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329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33> “그러나 당신도 사촌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습니까? 제가 친구인 그분을 데리고 오는 것이 뭐가 나쁜 것입니까?”“내 동생은 순번을 기다려 코트를 사용합니다. 그렇다고 그분에게 순번을 기다리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곳에 경기를 하러 온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아 국회의원이 오니까 두 곳의 코트를 비워 달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인 겁니다.”“국회의원이 우리 회사의 코트에 와 경기를 한다는 건 좋은 선전효과가 되는 셈이죠. 저는 그런 점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그런 건 아니지만……”최고인은 자신의 의도에 쐐기가 박히자 얼굴근육이 굳어졌다.“어떻든 결과적으로 보아 회사의 입장에선 결코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순 없잖습니까? 왜 여러분들은 그분의 일을 좀 더 따뜻한 눈으로 보아 교육 | 한지윤 | 2016-11-08 09:5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32> 아니,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해야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생과자를 덥썩 물고 있는 가관의 장면인 줄을 알았더라면 어머니는 기겁하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저 편 남자 쪽에선 얼마나 흉보게 될 것이냐고 안절부절 못해 할 것이 아닌가.소영이는 그러나 그러한 모습의 자신이 마음에 들어 색시로 삼겠다는 청년에게 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호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소영이의 심정이 마치 외로움에 휘말려 있는 종류의 그런 감정이었는지도 모른다.돈 많은 집 자식인 최고인 에게서 냉혹하고 오만한 굴욕을 당한 그녀로서는 더더욱 그러한 감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그러나 소영이는 이내 혼담을 포기해 버렸다.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는 그녀로서는 사진 한 장으로 느닷없이 인생이 급선회 해 버리는게 이 교육 | 한지윤 | 2016-11-07 11:40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31> 소영이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온 때는 저녁 7시 반이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낮부터 딸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던 모양으로 몹시 언짢은 기분이 되어 있었다.“어딜 갔다 오는 거니?”“남자 친구들을 만나 별장에 가서 놀고 있었는데요.”어머니는 실은 걱정이 되어 아버지와 동생을 밖에 찾으러 내보냈었다. 그런데 동생 규형이는 동생대로 어디론가 새 버렸고, 아버지는 엉뚱한 곳만 찾았는데, 할아버지는“아아니, 소영이는 저녁 때가 되면 배가 고파서 돌아올건데 웬소동이냐, 소동은……”하고 태연자약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애가 잔뜩 타서 조마조마했던 것이다.“어떤 별장인데?”“살림 맡아주는 할멈이 귀찮아 어디론가 나가 버려, 남자들 둘이서 점심도 해 먹지 교육 | 한지윤 | 2016-10-25 13:3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30> 별장은 30평 정도의 꽤나 돈을 들인 흔적이 보이는 호화스런 건물이었다. 건물에 비해 내부는 두 청년이 며칠 동안 머무는 동안 제멋대로 지냈는지, 어지럽혀져 있었다. 마치 정신 분열증 환자의 병실처럼 눈이 어지러울 만큼 여기 저기 되는 대로 가재 도구들과 일용품들이 흩어져 있었다.호의적으로 보아 준다면, 실내는 젊음이 지닌 왕성한 생명감이 가득 넘쳐 나 있었고, 악의적으로 말한다면 게으르고 쓰레기더미 같이 엉망진창의 더럽기가 이를데 없는 소굴같았다. 