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천 준설·정비 사업 ‘마구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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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천 준설·정비 사업 ‘마구잡이’
  • 김혜동 기자
  • 승인 2014.05.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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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읍, 우기 대비 하천 바닥 평탄·직선화 시행
환경단체 “토사·수풀 제거 수생태계 파괴” 주장

홍성군이 최근 홍성천에 대한 준설 및 정비 공사를 시행한 것과 관련,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하천 생태계 파괴 우려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홍성천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홍성읍은 지난 12일부터 열흘에 걸쳐 홍성온천에서 홍성우체국에 이르는 약 500m 구간에 대해 하천 밑바닥에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바닥을 평평하게 다지는 우기 대비 하천정비 공사를 시행했다.

홍성읍은 본격적인 우기에 앞서 홍수 시 홍성천의 범람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천 바닥에 누적된 토사를 걷어내기로 하고 정비공사에 군비 2000만원을 들여 지난 21일 해당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공사로 이전까지 수풀이 우거지고 곡선형의 물길이 형성됐던 홍성천 일대는 퇴적된 토사가 일부 걷어내지고 바닥이 평탄하게 다져진 것은 물론 주변의 수풀도 모두 제거된 상태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이번 정비공사와 관련 지난 2004년부터 군이 홍성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키 위해 추진해 온 ‘홍성천 되살리기’를 역행하는 무계획적인 사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성천 되살리기 사업을 통해 최근 각종 식물이 자라는 식생대와 어류나 조류 등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 환경이 조성됐었지만 이번 정비공사로 인해 그동안 정착돼 온 수생태계가 일시에 파괴됐다고 환경단체 등은 주장했다. 이들은 또 정비사업을 거치면서 작은 물길과 웅덩이들이 사라졌고 수량이 극히 부족한 홍성천의 특성상 여름철 고온현상 등으로 집단 물고기 폐사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적정 수량이 부족한 홍성천의 경우 바닥이 평평해지거나 물길이 직선화될 경우 용존 산소량이 극히 부족해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거나 수생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홍수 시 범람을 막기 위해 준설이 불가피했다는 홍성군의 입장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입장이다.

생태학교나무 모영선 이사장은 “홍성천이 범람을 하는 경우도 드물뿐더러 홍성천을 정비한다고 해서 보행로나 주차장 쪽으로 물이 들어차는 것을 막기도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이번 하천정비로 인해 물길이 직선화되면서 홍성천 하류인 옥암리 부근의 하천이 범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들의 모임’의 민양식 교사는 “요즘 타 지역에서는 실개천 살리기나 도랑 살리기 등을 추진하면서 생태하천으로 복원하려는 추세인데 홍성군은 그나마 안정을 되찾은 홍성천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홍성군은 향후 계획된 관련 하천 정비 공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안지영(56) 씨는 “자연스러운 물길이 조성되고 수풀도 우거져 미관적으로 아름다웠었는데 하천바닥이 다 드러나면서 홍성천이 황폐해졌다”며 “공사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느꼈던 자연친화적 안정감 등을 고려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읍 관계자는 “토사가 과도하게 쌓여 있어 여름철 우기를 앞두고 그대로 놔둘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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