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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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4.11.13 1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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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정아 선수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밝게 웃으며 태국선수와 인사하는 김정아 선수.

홍주종합경기장에 위치한 충남장애인펜싱협회 사무실. 이곳은 펜싱협회 사무실과 훈련장을 겸하는 시설로 9명의 휠체어펜싱 선수들이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기량을 갈고 닦는다. 이곳에서 휠체어펜싱 국가대표 김정아 선수가 탄생했다.

김정아(42) 선수는 지역의 대표적인 휠체어펜싱 선수로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해 개인전 에페와 플뢰레(B체급), 단체전 에페와 플뢰레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내 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김정아 선수는 교통사고로 인해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그녀 나이 25살 때 일이다. 후천적 장애인들이 다 그렇듯이 처음엔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운동을 하면서 그녀는 신체 외엔 다른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평소에도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운동을 접하면서 희망을 찾은 것이다.

처음에는 탁구를 했지만 그녀의 체격과 체력을 눈여겨본 장애인 펜싱협회에서 그녀에게 휠체어펜싱을 권유했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순발력이 중요한 펜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막상 펜싱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열악했다. 지금은 유승열 감독의 지도로 펜싱을 수련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펜싱을 가르쳐줄 전문 지도자가 전무했다.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장비도 없었다.

펜싱의 기초는 교본과 동영상을 보면서 혼자 연습했고 대회 출전도 낡은 장비를 빌려서 겨우 출전할 수 있었다. 그녀의 노력이 재능을 일깨운 것인지 첫 대회 출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지금까지 펜싱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정아 선수.

김 선수는 “스스로 첫 대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재능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만둬야지 했는데 동메달을 목에 걸었죠. 메달을 따면서 펜싱이 맞는 구나라는 생각에 더 자신감이 붙었어요”라고 말했다. 코치도 없고 장비도 부족했지만 끈질긴 노력 끝에 지난 2009년에는 제29회 울산에서 열린 전국장애인 체육대회에서 4관왕을 거두며 최정상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곧 시련이 닥쳐왔다.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에 선발돼 2010년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했지만 중국 현지 심사에서 B체급에서 A체급을 받으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휠체어펜싱은 A체급 절단장애와 B체급 척수장애로 체급이 그게 나뉘는데 B체급은 중증장애 선수가 출전하는 종목이다.

갑자기 체급이 변경되며 육체조건이 나은 선수들과 겨루다보니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것. 다음해인 2011년 지역의 기업과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300여만원의 장애등급 재심사비용을 마련해 B체급으로 재판정 받고 그해 열린 제21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개인전 에페와 플뢰레에서 금메달 2개를 획득하는 등 총 10개의 메달을 따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렇게 김 선수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끝없는 노력과 늘 펜싱을 생각하며 연구하는 자세 때문이다. 김 선수는 “찰나에 승부가 나기 때문에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닌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늘 훈련하고 있습니다. 또 집에 가서 다른 일을 할 때도 잠들기 전까지 항상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을까 늘 이미지 트레이닝하며 살아요”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비롯해 아시아장애인경기대회 등 국내외 다양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왔지만 운동선수로 살아가는 삶은 팍팍하다. 1년에 한번 40~50만원에 불과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훈련비용과 메달 수상자에 대한 포상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휠체어펜싱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김정아(가운데)선수.

충남장애인펜싱협회에는 9명의 선수가 활동하고 있지만 선수들에게 연간 지원되는 금액은 전국 장애인체육대회 출전비용 지원금 외에는 없다시피 하다. 꿈을 갖고 펜싱에 매진하지만 아직 운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늘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김 선수는 “중국만하더라도 장애인 체육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이고 있어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충남의 경우 우수한 지도자가 있어 타 지역보다 나은 환경이라 군장애인체육회에 감사하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심이나 지원이 부족합니다.

운동으로는 생활이 안 됩니다. 실업팀이라도 있다면 운동에 전념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텐데…. 늘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동료나 후배 선수들을 보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출전하면서 김정아 선수는 어깨가 무거웠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휠체어펜싱 실업팀 창단을 위해 힘쓰겠다는 홍성군장애인체육회의 제안 때문이었다. 김 선수는 “비용 문제로 국제대회에 출전을 못해서 출전선수 가운데 세계랭킹이 최하위인거에요. 비록 순위는 낮지만 실업팀 창단을 위해서라도 꼭 꺾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고 결국 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실업팀 창단 논의가 없지만 언젠가 실업팀이 창단돼 동료와 후배선수들이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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