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 지원 사격하는 꾸러미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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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인 지원 사격하는 꾸러미 아빠
  • 조원 기자
  • 승인 2015.03.06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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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홍동면 금창영 씨

 

▲ 지난달 28일 개관한 씨앗도서관 앞에서 웃어보이고 있는 금창영 씨.


꾸러미사업 펼치며 귀농인에게 판로 열어줘
씨앗도서관 설립해 토종종자 보급 앞당겨… 


“귀농인들을 돕는 게 저의 사명인가 봅니다. 귀농인들 가운데 원하는 이들에게 자연재배법을 터득해서 자기만의 농장 색깔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 2009년 6월 꾸러미 사업을 시작한 금창영 씨는 홍성자연재배영농조합 이사장이다. 현재 생산자 9명으로 구성된 조합에는 귀농 2년차 이하 농부만 6명이다. 그동안 지역 선후배들과 의기투합해 꾸러기 농산물을 판매해 오던 그는 초보 귀농인들의 판로를 돕기 위해 지난해 1월 조합을 설립했다.

이들 생산자 조합원들은 모두 자연재배만을 고집하며 소비자에게 1~2주에 한 차례씩 농산물을 꾸러미로 보낸다. 꾸러미란 농민이 재배한 10여 가지의 농산물을 꾸러미에 담아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내는 것을 말한다. 내용물은 그 때 그 때마다 다르다. 생산자가 제철에 맞게 생산하는 농산물로 이뤄진다. 내용물은 전적으로 생산자가 정하지만 누구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없다. 금 씨가 터득한 자연재배는 일반 유기농법보다 더 고집스런 재배법이다. 경운(밭을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반 퇴비조차도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이나 화학비료 사용은 말할 것도 없다. “도시민들은 농산물조차 편식하는 경향이 많아요. 이들에게 자연의 힘으로 자란 다양한 제철 농산물을 집에서 받아먹을 수 있는 방안이 떠올랐죠. 현재는 저희를 믿고 구입해 주는 고정 고객만 해도 60여 분이 됩니다”

금 씨 역시 귀농인이다. 서울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학도였던 그는 결혼 후 뒤늦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아내 장현숙(44) 씨의 도움으로 6년 가까이 생활을 이어나간 빵점짜리 남편이었다. 취업을 하기까지 많은 역경을 경험한 끝에 그는 아내를 설득해 2007년 귀농을 결심했다. 귀농 전 누구나 보편적으로 거치는 귀농 교육도 없이 무작정 내려온 그는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다른 귀농인의 도움으로 논·밭 6600㎡(2000평)를 임대받아 쌀과 콩, 고구마 등을 유기농으로 재배했지만 첫 농사의 결과는 참담했다. 제반 비용을 제외하고 손에 쥔 돈이 150만원에 불과했다. 그래도 유기농법을 믿음만은 확고했다. 청정한 농산물을 키운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일본 농업인이 쓴 자연재배농법에 관한 책을 통해 그의 삶은 바뀌었다.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농사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수확과 소득에 치중한 경영 중심의 농사에서 작물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작물 중심의 농사로 변화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로 자연재배법을 정립했고 점차 꾸러미 농산물을 이용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현재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토마토, 오이, 가지, 콩 등을 심어 다음해 지을 씨앗을 직접 채종한다. 개량된 농작물 씨앗을 사서 농사를 지으면 한결 수월하지만 사람 몸에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씨앗을 직접 채종하면서부터 그는 씨앗도서관이라는 것도 준비했다. 5년의 결실 끝에 지난달 28일 홍동 밝맑도서관 내에 씨앗도서관이 개장했다. 씨앗도서관은 지역에서 토종종자를 모아다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일을 한다. “이왕이면 지역에 오래 적응한 토종 종자가 더 몸에도 좋지 않겠어요. 작은 일 같지만 이 같은 사업을 통해 지역 공동체가 하나 되고 서로 좋은 것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가꿔가고 싶어요. 특히 우리 지역보다 더 시급한 도시농부를 위한 씨앗도서관을 정착시키고 싶습니다”

현재 홍성군 품목연구회에서 귀농지원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성공적 귀농을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한다고 당부했다. “귀농인들은 농촌에 내려오는 것만으로 욕심을 많이 버렸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더 잘할 생각, 더 많이 벌 생각, 더 편할 생각 등을 내려놓지 못하면 귀농에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귀농을 결심하면서부터 모두 버릴 각오를 해야 해요. 그러면 그만큼 또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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