바나나 껍질· 파이프담배· 깡통· 부숴진 시계· 톱· 구겨진 영화잡지· 레코드 판· 촛대· 먹다 남겨 말라빠진 라이스카레의 접시· 파자마· 회중전등· 바둑판과 흑백의 돌· 자전거의 튜브, 펌프 등 온갖 잡동사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어 방바닥도 소파도 보이지 교육 | 한지윤 | 2016-10-17 11:16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9> 어머니는 중년 특유의 다소 비대한 몸이었으므로 땀을 많이 흘려 하루에도 몇 차례씩이나 샤워를 했으며 여관에서 주는 욕의는 싸이즈가 맞지 않았으므로 집에서 가져 온 욕의를 입고 느릿한 몸짓으로 창가의 등의자에 앉아 있기를 좋아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바둑을 두고 동생 규형이는 소설을 읽거나 한다. 규형이는 가족 휴가에서 간혹 빠져 버리는 때가 있기도 했다. 흥정을 해서 얼마만큼의 용돈을 타 내게 되면, 식구가 모두 떠나 버린 텅 빈 집안으로 친구들을 떼거지로 불러 모아 더 신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가족들이 휴가 온 다음날 점심 무렵, 소영이는 흘러내리는 땀만큼 따분해서 산책길에 나섰다.내리 쬐는 직사광선은 살을 뚫을 듯이 따갑지만 나무 그늘에는 시원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날이었다.소영이는 교육 | 한지윤 | 2016-10-09 14:32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8> 그의 집은 담장 너머로 정원수가 있었고 정적이 감도는 오래된 한옥이었다.마치 약속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 한훈찬씨가 마악 대문을 나오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새빨간 다알리아 꽃다발이 들리워져 있었다.그는 소영이의 얼굴을 발견하자 잠시 놀란 듯 하다 서슴없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잘 지냈나? 외교관 보이 프랜드는 그 뒤 계속 만나고?”그가 나즉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남자 나쁜 사람 이예요. 아주 엉터리 녀석이죠.”소영이는 침착하게 대답하고 나서 “어디 나가시는 거예요?”“음……근처 가까운 곳에 가볼 일이 있어서……아, 그런데 함께 갈수 있을지……”“제가 따라가도 지장이 없으실는지……”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아저씨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분이세요.” 교육 | 한지윤 | 2016-09-30 11:51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7> 곤경에 처해 있을 그 때, 길 저편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 왔다. 소영이는 말에서 내려 얼른 뛰어나가 손을 흔들었다.“무슨 일이시죠?”나무 그늘 사이의 여린 햇살에서도 눈이 부실만큼 희디 흰 셔츠를 입은 젊은 청년이 의아한 듯 말했다.“자동차 사고가 아니라 타고 있던 말이 움직여 주지 않아서……”“끌어내 드릴까요?”훌쩍 말에서 뛰어 내린 청년은 의외로 키가 큰 편이었다. 그는 다소 사나운 듯한 눈매를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풀숲에서 풍겨 나오는 풀향기와 훈훈한 열기뿐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다만 들새들의 노래하는 소리가 머리 위의 나뭇가지에서 들려왔다. 소영이의 가슴에 갑자기 한훈찬씨의 일이 떠올랐다. 그는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내게 친절을 베풀고 있는 것일까. 지금 소영이가 잠시 동안이 교육 | 한지윤 | 2016-09-27 11:2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6> 곧 식사가 고급스럽게 나오고 약속대로 아직 기름기가 지글지글 타는 소리를 내고 있는 커다란 비프스텍이 나왔다.“다 먹어 낼 수 있을까? 그만큼……”“거뜬히……”“맛있어요!”소영이의 혓바닥은 감격했다. 그는 생선회를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있다.“남자 친구는 많이 있겠지?”“만나보고 싶으신 모양이죠?”“음, 그래. 만나보고 싶군. 젊은이는 물론 나이 든 남자도 있겠지……”“있지요”“농담? 정말?”“때때로 전부 진짜일 수 있는 걸요.”슬리퍼만큼의 비프스텍을 절반쯤 먹고 나자 식성 좋은 소영이도 서서히 물리기 시작했다.“아주 볼륨이 있는 걸요. 이 비프스텍.”