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쇠고기 전면 개방, 위기의 홍성 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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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전면 개방, 위기의 홍성 축산
  • 이용진 기자
  • 승인 2008.04.2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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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축산 단지인 홍성군 축산농가가 사료값이 폭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 18일 한·미 양국이 'LA 갈비' 등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에 합의하면서 홍성군 축산업이 송두리째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2003년 미국에서 첫 광우병 사례가 발견돼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수입이 중단되기까지 미국산 쇠고기는 전체 수입 쇠고기의 68%가량을 차지했으며, LA갈비의 경우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만큼 LA갈비 등이 수입되면 가격 하락은 물론 축산 농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그동안 비싼 한우고기 가격 덕에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돼지고기가 이제 값싼 미국산 쇠고기와 경쟁을 버려야 하는 이중고를 격게 됐다.

◆ 한미 쇠고기 협상체결, 소값 하룻새 9% 하락
홍성군 가축사육 현황을 보면 한육우는 3,766가구에 사육 마릿수가 5만6천여마리로 충남 전체 사육 마릿수(23만4천여마리)의 24%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2.54%에 이르는 등 국내 최대 한우 생산지역이다.
돼지의 경우도 408가구에 사육 마릿수가 48만여마리로  충남 전체 180만여마리의 27%, 전국의 5%를 차지하고 있다.
농협 축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군내 한우 산지가격은 600㎏ 암소 기준으로 449만원, 수소는 372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93만원, 469만원에 비해 각각 암소는 44만원, 수소는 97만원이 하락한 수치이다.
암소의 경우 지난 2006년 한해 평균 가격은 521만에 달했지만 한미 FTA 타결 이후인 지난해 말 490만원대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소 가격도 지난해 3월 470만원에서 올해 초 450만원대로 하락한데 이어 이달 초부터 400만원대가 무너진 가운데 미국산 ‘LA갈비’가 5월부터 수입이 예상되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 돼지고기 동반 하락세 예상
한미FTA 타결로 돼지고기도 수입산에 밀려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점쳐졌다. 쇠고기는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이 우려되고, 돼지고기도 성돈 산지가격을 18만원대까지 떨어뜨릴 전망이다.
소비증감과는 별개로 생산증가 등의 공급과잉에 수급조절 기능을 주도하고 있는 수입축산물 범람이 국내 축산물 가격하락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는 지적이다.
충남지역 돼지고기(100㎏ 기준) 산지 가격은 지난해 8월 20만원 선이 무너지는 등 한·미 FTA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다 최근 급상승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남도는 지금이 돼지고기 소비량이 가장 많을 때인데다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닭·오리 소비가 줄면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축산물 가격정보에 따르면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해 3월 20만9천원, 5월말과 6월말 각각 23만4천원, 24만5원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8월 초 19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최근 28만6천으로 올랐다. 그러나 한미FTA 체결후인 지난 21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27만9천원(100㎏ 성돈)으로 1만원정도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료값 상반기 추가인상 예상
축산 농가 생산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 값 폭등세도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다.
곡물가격 상승의 주범은 지구온난화 현상과 계속되는 가뭄으로 올해도 동유럽 지역의 폭염, 유럽연합의 폭우, 호주의 가뭄으로 밀 생산량이 30~6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가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은 바이오 원료다.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의 대체에너지 장려 정책에 따라 옥수수가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 쓰이면서 곡물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2006년 1t 당 160달러였던 미국산 옥수수 수입가격은 2007년 8월 250달러, 2007년 11월 310달러, 2008년 2월 313달러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배합사료 역시 2006년 12월 7천330원(25㎏ 기준)에서 올 1월에는 9천375원으로 25% 이상 인상됐다. 특히 배합사료 가격은 다음달초부터 5% 안팎으로 또 오를 계획이라 1월과 3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으로 올해만 20% 가까이 사료값이 뛰고 있어 축산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 한우 마리당 20~30만원 품질 장려금 지급
정부 수입쇠고기, “국산둔갑” 단속강화
축사시설 현대화 10년간 1조5천억 지원
도축세 폐지.브루셀라 보상금 60%→80%

정부는 지난 21일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국내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자체만 갖고 있는 식육 음식점 원산지 단속 권한을 농산물품질관리원에도 부여하며 현재 400명인 농관원의 특별사법경찰관리 수도 1천여명으로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며, 오는 28일부터 농관원 특별사법경찰관리와 생산·소비자단체 명예감시원, 식약청 단속반 등 1천여명이 전국 300㎡이상의 식육 음식점에 대해 다음달 20일부터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또 한우 품질 관리를 위해 수입 교잡종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한우 인증제를 실시하고, 마리당 10만~20만원의 품질 고급화 장려금을 지급해 고급육 생산을 독려한다.
 아울러 도축세 폐지를 추진하고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브루셀라병 살처분 보상 기준도 상향 조정 한다. 현재 사람과 동물 공통전염병인 브루셀라 감염으로 소를 살처분할 경우 소값의 60%만 지급하고 있으나, 7월부터 이를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또한 축사 시설 현대화에 앞으로 10년 동안 1조5천억원을 지원한다. 2000년 이후 중단된 돼지고기 일본 수출도 돼지열병 등의 문제를 해결한 뒤 올해 안에 제주 지역부터 수출 재개를 추진한다. 양돈 농가에도 '1+ 등급' 출현율이 1%에서 10%로 높아질 때까지 한시적으로 생산장려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사료비 절감을 방안으로는 청보리 재배면적을 1만2천ha에서 2012년까지 10만ha 까지 확대하고, 수입사료 원료 부가가치세 영세율 2011년말까지 연장하며, 농지기금·축산업발전기금을 활용, 해외 사료자원 개발 민간업체 장기저리 융자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축산단체들은 대부분 쇠고기 수입 협상 타결 이전부터 논의됐던 대책들로 새로운 내용이 거의 없다며 알맹이가 빠진 졸속 대책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입 쇠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기 위한 원산지 단속 강화가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양돈 농가들도 이번 대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돼지고기 가격 폭락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책이 부족하다는 게 양돈 농민들의 주장이다.
한편 축산단체들은 오는 24일에는 쇠고기협상 전면 무효화를 선언하는 대규모 시위까지 계획하고 있어, 쇠고기 협상 타결의 후폭풍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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