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어렵게 가꾼 산, 아름답게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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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어렵게 가꾼 산, 아름답게 지켜야죠”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5.07.20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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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산불감시원 김동창 씨

“저는 본래 은하면 하복리가 고향입니다. 마을 반장, 이장, 새마을지도자 등으로 마을을 위해 일하다가 산불감시원이 돼서 일한지도 벌써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김동창(81) 산불감시원의 말이다. 김 감시원은 지난 1973년 산림청의 조림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후 군청에 배치돼 산림과에 들어가 10년 동안 양묘와 조림 사업을 해 왔다.

 

김동장 산불감시원(사진 왼쪽)과 오토바이의 모습.

 “조림지도사를 하기 전에는 20여 년 간 서울에서 객지생활을 했죠. 이후 안산에서 경비반장을 했는데 시청 산불감시원을 모집한다고 제게 알려주더라고요. 경비반장이 봉급이 더 좋았지만, 산을 지키는 일은 ‘딱 내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어 도시락을 싸고 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했죠.” 김 감시원은 지난 2011년부터 안산에서 고향인 홍성으로 옮겨와 산불감시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산불예방 홍보를 위해 오토바이를 사려던 김 감시원은 350만 원이라는 가격에 고민을 하다가, 동네 오토바이 판매상에 있는 고물을 발견하고 깨끗이 수리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냥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기는 그렇고 해서, 작은 상자를 만들어 뒤에 붙이고 광고판을 제작했습니다. 광고 문구는 ‘치산 치수 산불조심 불조심, 산은 소중한 우리의 재산, 물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 산림과 자연을 사랑하는 동창’이죠. 승용차들이 빠르게 뒤로 달려오면 깜박이를 켜고 먼저가라고 해도, 광고 문구를 읽느라 뒤에서 천천히 가고 하더라고요.” 김 감시원은 “시장에 오토바이를 대 놓았더니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얼마 받고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묻더라”면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일해도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니 즐겁고 신이 난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 감시원이 어린 시절엔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노역에 동원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민둥산을 푸른 숲으로 가꾸는 산림조성 사업에 많은 이들이 동원되곤 했는데, 김 감시원은 “점심도 굶어가며 나무를 심던 어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절대로 우리 산을 태워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이 일을 시작했고,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가끔 예산이나 청양으로 밥을 먹으러 갈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갑니다. 그럼 제 오토바이의 광고 문구를 보고 ‘홍성에서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는 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칠갑산이고 오서산이고 산은 다 연결돼 있는데, 불조심에 너와 내가 어디 있느냐고 말하곤 하죠.” 김 감시원은 “산불이 나면 흰 연기가 올라오는데, 가끔 검은 연기를 보고 신고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검은 연기는 폐기물이나 쓰레기를 태울 때 나오는데, 불을 놓을 땐 항상 조심해야하고 되도록 불을 때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심히 산불 감시에 앞장서다보니, 얼마 전에 김 감시원은 군에서 표창패를 받기도 했다. 또 군 의장과 마을 주민들에게서도 표창을 받았다. “가끔 면사무소나 군청에 들를 때가 있는데, 직원들이 참 따뜻하게 반겨줍니다. 커피를 타 주기도 하는데 마음이 참 따뜻해져요. 사람 사는 것이 이런 맛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감시원이 강조하는 것은, 산불은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불이 나버리면 산림자원이 훼손되고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한 홍보가 제일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김 감시원은 시골 마을 곳곳을 돌며 산불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김 감시원은 “여름에도 ‘산불예방’ 깃발을 들고 다니며 홍보 활동을 펼치면, 어떤 이들은 여름에 산불타령이라며 욕을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시원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사실 시골 마을들은 일손이 많이 부족합니다. 산불 홍보 겸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일도 돕고 하면 다들 반가워하고 즐거워하니 일석이조입니다. 저는 누구에게나 꼭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번 돈의 10%는 꼭 남을 위해 쓰라는 것입니다. 꼭 크게 무엇을 하는 게 아니라 막걸리라도 같이 나누며 함께 웃는 것. 그렇게 나누며 베풀고 사는 것이 우리네 삶의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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