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살 넘어서 4대가 함께 사니 올매나 화목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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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살 넘어서 4대가 함께 사니 올매나 화목혀”
  • 장나현 기자
  • 승인 2016.02.04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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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가 함께 사는 구항면 공리 이채옥 할머니 가족

행복이 따로 있나, 지금이 행복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자”

▲ 4대가 함께 사는 이채옥 할머니 가족.

콸콸 넘쳐흐르면서 마르지 않는 공수골 우물이 있고 만수면적 9만평의 공리저수지가 있는 이곳. 물 좋고 사람 좋기로 유명한 구항면 공리마을에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 있어 화제다.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가 증가하는 시대에 4대가 함께 사는 이채옥 씨 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어 공리로 달려갔다.

이채옥 씨 가족은 모두 7식구로 이채옥(95) 할머니와 아들 김광석(78) 씨, 손자 김한경(45) 씨, 손자며느리 송은화(41) 씨, 증손자 김주형(17) 군, 증손녀 김민지(16) 양과 김민주(13) 양 이다. 주민등록상으로 100세인 1대 이채옥 할머니는 공리 옆 마을 동산리가 고향으로 16세 때 공리로 시집와 슬하에 7남매를 두었다. “90살 넘어서 4대가 함께 사니 올매나 화목혀. 증손주까지 7식구가 함께 사니 참말로 행복하지. 행복이 따로 있나라는 노래도 있잖여” 이 할머니는 배고프고 힘들었던 시절, 방 한 칸에 8식구가 같이 살아도 똘똘 뭉쳐 이겨내고 살았다고 전했다. 이 할머니는 4대가 함께 산다고 온누리상품권이 매달 5만원치가 나와서 생활용품을 구입하는 등 도움이 많이 됐는데 올해부터 지원이 나오지 않아 조금은 서운하다고 덧붙였다.
2대 김광석 씨는 해병대 생활을 제외하고는 공리를 떠나본 적이 없는 공리 토박이다. 김 씨는 호적이 3년 늦어 군에 일찍 다녀왔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이 일어나고 70년대 이후 농촌을 떠자니 않았다는 김 씨는 구항에서 벼농사 등 농사를 지어오며 가족과 같이 살아왔다. “며느리가 따뜻한 밥 챙겨주고 어머니가 보살펴주시니 저는 편하지만 애들이 좀 불편할 텐데 잘 대해주니 고맙죠.” 3대 김한경 씨는 2남 2녀 중 막내로 시흥에서 타일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가 2010년 겨울 귀향했다. 당시 김 씨의 어머니가 건강이 안 좋아 내려오게 됐다고 한다. 베리원 작목반에서 해맑은 농장을 운영하며 무농약 딸기를 키우고 있는 김 씨는 빗물을 이용한 지하수재활용 사업에 관심이 많다.

빗물 재활용 농업이 발달해 있는 독일에서는 하우스 밑 땅을 파서 빗물 저장탱크를 만들어 그 물을 계속 순환시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며 김 씨가 운영하는 딸기농장에도 빗물 재활용 농업을 적용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4대가 함께 산다고 하니 남들이 어렵지 않느냐고 물어보는데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딸기농사로 바쁘다보니 농사 외에는 신경을 잘 못쓰는데 정정하신 할머니께서 하우스 근처 풀도 정리해주시고 신경을 많이 써 주십니다. 밭도 300평 정도 있는데 아버님이 계절별로 수확해주시고 관리해주시니 늘 감사하죠.”
 

김한경 씨는 귀향 후 3년 정도 딸기농사와 함께 AB지구에 벼농사도 짓는 등 여러 작물을 키웠지만 딸기농사에 집중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지금은 친환경 딸기농사에 주력하고 있다. 송은화 씨는 지인의 소개로 김한경 씨와 결혼 해 1남 2녀를 두고 있다. 차분하고 온화한 송 씨는 광천이 고향이다. “아이아빠는 막내지만 막내답지 않게 든든해요. 어른들을 공경하고 좋아하는 아이아빠가 제게 가장 큰 힘이죠. 4대가 함께여서 어려운 점도 물론 있지만 할머니께서 든든한 버팀목으로 가족의 화목을 위해 많이 이해해 주시고 도와주시려고 하십니다.”

4대 초등학교 6학년인 막내 김민주 양은 집안의 애교담당을 도맡아 집안 분위기를 밝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강아지와 놀며 웃는 모습은 보는 이에게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이 할머니 집의 가훈은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자’다. 건강과 화목은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가정 내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가치다. 김한경 씨는 앞으로 목표도 평범하지만 핵심을 말했다. “우리가족이 이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로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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