“젊으니까 그 정도는 다 먹을 수 있겠지……”“다 먹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무리해서 먹으면 얼굴에 여드름이 나 교육 | 한지윤 | 2016-09-12 15:4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5> “꽤 까다로운 아가씨군, 그래. 이름은 한훈찬, 나이 40세, 주소는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동. 그 정도면 되겠소?”사나이는 고급 안경을 왼편 손가락으로 치켜 올리며 말했다. 입고 있는 더블 단추의 신사복이 꽤 값나가는 고급 옷으로 보였다.“직업은요?”“증권업.”“브로치를 사 준 동기는요?”“직업은요?”“증권업.”“브로치를 사 준 동기는요?”“심문을 받는 것 같군, 그래. 하긴 그대가 아직 발랄한 아가씨니까……”소영이는 의아스럽다는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 보았다. 한훈찬 이라고 자기 이름을 말한 이 사나이도 소영이를 쳐다보았다.“별로 신용할 수는 없지만 함께 가기로 하죠.”“생각 잘 했어요.”“아가씨에 대해서도 좀 얘기해 줄 수 없을까? 어떤 여자인가……”“웨스트, 교육 | 한지윤 | 2016-09-02 19:0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4> 젊은 경찰관 역시 울적한 기분인 터에 젊은 남녀가 키스하는 장면을 보고 울화통이 터졌는지 모른다.카페골목에서 그녀들에게 우혹의 손을 뻗쳐 왔던 불량한 사내들도 이 음산한 주말을 처치하기 곤란해 협박적인 태도로 나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불량배도 경찰관도 모두 저 구부정한 걸음걸이로 사라져 간 외국인 마도로스처럼, 인생에 대해 그 어떤 변화가 올 것이 아닌가.소영이는 그것이 슬펐다. 무기력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딱 질색 이었다. 그렇게 인생이 처량해진다면 스스로 폭발해 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를 것이었다. 불량배를 때려 준 것도 경찰과 키스를 한 것도 이 삭막한 겨울 날씨에, 게다가 숨막힐 듯한 청춘이, 마음구석 어딘가에 뜨겁게 살아 있는 청춘의 의미를 인생의 한 매듭으로 남기고 싶 교육 | 한지윤 | 2016-08-26 11:17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3> 그러나 언제나 그렇게 잘 된다고만 할 수는 없다. 상대 녀석들의 허점이 없었다면 꼼짝 못하고 다시 붙잡혔을지도 모른다. 위험했었지.그러한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소영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소영이의 집 근처에도 파출소가 있다. 그 등불이 보였을 때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반사적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소영이는 그런 자신이 우스워 혼자 싱긋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이었다. 소영이는 파출소 현관 앞에 동생 규형이가 웬 여자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긴장이 되어 발소리를 죽이면서 가까이 다가갔다.“외진 곳에 숨어서 키스를 하고 있다면 그건 문제야. 그런 것쯤 알고 있겠지?”“왜 안 된다는 거죠? 그게 나쁘다고 어디에 써 있기라도 해요?당신이 본 것만으로도 걸려들 것도 없고 하기야 누군가에 교육 | 한지윤 | 2016-08-22 11:0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2> “갈지 안 갈지는 걸어가면서 결정할 테니까 마음 푹 놓으라구……”소영이가 대범하게 말했다."O K."사내들은 껄껄 웃었다.소영이는 연숙이와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어쩔 판이야?”연숙이가 속삭였다.“지금 여기서 잽싸게 도망을 쳐도 곧 붙잡히겠지?”소영이가 말했다. 주위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이곳은 늘어선 카페의 뒷골목 사이로 뚫린 길이다. 소영이는 연숙이의 귀에다 대고 무엇인가 속삭였다.“알았어? 신호를 하면 용기를 내는 거야.”“으응.”연숙이는 마른 침을 삼켰다.뒤에서 불량 사나이들이 저희끼리 소영이와 연숙이의 육체 품평을 하고 있었다.“오른 쪽 것은 히프가 굉장히 큰데?”여성 목소리로 변성한 사내의 말소리가 들려 왔다. 오른쪽이란 연숙 교육 | 한지윤 | 2016-08-18 17:3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1> 소영이가 연숙이에게 말했다. 