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시한부 삶, 좌절 없이 희망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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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시한부 삶, 좌절 없이 희망 싣고 달린다
  • 이은주 기자
  • 승인 2010.12.3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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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별 인터뷰> 택시운전기사 유세종 씨의 폐암 투병기


"내게 주어진 삶, 기약 없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 놓지 않고 아낌없이 충실히 살다 가고 싶다."

15년간 무사고로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유세종(61) 씨의 말투와 몸놀림만으로는 폐암에 걸린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모습이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유 씨는 젊은 시절 대한통운에서 근무하며 25세때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두고 나름대로의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나갔다. 하지만 행복함도 잠시, 결혼 10년만에 교통사고로 부인과 사별한 유 씨의 험난한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시 어린 3남매를 돌보며 당뇨와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의 병수발을 하느라 유 씨는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17년 전,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유 씨는 지금의 부인과 재혼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지만 하늘은 무심했다.

가슴에 통증이 느껴져 병원을 찾은 유 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유 씨가 폐암선고를 받은 것은 2008년, 폐암 2기에서 3기로 진행 중이라는 것. 유 씨는 바로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두 달 간 입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았다. 현재 유 씨의 병세는 암 진행상태가 정지된 상태로 일주일에 한번 씩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폐암 선고를 받은 후 멍한 상태로 막막하기만 했다. 하지만 아이들 생각에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두 달 간 입원치료를 끝낸 유 씨는 퇴원 후 통원치료를 하면서 또다시 택시를 몰고 생업전선에 나섰다. 아픈 몸을 이끌고 유 씨가 생업전선에 나서게 된 것은 자식들이 아끼고 모아 둔 5000만원을 병원비에 보태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얼마동안인지 모르지만 주어진 삶에 충실하고 싶기 때문이란다.

유 씨는 "무엇보다 암 선고로 인해 나약해진 마음을 먼저 다독여야 했다. 흔들림 없는 의지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운전대를 잡게 됐다"고 강한 의지를 보인다.

때로는 구토로 인해 힘든 순간도 있지만 아직은 견딜 만 하다는 유 씨는 "지나 온 삶에 대한 미련이나 큰 아쉬움은 없다. 다만 남겨질 가족들에게 미안할 뿐"이라며 "아직은 닥치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벌써부터 걱정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사람들 곁에서 함께 웃고 떠들며 끝까지 희망 잃지 않고 지내면 언젠가는 건강하게 완쾌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유 씨가 운전하는 택시 번호가 1004번이다. 유 씨의 생일 또한 1월 4일. 천사(?)와 유 씨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신묘년 새해, 견딜 수 없을 만큼 외로움과 절망이 시시때때로 찾아와도 유 씨가 결코 좌절하지 않는 것은 아름다운 마음의 착한 천사가 유 씨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오늘도 희망 가득 싣고 달리는 유 씨의 앞날에 밝은 서광이 비춰지길 바라는 마음은 유 씨를 아는 모든 이의 마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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