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조 꼬리'에 대한 수런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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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 꼬리'에 대한 수런거림
  • 김선미 디트뉴스 편집위원
  • 승인 2011.0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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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5기가 기억해야 할 '장두노미'

세상에 나 홀로 비리는 없어, 언젠가는 밝혀지리라
'장두노미(藏頭露尾)'(감출 장, 머리 두, 드러낼 노, 꼬리 미). 머리 나쁜(?) 타조가 쫓기게 되면 머리를 덤불 속에 처박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쩔쩔매는 모습에서 생겨난 말이라고 한다. 진실을 밝히지 않고 숨겨두려 하지만 이미 그 실마리는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른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우리 속담의 좀 유식한 표현인 셈이다. 그런데 이 미욱한 동물이 꿩인 줄 알았더니 타조란다.

지난 2001년부터 매년 한 해를 상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해온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다. 대학교수 212명이 투표한 결과 41%가 '장두노미'를 선택했다. 교수들은 올해 4대강 논란, 천안함 침몰, 민간인 불법사찰, 이른바 영포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예산안 날치기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오히려 진실을 감추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 단어를 택했다. 공정 사회를 외치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신랄한 풍자다. 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유행가 가사처럼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잊혀지겠지"가 아니라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리라"는 것을 함축하고 있기도 하다.

공정사회 외치지만 머리만 처박은 타조처럼 쩔쩔매
정부의 '장두노미'는 시간이 흘러 밝혀질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민간 5기로 들어선 올해 일부 민선 4기 단체장들의 재임 시 비리, 부패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계속 직을 유지하고 있었으면 아마도 영원히 묻히거나 아니면 축소됐었을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방 정부의 단체장들이 교체되며 재임 시 비리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 중 압권은 구속된 이대엽 전 성남시장 일가의 비리가 아닌가 싶다.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 이대엽 전 시장의 재임기간 동안은 󰡐비리 백화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금과 달러, 1천만 원이 훌쩍 넘는 양주, 포장도 뜯지 않은 수십 수백 개의 핸드백, 넥타이가 쏟아져 나온 그의 자택은 '열려라 참깨!'의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둑'의 동굴 못지않았던 모양이다. 알리바바가 처음 도둑들의 동굴을 보고 놀란 것처럼 검찰도 놀랐다고 한다.

배우 출신으로 포장된 이미지만 접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전시장 일가의 전방위 비리혐의가 놀라운 일일지 모르겠다. 하기야 이런 경우가 어디 한 두 번이라야 놀라기라도 하지 이제는 더 이상 놀랄 기운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감추지 못한 타조의 꼬리가 벌거숭이로 만천하에 드러났듯 성남 지역에서 '이대엽 왕조'의 비리소문은 이미 무성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의 무리들만 자신들의 꼬리가 밖에 나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알리바바와 도둑'의 동굴 방불케 한 전직 시장의 집
단체장이 바뀐 대전의 일부 기초단체들도 이러저러한 말들이 나돈다. 아직 단체장이 구속되는 불행한 일은 없지만 재임 시부터 문제가 됐던 사안들이 하나 둘씩 냄새를 풍기며 베일을 벗고 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뜻을 모른 채 읽으면 아름다운 장미 꽃향기가 나는 이 단어를 위정자들을 비롯해 비리의 온상처럼 비춰지고 있는 선출직 단체장들이 '사무치도록' 기억했으면 좋겠다. 감춰지지 않는 '타조의 꼬리'를 말이다.

혹 모르겠다. 머리 좋은 이들은 머리만 처박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꼬리도 단단히 숨길지도. 하지만 꼬리가 하나뿐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메두사 머리처럼 서로 얽혀 있으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세상에 '나 홀로 비리'라는 것은 없다. 뇌물을 받은 사람이 있으면 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제 출범 6개월, 벌써 타조의 꼬리에 대한 수런거림이 들린다. 환청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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