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을 위해서도 대북 쌀 지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상태바
농민을 위해서도 대북 쌀 지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 전만수 경제학박사
  • 승인 2010.07.30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만수(경제학박사)
쌀 문제가 심각하다. 풍년을 기원해야 함에도 풍년이 반갑지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 과거 보릿고개 시절을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 같으나 현실이다. 쌀 재고의 누증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쌀값이 오를 때이나 그 반대다. 80kg 한 가마에 13만 원대 가격이고 그나마도 판로가 없다. 비축농이나 농협이나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올해 말 쌀 재고량은 140만 톤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0만 톤에 비교하면 1년 새 40만 톤의 증가가 예상된다. 매년40~50만 톤에 이르던 대북지원이 중단 되면서 연간 약 40만여 톤의 재고 누증이다. 게다가 쌀 소비량은 꾸준히 줄고 있다.연간 1인 쌀 소비량이 2005년 80.7kg에서 2010년 현재 72.5kg으로 10%가량 줄었다. 관세화 유예조건으로 의무수입물량은 계속 늘어 금년에는 32만 톤을 들여와야 한다. 더군다나 쌀 재고 관리비용도 만만치 않다. 10만 톤에 약 300만원씩 소요되므로 금년 유지비용이 4200억 원이나 필요하다.

정부는 쌀 문제의 대책으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쌀 막걸리 이외의 가공식품 다각화는 신통치 못하다. 논에 타 작목재배 권장유인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관세화 추진을 표방하고 있으나 더더욱 어려운 문제이다. 당초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시 당장 물량압박이 덜한 관세화 유예조건으로 의무수입방식을 택한 만큼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 관세화로 전환하면 미국산 쌀값이 우리 쌀의 5분의 2수준인 점을 고려할 때 시장교란이 우려된다. 그리고 안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농민단체가 동의하기가 더더욱 어렵다. 외국에 대한 현물원조 또한 관세화 유예조건 선택으로 자유스럽지 못하다.

그렇다고 쌀 재배를 포기할 수는 없다. 쌀 농업 문제는 단순한 시장원리로 접근할 수 없다. 주식인 쌀은 식량안보차원에서 유연성을 가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산비가 3배가되든 10배가 되든 기본적인 생산량은 유지되어야 한다. '농자 천하지대본'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농민은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의 근본이다. 더군다나 현재 농업인구는 전체인구의 6.6%에 불과하다. 국가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그리고 경제발전 과정에서 도시화 이익에 대한 상대적 박탈을 일부라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쌀시장의 수급안정, 가격안정, 농가소득보장의 정책수단으로 가장 유용한 대책은 북한에 쌀 지원을 재개하는 것이다. 산술적으로 년 간 40만여 톤을 지원하면 수급 불안은 제거된다.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도 살리고 우리 농민도 살리는 방식이다. 그이상의 정책효과와 명분을 압도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래 '실용외교'원칙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하게 경직되어 왔다. 급기야 천안함 사건으로 더욱 골이 깊어져 위기가 고조된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될수록 민족적 통일과제는 멀어지고 주변국들은 상대적으로 즐거움이 있는 게 아니겠는가? 그리고 흔쾌하지는 않지만 천안함 사건은 'UN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으로 외교적으로 일단락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국제외교란 힘의 논리인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다고 냉전시대로 회귀할 수는 없다. 결국 남북 간의 대화는 빠를수록 좋다. 의연하게 인도주의 차원의 명분으로 대북 쌀 지원 재개를 촉구한다. 과거 미국이 밀의 과잉생산으로 밀재배농민들의 소득보장과 가격안정을 위해 시카고 앞 바다에 버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PL480'이란 이름으로 수장시키던 밀가루를 우리나라에 원조 하였고 밀가루에 익숙해진 입맛으로 결국 오늘날 최대의 밀가루 소비국이 되지 않았는가?

쌀 소비 진작을 위한 정부의 대책과 농민과 농협 그리고 지자체의 노력은 단기적 처방일 뿐만 아니라 제로섬 게임 입장에서 보면 전체 물량 소화에는 큰 의미가 없다.

'풍년'은 전통적으로 농자뿐 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바람이었고 국가기운의 길조의 상징으로 인식 되어왔다. 그런데 농민도 농정당국도 풍년이 반갑지 않은 형국이 되었으니 아이러니이고 딜레마다.

더 이상 좌고우면 할 때가 아니다. 정책수단은 항상 타이밍이 생명 이다. 통일 비용차원의 논의는 접어 두자. 기왕에 청와대도 친 서민정책을 표방하는 만큼 서민중의 서민인 농민의 걱정을 해소하고 어려움에 직면한 동포를 구휼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북 쌀 지원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