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면 김애마을 외롭고 고독한 느티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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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면 김애마을 외롭고 고독한 느티나무 이야기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7.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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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이야기를 나눠야

서민 삶과 함께 한 나무

‘생의 빈 바닥을 아파할 때/저녁나무는 이 세상 어디선가/갑자기 울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서 있나 봐요’ 시인 황지우는 ‘거룩한 저녁나무’에서 이렇게 말한다. 너무 고독해 울고 싶었던 느티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고스러졌다. 고독했던 나무는 한 주민에 의해 벗을 얻어 서로 의지하며 마치 한 몸인 것 같은 연리지가 됐다. 홍동면 금평리 김애마을(이장 최창범) 느티나무 이야기다.<사진>

나무의 수령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없다. 대략 300년 정도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느티나무집 손자라 불리던 이운학 씨는 느티나무에 대해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 집을 떠받치는 나무라 생각했고 느티나무 아래는 동네 사랑방이었다. 어렸을 때는 느티나무 밑에서 자고 있으면 삼촌이나 아버지가 나를 번쩍 들어 방에 뉘이고는 했다. 또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밀대 방석을 깔고 앉아 새끼를 꼬는 장소이기도 했다.”

마을의 정자나무가 고스러지기 시작한 것은 얼추 12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나무는 혼자 시름시름 앓더니 한 개의 가지만이 겨우 살아 누가 봐도 볼품이 없는 나무가 됐다. 이 씨는 마을의 정자나무를 벨 수도 팔 수도 없었다. 어느 날 나무를 오랫동안 심었던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소나무를 살릴 수는 있어도 느티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그 나무꾼이 말하기를 “그런데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이렇게 수종이 하나만 있으면 오래 살지 못한다. 외로워서 죽는다. 그 옆에 큰 나무를 심으면 살 수도 있다. 물론 믿지는 말라”고 말했다. 이 씨는 반신반의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이 비어 있던 2년 동안 더 고스러지는 것 같았다. 결국 이 씨는 사비를 털어 200만 원을 들여 나무를 심기로 했다. 20년 생 느티나무를 심었다. 느티나무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4~5년 전으로 지금은 마치 연리지로 착각이 일 정도다.

“나무꾼의 얘기가 범상치 않았고 나무를 다루는 일이 생명을 다루는 일이라 생각했다. 말년에 빈 집에서 2년 동안 고독하게 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지금 나무가 잘 자라는 모습을 보니 좀 더 일찍 나무를 심어줬으면 그 기를 받아 더 오래 사실 텐데 하는 생각에 후회가 된다.”

나무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나무꾼의 말에 깊은 철학이 담겨있다. 울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기댈 몸을 내주고, 그늘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내주며 주민들의 삶과 함께 했지만 정작 나무 자신은 나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시름에 겨운 시간들을 보냈다. 이제 나무는 이웃 느티나무를 의지해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나눈다. 마치 우리네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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