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새빨갛지만 달콤한 거짓말 무료한 일상생활이나 각박한 인간관계를 재미있고 활력 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가족구성원과 여행을 떠나거나 친구들과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놓고 예전의 추억을 안주삼아 농을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동료 교수들과 비슷한 취미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거나 학과 학생들과 끊임없이 썰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들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만드는 것도 나에게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이러한 여행, 맥주, 비슷한 취미, 그리고 썰렁한 농담 외에도 내가 즐겨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거짓말이다. 꽤 오래전 일이다. 둘째를 임신한 만삭의 아내가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물었다. “자기야, 나 어때?” D자형의 몸매를, 그것도 임신 전보다 15킬로그램은 족히 더 살찐 자신의 몸매에 대 감성노트 | 윤여문<청운대 교수 ·칼럼위원> | 2014-09-30 11:21 중독시리즈2(담배예찬) 중독시리즈2(담배예찬) 애증의 관계다. 이십년 이상을 담배와 함께 하고 있으니 애증의 관계란 표현이 적절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커피 잔을 들고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온다.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 근처의 가장 으슥한 곳이 나의 흡연 장소이다. 밤새 부족했던 니코틴을 폐부에 차곡차곡 쌓아놓고자 담뱃불이 필터에 닿을 때까지 알뜰하게 피운다. 때마침 음식물 쓰레기를 가지고 나온 아주머니를 만나기라도 하면, 나는 나쁜 짓을 하다가 갑자기 들켜버린 어린 아이처럼 흠칫 놀라며 스멀스멀 반대방향으로 걸어간다. 혹시, 내가 뿜어낸 담배 연기가 바람에 실려 그 아주머니에게 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한껏 긴장한다. 야구모자와 슬리퍼 차림으로 쓰레기 분리수거장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는 내 모습이 스스로 비참해 보이 감성노트 | 윤여문<청운대 교수 ·칼럼위원> | 2014-08-22 13:32 [감성노트] 오래된 시(詩) [감성노트] 오래된 시(詩) 기차가 데려다 준 곳은 절망의 세계/(...)/후회의 반은 내 몫이 아니야. 나는 그저 슬며시/뒤를 돌아본 것 밖에 없어 느끼한 명상 같은 가래침을/타악 뱉고 해가 떨어져 더 이상 곧게 거닐 수 없는 계단을 오른다/후회가 현실을 따라 잡을 수 없듯이/슬픔이 세월을 당해 낼 수는 없는 법/참을 수 없는 것은 어머니의 눈물….눈물….아아. 그/빌어먹을 눈물/끝내 생각 할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흙이 되어서 바람에 날리면 나는 시러배. 얘야, 나를/일으켜다오 이젠 그 지저분한 열정이 너를 좀 먹을/것이니, 너는 돌아오는 혼돈의 모가지를 낚아 챌 수 있을까 (윤여문 ‘명상’, 1998년) 주말을 이용해 이삿짐 정리를 하다가 예전에 써 놓았던 한 뭉치의 아주 오래된 글들을 우연히 찾았다. 먼지투성이 감성노트 | 윤여문<청운대 교수, 칼럼위원> | 2014-06-05 14:15 첫 눈에 반하는 사랑 첫 눈에 반하는 사랑 중학교 시절부터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문학을 좋아하면서 차츰 내성적이고 냉소적인 성격으로 바뀌어갔다. 나이에 맞지 않는 독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또래 아이들이 읽는 ‘소년중앙’이나 각종 무협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당연히 사춘기를 시작하는 계집아이들이 읽는 하이틴 로맨스 소설도 읽지 않았다. ‘읽지 않았다’ 보다는 오히려 ‘경멸했다’가 정확한 표현일 듯하다.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서 첫 눈에 반한다는 식의 ‘하이틴 로맨스 소설’보다는 내가 즐겨 읽는 작품들이 오히려 더 깊이 있다는 섣부른 우월감도 있었다. 첫 눈에 반하는 사랑? 정말 손끝이 오글거리는 일이었다. 유학시절 큰아이가 태어났다. 도와줄 가족이 전혀 없는 외국에서 아내와 단둘이 첫째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결코 감성노트 | 윤여문<청운대 교수, 칼럼위원> | 2014-05-08 13:33 [감성노트] 문신(文身) [감성노트] 문신(文身) 때때로 정렬된 사회적 관습이나 도덕적 기준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필자의 전공이 작곡이다 보니 자유로운 작품을 창작하려는 의도와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상식이 서로 상충되는 일이 가끔 발생한다. 내가 포함된 사회적 선입견에서 벗어나려는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잉태하려는 창작 본능과 연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은 어찌 보면 필연이구나 싶다. 내가 속한 사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유일한 반격은 수백 년 동안 이어져왔던 음악적 구조나 형식을 의도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나의 소심한 반항은 피력된다. 오래전부터 왼쪽 등에 어른 손바닥 크기의 멋진 문신 하나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도 이러한 ‘소심한 반항’의 한 표현이다. ‘소심한 반항’ 이외에 문신의 가장 큰 매력은 ‘영원하다’는 것과 ‘거칠다’, 감성노트 | 윤여문<청운대 교수․칼럼위원> | 2014-04-10 10:23 처음처음이전이전12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