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나 모범생들에겐 눈길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길거리에서도 장애인이나 어려운 분들을 볼 때 손이 먼저 갔죠. 그러고보면 제게 이 일은 천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로회 일시청소년쉼터(이하 쉼터) 이철이 센터장의 말이다. 이 센터장은 지난 2003년 군의 위탁을 받아 지금까지 쉼터를 운영해오고 있다. “사실 지금처럼 위탁을 받기 전에도 무허가 건물에서 쉼터는 계속 운영을 해 왔습니다. 홍성에 일을 하러 오게 되면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군청 복지과에 물어봐 한 독거노인 할머니를 소개받게 됐죠.”
고향이 대구인 이 센터장은 용접 일을 했었다. 아는 형님의 소개로 일을 하러 홍성에 오게 된 이 센터장은 집을 구하기도 전에 무작정 군 복지과에 찾아가 홀로 어렵게 사는 노인 한 분을 소개받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동거를 시작했다. “자리에 누워만 계시는 할머니이셔서 8년이 넘도록 대소변을 다 받아냈죠. 돌아가실 때 제게 10년만 장례를 치러 달라고 하셔서, 그 유언을 따라 납골당에 모신 뒤 고등학생 봉사 학생들과 장례를 모셨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이 센터장은 그 집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인 쉼터를 마련했고,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학대, 방임, 부적응 청소년 등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남녀 고등학생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이 센터장을 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잘 모르는 사람이 홍성에 와서 청소년들을 데리고 다니고 이것저것 하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협조해주고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 센터장은 고등학교 시절, 대전 유성에 있는 ‘성세재활원’이라는 곳에 봉사활동을 가게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뇌성마비 장애인 한 사람을 간호사 두 명이 붙잡고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몸도 건강한데 앞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죠. 언제나 그 마음을 가지고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이 센터장이 운영하는 쉼터에는 11명의 청소년들이 생활하고 있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청소년들이 쉼터에서 생활을 하지만, 이 센터장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아이들은 점차 회복돼가고 있다. “저희 쉼터는 9세부터 24세까지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청소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센터를 떠납니다. 하지만 센터를 떠난 후에도 결혼을 하고, 직장생활을 잘 하면서 다시 찾아와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끼죠.” 여성가족부와 군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되는 쉼터는, 군 단위에서는 홍성이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 센터장은 “홍성이 그만큼 청소년 문제에 있어 앞서 간다는 반증”이라며 “지금도 충남에는 천안과 아산, 홍성에만 쉼터가 있고 공주는 현재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쉼터에서는 여러 기관 및 단체와 협력해 쉼터 아이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며 “등산, 음악회, 캠프, 미디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청소년들을 위해 일부 업체에서는 빵이나 계란 등은 물론 정기 후원을 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소년을 위해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에는 ‘청소년 지도자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센터장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고 지역민들에게 사랑 받고,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복지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