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떡은 달지 않고 깊은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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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떡은 달지 않고 깊은 맛이 있다"
  • 이은주
  • 승인 2010.02.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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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떡집 운영하는 일본인 오다케다카코 씨

쌀을 찌는 솥에서 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금새 떡집 한가득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곱게 빻아 한 김 쪄낸 쌀을 성형 틀에 밀어넣자 동그란 구멍으로 흰 떡이 먹음직스럽게 뽑아져 나온다. 끊임없이 뽑아져 나오는 가래떡을 잘라 바구니에 담는 떡집 아주머니의 손길이 분주하다. 막 뽑아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 하나 얻어먹으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니 익숙한 듯하면서도 서툰 한국어로 "뜨거우니 조심해요"라며 가래떡 하나를 집어준다.

올해로 한국생활 22년째 되는 오다케다카코(46) 씨이다. 1987년 남편 김양동(47) 씨를 지인의 소개로 만나 1년간의 열애 끝에 1988년 결혼했다. 갈산에 신혼살림을 꾸려 현재 1남 2녀를 두고 있다는 오다케다카코 씨.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끌려 국제전화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어왔다는 부부는 "처음 소개를 받고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며 신혼부부처럼 수줍어 한다.

남편과 함께 떡집을 운영한지 4년 됐다는 오다케다카코 씨는 "일본에도 경단이나 인절미 등의 떡이 있지만 한국 떡에 비해 너무 달다. 한국 떡은 달지 않고 깊은 맛이 있어 질리지 않는다"며 한국 떡 사랑에 푹 빠졌다.

특히, 설날에 먹는 떡국은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맛있다는 오다케다카코 씨는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금방 뽑은 가래떡을 넣어 만든 떡국이 너무 맛있다. 일본에도 떡국과 비슷한 일본식 떡국 '오조니'가 있다"며 "오조니는 버섯, 당근, 우엉, 닭고기 등을 넣은 맑은 간장 장국이나 된장국에 떡을 넣고 끓인 요리로 버섯은 '장수'를 의미하는 학과 거북이 모양으로 내놓는다. 기본국물은 최상급 가츠오부시와 다시마로 깔끔한 맛을 낸다"고 설명한다.

3남 2녀의 막내로 시집왔지만 위에 형님들이 서울에 살아 명절음식 준비는 시어머니와 함께 도맡아 한다는 오다케다카코 씨는 "처음 시집왔을 때는 시어머님 사투리가 심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해 힘들었지만 이제 한국생활 20년이 넘다보니 명절 차례상 정도는 큰 어려움 없이 해낸다"며 단 한가지 힘든 것은 김치를 담글 때 간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한다. 처음 시집와 김치 맛을 본 후 지금껏 김치 사랑에 푹 빠져 한국음식 중에 김치찌개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명절이 다가오면서 일본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는 오다케다카코 씨는 "5년전 찾아 뵙고 사는게 바빠 전화통화와 함께 선물로 김과 홍삼을 보내드리고 있다"며 "부모님들이 한국의 김맛에 반해 아껴 드신다고 작게 조각내서 드시고 홍삼의 효능이 좋아 흰머리가 검어진다며 기뻐하신다"며 한국에 홍삼과 김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명절을 맞아 친정부모님께 인사말을 부탁하자 󰡒불교신자이신 친정 어머님이 항상 가족을 위해 기도하신다. 두분 모두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바란다󰡓며 눈가를 훔친다. 이어 󰡒시어머님과 시댁식구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 모두 2010년 아무 탈없이 건강하고 항상 마음이 행복한 한해가 되길 바란다󰡓며 정월대보름 보름달 만큼 환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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