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갔던 제비, 어디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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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갔던 제비, 어디 갔을까
  • 모영선<생태학교 나무 이사장·주민기자>
  • 승인 2013.06.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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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늘아침'생방송에서 한집에 제비집 7채가 지어졌다며 인터뷰 요청으로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 식당을 찾아가며 제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제비는 30~40년 전에는 집집마다 한 개 이상의 제비집이 있을 만큼 대표적 여름철새였다. 우리의 삶에서 음력 3월 3일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에 와서 음력 9월 9일 떠난다고 해서 길조로 여겨졌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에서 은혜를 갚는 새로 알려진 제비, 우리의 삶과 함께했던'강남갔던 제비'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제비는 귀소 본능(歸巢本能-동물이 자신의 서식 장소나 산란 등을 하던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다시 그곳으로 되돌아오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새로 태어났던 곳으로 찾아와 사람이 사는 집 처마에 논에서 진흙과 짚을 물어다 기존에 있던 집을 수리해서 사용하거나 새로 집을 짓고 산란을 한다.

하지만 농촌지역의 주거환경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주택은 진흙이 잘 달라붙지 않는 시멘트나 콘크리트 벽면으로 이루어져 제비가 처마 밑에 집을 짓기 어렵게 되었다. 또한 제비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 제비를 20여 일 키워 둥지를 떠나게 하는데 이때까지 새끼제비들은 약 3주 동안 몸무게를 10배 이상 늘려야한다. 성장한 제비는 9월경에 가을이 되면 월동지인 동남아, 호주, 태평양 등 먼 거리를 이동하기 위한 체력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비들의 먹이 공급처였던 농경지 환경이 도시화로 인한 농지면적의 감소나 논과 농경지에 뿌려진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제비의 먹이인 벌레들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며, 농약에 오염된 벌레를 먹게 되면 제비도 나쁜 영향을 받아'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의 섭취로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거나 부화된 새끼제비들도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제비들이 번식지에서 겪었던 좋지 못한 경험이 학습되어 다음해 한국으로 돌아오는 제비들의 귀소율에 영향을 주어 제비의 개체 수 감소에 결정적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단순히 제비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 보다 더 큰 문제는 제비에게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과연 인간에게는 적합한 환경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논과 같은 경작지는 우리나라의 주식인 쌀의 생산 공간이며 제비나 다른 생명들에게는 중요한 서식지이자 사람들에게는 삶의 공간이다. 그러나 환경파괴로 제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데 과연 사람은 아무런 이상은 없는 것일까? 제비가 서식할 수 없는 서식지 환경을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고 말 것이다. 환경의 변화에 따른 제비의 감소만의 문제만이 아닌 자칫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주변의 동·식물들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방관할 것이 아닌 환경의 지표로써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친환경적인 삶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제비와 인간과 자연의 생명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친환경 삶의 방식을 실천하여 내년 3월 3일 제비가 박씨를 물고 홍성을 찾기를 기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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