원으로 조성돼 인근 주민들의 쉼터 기능을 하고 있다.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한 소생물권 습지이자 자연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9목 27과 60여종 이상의 곤충, 8목 17과 26여종의 조류, 27목 43과 826종의 식물 등 170여종의 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특히 지난 1996년 산림청의 가시연꽃 분포지 조사에서 발견된 역재방죽의 가시연꽃 군락은 우포늪을 제외하고는 국내 최대 군락지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또한 이곳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설화(義犬說話)가 전해 온다. 옛날 한 농부가 집에서 온갖 정성으로 기르는 개와 함께 시장에 나왔다가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 술을 많이 마셨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연못 부근에서 잠시 쉬다가 그만 잔디밭에 잠들고 말았다. 그 사이에 주변에서 불이 났다. 개는 잠든 농부를 깨웠지만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안절부절 못하던 개는 잠시 생각 끝에 잔디밭 아래 연못으로 달려갔다. 연못물에 풍덩 빠졌다가 나온 개는 재빨리 농부가 잠들어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잠든 농부의 주변을 데굴데굴 구르며 털에 묻은 물로 잔디를 적시기 시작했다. 한참 만에 잠에서 깨어난 농부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주변은 모두 시커멓게 타버렸지만, 자신이 누워있던 주변 잔디만 멀쩡하지 않은가. 순간 농부는 사랑하던 개를 찾았다. 그러나 그가 본 것은 새카맣게 그을린 채 죽어있는 개의 모습이었다. 농부는 자기가 술에 취해 잠든 사이에 개가 연못을 오르내리며 잔디를 적신 사실을 알았다. 농부는 자신을 살리고 죽은 개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연못 가운데의 조그만 섬에 개를 정성스럽게 묻어주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주었다. 현재 역재방죽에는 의견(義犬)의 묘소로 알려진 섬이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으며, 이 의견 전설에 따른 의견상(義犬像), 수필가 김양수 문학비 등이 세워져 지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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