연숙이는 그 사나이를 흘깃 쳐다보고는,“그만 두는 게 낫겠어, 저 관상을 보니 꽤 밝힐 타입인 걸……”그 때 입구에서 미국인 같은 젊은 남녀 셋이 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소영이는 아무렇지 않게 유리컵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 그 외국인 마도로스 바로 맞은 편 자리로.그는 지금 막 들어오는 미국 젊은이들을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담배가 길게 타들어가 담뱃재가 푸석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그는 이상한 눈빛을 하고 있다.“어느 나라 국적이시죠?”소영이가 불쑥 영어로 말을 걸었을 때 저편 연숙이는 앉은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넌 왜 그리 주책이 없니’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네덜란드입니다.”“서울엔 친구 교육 | 한지윤 | 2016-08-04 17:05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20> 춥고 음산한 날씨이긴 하지만 다행이 오늘은 금요일이어서 오후의 강의가 없는 날이다.“저녁 식사하러 명동에라도 나갈까?”소영이는 연숙이를 꾀었다.“너도 요즘엔 아주 궁해졌나 보지? 강의가 없는 오후인데도 모처럼 함께 놀러갈 흔해 빠진 남자 녀석 하나 없으니……”연숙이는 소영이를 건드렸다.“그래 사내 녀석들 도무지 시시해서……”“어이쿠! 제법인데……”“잔소리 말고 뭐 좀 먹으러 가자. 잘 아는 집 없어?”“하기야 넌 걱정이라든가 궁색 떠는 따위는 모르는 아이니까……”입씨름 끝에 두 사람은 4시경 명동으로 나갔다. 소영이의 숙모가 그 곳에 거주하고 있었으므로 그곳 지리에는 밝았다. 명동 중국 대사관 앞 거리의 중국음식점들 중에서 싸고 맛있고 양도 푸짐한 집을 소영이는 잘 알고 있 교육 | 한지윤 | 2016-07-28 11:29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9> “너하고 결혼하고 싶지 않은 걸.”“그래?”유일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난 아직 어느 누구하고도 결혼하고 싶지 않아.”충격을 받았는지 유일호가 소영이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소영이는 그것을 피했다.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다. 유일호는 소영이를 뒤쫓았고 두 사람은 빠른 속도로 병원 앞뜰의 경사가 완만한 잔디밭을 단숨에 뛰어 소나무 숲이 있는 데까지 달렸다. 꽤 긴 거리였다. 병 후이긴 했지만 다리가 긴 유일호에게 붙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소영이도 숨이 찰 수밖에 없었다. 유일호는 숨이 턱까지 차서 헐떡거리며 소영이가 멈춰 선 곳까지 오자, 그는 지나치게 달렸던지 그만 잔디밭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어쩌면 각혈이라도 하지 않게 될까 생각하면서 소영이는 유일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의 교육 | 한지윤 | 2016-07-21 12:06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8> 그리고 느꼈다. 그것은 병원 특유의 약내음과 결핵균의 맛을 지닌 기묘한 키스라는 것을.“네가 있다는 사실, 내겐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 줄 넌 잘 모를 거다……”유일호는 마치 헛소리라도 하듯이, 소영이의 다소 느러뜨려진 머리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달빛을 받아 유일호의 야윈 얼굴은 마치 귀신처럼 보였다. 소영이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요양소 안에서 살아가는 유일호에게 소영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처절한 병고와 대결 할 수가 있다면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소영이는 조심스럽게 그 영광스러움을 마음 속으로 어루만져 보았다. 그러나 소영이의 마음은 동시에 유일호를 냉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좋아하는 척 해준다면……?’