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엽 전 홍주향교 전교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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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엽 전 홍주향교 전교 별세
  • 한기원 기자
  • 승인 2022.11.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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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교육문화발전에 큰 족적 남겨
왼쪽부터 환하게 웃고 있는 고(故) 이건엽 옹과 그의 아들 이영태 씨.

운암(雲岩) 이건엽(李健燁) 전 홍주향교 전교가 지난달 30일 105세로 별세했다. 고인(故人)은 2일 갈산면 운곡리 선영에 안장됐다.

이건엽 선생은 1917년 7월 2일 갈산면 운곡리 331번지에서 태어나 갈산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배재고보에 입학했다가 스승 심재원을 따라 전북으로 내려가 고창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범과 단기과정을 수료한 뒤 교사의 길을 걸어왔다. 20대에 잠깐 평양의 조선제철에서 용도주임으로 재직하다 28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갈산초등학교에서 교직에 첫발을 디딘 이후 갈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하기까지 38년을 갈산초등학교에서만 재직했고, 43년의 공직생활 마무리도 갈산초등학교에서 했다.

지난 2017년 갈산초등학교 100주년을 맞아 후배 동량들을 위해 뽑은 글귀 ‘수천년주 가만대량(竪千年柱 架萬代樑; 천년을 지탱할 기둥을 세우고, 만대 이을 동량을 채운다)’를 서예로 직접 써서 세우기도 했다.

부인 이기순(2016년 94세로 작고) 여사와의 사이에 5남 2녀를 뒀으며, 100세가 넘어서까지도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등 교육과 문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이다.

조국의 광복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학교유치 경쟁이 활발했던 1950년 당시 33세의 나이에 서부 중리지역에 중학교 유치운동이 시작되자 ‘백야장군이 태어나신 갈산에 중학교가 먼저 건립돼야 한다’며 각계각층을 찾아다니며 설파하고 사채를 얻어 쌀 50가마와 소 한 마리를 중학교 건립기금으로 쾌척하고 7년 동안 가족들 끼니 걱정을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를 계기로 면민들은 쌀 1650가마를 모아 1952년 갈산중학교를 건립 개교했다. 갈산중학교는 1951년 12월 4일 6학급으로 인가받아 개교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갈산중학교를 시작으로 가곡초등학교, 광성초등학교, 장동초등학교, 안면읍 신야초등학교, 갈산고등학교 설립을 주도했고, 이종성 충남방직 사장을 설득해 홍성에 혜전대학과 청운대학교 유치에 앞장서 추진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교직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에는 충남도청 유치와 백야 김좌진 장군 생가복원과 성역화, 홍주향교 전교, 홍주향토문화연구회, 홍주이씨종친회를 수년 동안 이끌며 홍성의 지역사 발굴과 각종 향토문화사업에도 앞장섰다.

2016년 5월 7일에는 갈산과 홍성지역 주민들, 가족과 제자들이 준비위원회를 구성, 갈산중학교 운동장에서 성대하게 백수연(白壽宴)을 열었다.

고인(故人)은 생전 대통령 면려훈장, 대통령 동백훈장, 교육부장관 공로상 3회, 도지사표창, 성균관유도회 공로상, 홍주문화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갈산초등학교와 갈산중학교 교정에 송덕비가 세워져 있다. 온 생애를 통해 자신보다는 이웃과 지역, 국가를 우선하는 정신을 실천하는 삶을 살아오며 가정은 늘 가난해 “7남매 모두를 대학에 진학시키지 못해 미안스럽다”고 글로 써 보여주며 삶을 살았다.

고(故) 이건엽 옹은 슬하에 아들 이영태, 기천, 기경, 기전, 기광과 딸 기희, 경미가 있으며, 열 명의 손(孫)과 네 명의 외손(外孫)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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