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화가들 마을의 희망을 그린다
상태바
할머니 화가들 마을의 희망을 그린다
  • 서용덕 기자
  • 승인 2015.08.20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쇠퇴한 농촌마을의 희망을 일구는 사람들<4>
농촌마을 위기 극복한 희망스토리 - 홍동면 신기리 반교마을

농촌의 작은 마을이 미술과 공예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홍동면 신기리 반교마을은 41가구에 불과한 작은 마을로 주민 중 65세 이상 고령이 45%를 차지하고 독거노인도 16가구나 된다. 특히 여느 마을 달리 집들이 한 곳에 모여 조성되지 않고 골자기마다 흩어져 있어 마을 주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살기 좋은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에 참여하며 마을의 분위기가 변해갔다. 특히 마을 할머니들은 그림을 배우고 할아버지들은 목공을 배우고 마을 환경을 스스로 아름답게 가꿔가면서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반교마을은 초입부터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나무로 만든 장승과 그림으로 그린 마을지도인데 모두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것이다. 할머니들은 마을의 지도를 그리고 할아버지들은 지도를 걸 안내판과 장승 등을 만드는 등 모두 주민들의 힘으로 만든 것이다. 모양부터 시골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안내판 위에는 예부터 집안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알려진 구렁이를 깎아서 올렸고 장승에는 못 쓰는 화분과 고무통 뚜겅 등을 사용해 갓을 씌워 주는 등 재미있는 모습이 지나는 이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장승과 마을안내판.

마을 할머니는 그림 그리고 할아버지는 목공예
외부 의존 않고 주민 화합과 역량 강화에 주력
스스로 마을 경관 가꾸며 희망을 찾아가는 마을
농촌치유마을 추진해 마을 발전의 희망을 꿈꿔

반교마을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할머니들의 그림그리기가 한창이다. 지난해부터 마을 할머니 9명이 모여 ‘반교할매화가들’이라는 동아리를 구성하고 마을회관에 모여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림그리기 동아리를 추진한 것은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나온 것이다. 마을 주민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설문 받아 그중에서 가장 높은 호응을 얻는 그림그리기 동아리를 만들고 그림을 배우고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스스로도 할 수 있을까 의심하던 주민들도 생태화가를 초청해 그림을 배우고 그려가면서 스스로의 재능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조권영(61) 이장은 “할머니 그림학교를 운영하는 마을이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주민들이 그리는 것이 아닌 외부 화가들이 전부 조성한 것이죠”리며 “우리는 스스로 그리고 마을을 가꾸기 때문에 마을의 특색도 살리고 주민들도 더욱 애정을 갖고 마을을 가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작가들은 단순한 그림그리기에 그치지 않고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는가 하면 그려온 작품을 모아 마을회관과 마을굴다리에 그림을 전시하고 있으며,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홍동거리축제에 참여해 그림전시회를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권영 이장이 마을회관에 전시된 할머니 화가들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들어보이는 반교마을 할머니.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마을 할아버지들도 할머니 화가들의 활동에 자극을 받았다. 마을 할아버지들은 공예동아리 ‘돌나무예술단’을 만들고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들은 공예동아리를 통해 자신이 직접 쓸 생활용품에서부터 마을주민들이 함께 쓸 테이블이나 의자 등 다양한 생활 가구 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힘을 모아 마을 입구에 장승과 솟대를 세우고 마을안내판을 만들었다. 올해는 마을 주민들이 쓸 문패와 우편함을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자르고 그림을 그리며 만드는 등 주민들 스스로 마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반교할매화가들 단장 박성의(83) 할머니는 “그림을 배우면서 삶에 활력이 생겼다”며 “우리 손으로 마을이 아름답게 변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사용한 물품을 전시한 마을박물관 모습.

반교마을은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난해 9월말 ‘제1회 반가운 교류장터’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열었다. 반교라는 마을 이름을 본 따 마을 축제를 열고 마을주민들이 동아리 등을 통해 이룬 성과를 자축하는 행사를 가진 것이다. 축제에서는 굴다리를 활용해 할머니 작가들이 그린 작품을 전시한 신비한굴다리갤러리와 주민들이 옛날부터 사용했던 물품을 전시한 마을박물관 개관식도 열렸다. 마을박물관은 컨테이너에 소박하게 꾸민 것으로 소박하지만 반교마을 주민들의 삶이 녹아 있는 물품을 그대로 전시해 방문객을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주민들은 우물에 용왕제를 지내왔던 옛 전통을 축제를 계기로 되살려냈다. 마을 주민들은 축제기간동안 자신들이 만들어온 성과물을 확인하며 스스로의 발전에 놀라기도 하고 동심으로 돌아가 축제를 즐기며 스스로 마을 발전을 일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였다.

조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각자 떨어져 있다보니 주민들 간 소통이 어려움이 컸습니다. 이를 해결하고 마을이 행복하고 주민들 간 화합을 높이기 위해 주민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습니다”라며 “주민들이 외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마을을 가꿀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만큼 이제 마을 발전을 위한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반교마을은 ‘반교할매화가들’과 ‘돌나무예술단’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농촌치유마을을 계획하고 있다. 농촌의 자연환경 속에서 직접 그림을 그리고 가구나 공예품을 만들어 가면서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교할매화가들 회원 중 한 할머니는 미술치료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마을주민들의 역량을 단단하게 갖추고 차근차근 계획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조 이장은 “마을이 역량이 없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갑자기 큰 지원이 들어오면 외부 전문가들에게 마을이 휘둘리고 제대로 활용도 못하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우리 마을은 차근차근 주민들의 역량을 높이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하나 둘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