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다시 그녀의 악마적인 마음은 언젠가는 그 무엇 교육 | 한지윤 | 2016-07-14 10:4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7> 날을 잡아 소영이는 병원에 면회를 하러 갔다. 사회의 희생자가 되어 쓰러진 이 가련한 영웅에 대한 선물은 한 통의 치즈와 세가지 빛깔의 오랑캐꽃을 담은 자그마한 꽃광주리였다. 국립요양소의 호텔같은 현대적 건물은 바닷바람과 햇볕을 받아 싱그럽고 조용했다.여윈 얼굴에 수염을 기른 일호의 얼굴을 보자 소영이의 가슴은 갈기길기 찢겨 지는 것 같았다. 일호는 수술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서 바다를 볼 수 없었다. 병원 뜰은 소나무 숲을 사이에 두고 바닷가로 곧장 이어져 있어, 귀를 기울이면 밀려오는 파도소리도 들려왔다. 그러나 일호는 찢겨진 창문을 통해 달빛이 스며 들어오던 시골마을의 그 날 밤처럼 조용히 가슴에 손을 얹고 깍지끼운 채 천정만 바라 보고 있었다.지금 그의 손을 잡으면 설마 자는 교육 | 한지윤 | 2016-07-07 11:03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6> 이 부근의 농가는 산간에 있는 조그만 토지를 경작해 왔는데, 워낙 땅이 메말라 있어 아무리 화학비료를 주어 봤댔자 큰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신경통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억지로나마 겨우 일을 하고는 있지만 무릎이 시큰거리고 손목도 아파서 앞날의 일이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셋인데, 맨 첫째가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고 부인은 또 임신을 해 배가 불러 있었다. 그 외의 식구로 귀머거리나 다름없는 노모가 있다고 했다.농가의 밤은 빨리 왔다. 8시쯤 되자 벌써 마을 사람들은 잠자리에 드는 듯이 보였다.“당신들 둘이서 함께……?”하고 할머니가 넌지시 소영에게 물어 왔다.“네 괜찮습니다.”소영이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이것이 시대의 새로움인가. 집 전체 교육 | 한지윤 | 2016-06-30 14:18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5> 드디어 소영이에게도 애인이란 존재가 생겨났다는 점이 아니겠는가.이 청년은 유일호라는 대학생이었다. 지난 해의 일이었다. 소영이는 S대학교 1학년이던 유일호군과 오랜만에 해후하여 다방에 틀어박혀 여나문 시간이나 졸업 이후의 얘깃거리들을 되새기며 만난 적이 있었다.유일호의 집은 부친이 사법서사를 하고 있는데 그는 언제나 학년 전체에서 수석을 해 왔었다.그럼에도 그의 모습에서는 천재들만 모인다는 S대학교의 입학시험이라는 괴물과도 같은 압박감이라곤 전혀 느껴 볼 수 없이 활달했다.그 날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 최초의 시험이 끝난 직후 곧 시내동쪽에 있는 벽촌으로 리포트 작성차 1박 2일 다녀 와야겠다고 소영이에게 말했었다.“왜 하필이면 벽촌으로 가니?”“찌들게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인간이 교육 | 한지윤 | 2016-06-23 13:47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14> “그래? 그렇다면 좋지, 내 하숙집으로 가자!”나교수는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치뤘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이제 동전 몇 개밖에는 남지 않았다, 정말 돈이 없는지 어떤지는 의문이라고 소영이는 생각했다, 어쩐지 이런 남자라면 자신의 봉급을 겨드랑이 밑에 숨겨 두고 다니기 때문에 여자가 돈을 우려낼 수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밖으로 나왔을 때 비는 이미 그쳐 있었고 거리는 인파로 한창 북적거리고 있었다.“전 함께 가지 않겠어요.”소영이가 말을 했다,“그 앨 돌려 보내요! 나 혼자가 아니면 같이 안 가겠어요.”“넌 돌아가!”사나이는 아방가르드에게 명령했다,“오늘은 이미 선약이 되어 있어.”“난 돌아가라는 거예요?”아방가르드는 찢어지는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 교육 | 한지윤 | 2016-06-23 13:45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다음다음다음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