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애환, 연탄 외길 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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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애환, 연탄 외길 50년
  • 조원 기자
  • 승인 2015.01.16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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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영보연탄 김관식 대표
오랜 친구와도 같은 연탄을 들어보이고 있는 김관식 대표.

▲ 오랜 친구와도 같은 연탄을 들어보이고 있는 김관식 대표.

“기자 양반, 잠깐만 기다려봐. 주문 좀 돌려놓고”

키만큼 쌓인 연탄 앞에서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던 김관식 대표(광천읍 광천리). 마침 갈산면, 서부면으로 연탄 2000장과 1000장을 주문하고 있었다. 안경을 들었다 놓으며 스마트 폰으로 주문 내역을 찍어 보내고 있는 그는 올해로 여든 한 살이다. 50여 년째 연탄을 벗 삼아 걸어온 그는 지금은 원거리 배달은 하지 않는다. 5년 전 아내와 사별한 이후 건강이 악화되면서 기존 고객들을 중심으로 주문을 받아 배송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문이 뜸한 연탄은 집집마다 물량이 한 차례 소진 되었는지 최근 대량 주문이 다시금 몰리는 추세다.

연탄 하나의 무게는 3.6kg. 개당 소매가로 500원이다. 한 가구가 하루 소비하는 연탄은 보통 3개로 약 100개면 한 달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 매출은 매년 들쑥날쑥이다. 지난해까지 연탄 태운 사람이 올해는 기름보일러를 들여 놓았는지 연락이 없다. 어느 해는 많이 떼다가도 어느 해는 절반 이하로 주문이 줄기도 한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아서 오래 전부터 연탄 매출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그러나 김 대표는 올해는 유난히 혹한이라며 지난해보다는 판매량이 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연탄 사고 소식 접하면 가슴 아파
작은 가게 사장들 연탄 구매 늘어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연탄은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판매량도 다소 증가하는 경향이지만 이는 지역마다 편차가 다르다. 홍성 같은 경우는 예년에 비해 크게 늘지는 않는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름보일러로 바꾼 사람들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도 다시 연탄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사용의 불편함과 연탄의 안 좋은 기억 때문이란다.

“연탄가스 사건은 많이 봐왔지. 예전에는 집 구조가 안 좋아서 가스가 새어나오는 경우가 많았어. 가끔씩 TV에서 그런 소식 들릴 때마다 왠지 내가 죄인 된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아” 김 대표는 겨울철만 되면 방안에 연탄불 피워놓고 세상을 등진 이야기 등을 접할 까봐 일부러 뉴스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연탄과 동고동락해온 그에게는 연탄으로 인한 좋지 않은 소식은 참기 어려운 고통이다. 그는 연탄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연탄 판매량도 늘어나게 됐지만 무엇보다 서민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연탄보일러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나름 그 빚을 갚기 위해 수익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종종 연탄보일러를 후원하고 있다.

인터뷰 중 근처에 옷가게를 하는 주인이 가게로 찾아왔다. 주머니에서 돈 5000원을 꺼낸다. 연탄 10장 값이었다. 김 대표는 “미용실이나 분식집 등 기름이나 전기 값이 부담되는 작은 가게 사장들이 연탄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70% 이상이 가정주부이고 나머지가 가게 주인이었지만 언젠가 부터는 그것이 역전됐다.

다소 거동은 불편해도 그의 연탄 배달 실력은 여전하다. 외발 수레에 연탄 30장 정도는 끄떡없이 실어 나른다. 작은 골목길도 잘 누빈다. 길이 미끄러운 날에는 이웃들이 직접 리어커나 자전거를 끌고 와 연탄을 가져간다. 모두가 김 대표에게 덕을 입어 본 사람들이다. “나도 없이 살아봐서 어려운 사람들 충분히 이해하지. 지금까지 연탄 외상값만 해도 집 두 채는 될 거야. 연탄 때시는 분들 사정 뻔하잖아. 올해도 ‘사랑탄’이나 많이들 했으면 좋겠어. 이웃들 춥지 않게 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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