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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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 최선경 <홍성군의회 의원>
  • 승인 2015.0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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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바쁘죠?”
의원이 되고 나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다. 얼마나 바쁜 가를 묻는 질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은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안부 삼아 묻는 형식적인 인사말이기도 하다. 나름 간단한 대답으로 ‘생각보다는 바쁘네요.’라고 답하면서도 여간 찜찜한 것이 아니다.

의원으로 당선되기 전에는 ‘도대체 의원들이 하는 일이 뭐냐’하는 불신이 가득했는데, 막상 의회에 들어와 보니 상황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1년에 공식적으로 회의가 열리는 기간은 80일, 매주 화요일마다 열리는 간담회를 포함하면 120일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단순하게 따져도 1년에 1/3만 일하고 의정비는 다달이 꼬박꼬박 받아가는 거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실상은 의정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한 시간은 딱히 정해놓을 수가 없다.

다이어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행사, 모임, 약속을 소화하노라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로 자료분석, 현황파악, 대안제시까지도 해야 하고, 더불어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들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할 수 없다. 결국 의사일정은 120여일 정도지만 그 나머지 시간은 오롯이 의정활동을 준비하는 데 쓰이기 마련이라고 밝혀둔다.

통상 지방의원이 해야 할 일을 딱 세 가지로 요약한다면 예산안 심의, 행정사무감사, 조례 제·개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가운데 지방의원의 최종병기는 조례 제·개정이 아닐까 싶다. 조례 제·개정을 지방의원의 최종병기라고 표현할 만큼 강조한 것은 지방의원의 핵심적 역할이 바로 조례를 만들고 개정하는 순수 권한에 있기 때문이며, 조례 하나 하나가 주민들의 삶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조례를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 절차도 복잡하고,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할 법조항도 많고, 예산이 수반되는 경우는 집행부와 조율도 해야 하고, 특히 동료의원들을 설득해 동의안을 받아야 하는 작업들이 결코 녹록치 않다. 아무리 좋은 조례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동료의원들의 ‘동의’ 없이는 발의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음달 2일부터 진행되는 임시회에 ‘홍성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과 ‘홍성군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조례(안)’ 2건을 상정했다. ‘홍성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나날이 늘어나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자 제정했다. 이미 2015년 본 예산에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비가 책정돼 있는 만큼 큰 이견 없이 의원 동의를 받아 입법 예고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홍성군의회 업무추진비 사용 및 공개 등에 관한 조례(안)’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했지만 입법 예고까지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해 11월 홍성YMCA와 풀뿌리자치학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시민단체들은 군청과 군의회의 업무추진비가 불투명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엄격한 집행기준이 적용된 조례 제정을 제안했었다. 직접 토론자로 참석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의회 입장을 대변하기도 했다. 시민단체가 제안한 조례안을 검토한 후 홍성군의회 실정에 맞게 수정·보완했다. 의원간담회를 통해 조례안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당초 조례안보다 다소 완화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추후 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며, 조례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지방의회 무용론이 나온다 하더라도 지방의원은 현장 중심, 주민 중심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며, 주도적으로 정책을 이끌어 나가는데 유리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든 칭찬을 듣고 싶지 욕먹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의원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더 낮은 자세로 주민들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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