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공원에 친일 작가 버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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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공원에 친일 작가 버젓이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4.1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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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찬양 김달진·유치환 민족시비공원에 작품 설치
만해 독립사상 의미 퇴색 지역 문화계 비난 여론

만해 한용운 생가 뒷산에 조성된 민족시비공원에 친일 행적이 있는 시인들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주민과 문학계에 따르면 홍성군은 지난 2005년 총 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결성면 성곡리 한용운 생가 뒷산 3200여평의 부지에 20여명의 유명 시인들의 시비가 세워진 민족시비공원을 조성했다.
시비공원에는 산책로를 따라 만해 한용운은 물론 신동엽, 이상화, 정지용, 조태일, 박두진, 김소월, 조지훈, 윤동주, 심훈, 이육사 등 저항시인으로 평가받는 근대 시인들의 작품이 기록된 20여기의 시비들이 설치돼 있다.
군은 민족시비공원 조성을 통해 만해의 투철했던 독립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족시비공원에 친일 행적으로 한동안 정체성 논란이 제기됐던 일부 시인의 작품이 포함돼 있는 것이 드러나 만해의 독립사상을 퇴색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시인은 유치환(작품 ‘바위’)과 김달진(작품 ‘씬냉이꽃’) 두 사람이다.
김달진 시인은 1929년 등단해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불교에 귀의한 뒤 일본정부 보조를 받아 일본을 시찰하는가 하면 전국을 순회하면서 일본시찰 결과를 주민들에게 보고·선전하는 강연을 벌인 행적이 뒤늦게 알려지며 지난 2000년대 후반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유치환 시인 역시 1931년 등단한 이후 북만주에서 거주하며 제일협화구락부 문화부에서 간행한 ‘만주시인집’에 박팔양, 윤해영 등 대표적 친일문인들과 함께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친일시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1942년 만주에서 발행된 친일성향의 일간지인 ‘만선일보’에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라는 글을 수록된 것이 밝혀지며 친일행적이 명백히 드러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두 시인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지 않았고 몇 편의 시 만으로 그들의 업적을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두 시인에 대한 친일논란은 국내 문학계에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 문학계 인사들은 민족시비공원에 친일 논란이 일고 있는 시인의 작품이 포함된 것은 만해의 사상을 훼손시키는 것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만해 한용운 선사를 기리기 위한 민족시비공원에 친일 행적이 있는 시인의 작품이 버젓이 서 있어 통탄스럽다”며 “최남선 등 변절자들과는 단호하게 인연을 끊었던 만해가 이 사실을 안다면 무덤에서 일어설 일”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인사는 “올해 만해 서거 70주기를 맞아 오는 6월 전국의 청년 문학도들이 만해 생가지를 찾을 예정인데 친일 논란이 있는 작가들의 시비를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겠냐”며 “이런 논란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 만큼 해당 작가들의 시비를 일단 철거하고 차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친일논란이 일고 있다 해서 설치된 작품에 대한 철거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며 “해당 시인의 친일 정황이 분명하게 드러날 경우 대책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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