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秋夕)의 뒷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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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秋夕)의 뒷자락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6.09.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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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무더운 폭염 속에 언제 올 것 같지 않던 초가을도 산들바람에 밀려가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 명절의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왔다. 추석을 맞이하여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미풍양속은 변함이 없다. 추석에 빚는 송편은 달의 열매를 햇과일은 땅의 열매를 그리고 토란은 땅 밑의 열매를 상징하는 결실의 계절이기도 하다. 인간은 밥을 먹는 동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추억을 머금고 사는 만물의 영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오늘날 젊은 세대들은 추석에 대한 어떤 추억이 남게 될까?’를 생각하며 추석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모습 중에 일부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3요소인 의(衣), 식(食), 주(住)에 대한 추억을 회상해 보고자 한다.

첫째 : 옷은 자신의 보호막이며 나를 위해서 절반을 타인을 의식해서 절반을 입게 되며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가난한 살림살이에 추석 때는 양말 한 켤레가 고작이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바지 하나와 남방이면 고급이며 고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운동화를 신는 것은 부잣집 아이들의 특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사시사철 입을 수 있는 옷들이 쉽게 헤어지지도 않아 쌓이고 있지 않은가!

둘째 :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만 옛날에는 식량은 적은데 식구는 많아 높고 험준한 보리 고개를 넘어야 했고 추석이 돌아오면 논에 벼가 익기도 전에 풋벼를 몇 단 베어서 흰쌀밥과 송편을 빚어 먹었다. 평소 굶주리던 뱃속에 기름기가 있는 고기를 먹고 나면 배탈이 십중팔구이며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 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은 먹고 마실 것이 너무도 많아 비만도 생기고 요즘 우리 서민들의 식탁은 과거 궁중에 고관들의 수준이라고 한다.

셋째 : 집은 초가삼간으로 흙벽에는 한 해가 지나면 먼지가 끼어서 오늘날 페인트칠 하듯이 흙물로 맥질을 했는데 오늘 청소년들은 이런 것을 알까? 그뿐인가 여름 더위에 모기장 천을 발랐던 문짝에 한지를 바르고 미적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꽃잎을 넣고 바르던 아낙네들의 애틋한 사연! 한편 과거에는 예술과 문화적 혜택이라는 것이 면소재지에 가끔 들어오는 이동가설극장이나 추석 때 시골 마을에서 유행처럼 공연하던 연극이 전부였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얼마나 많은 문화와 예술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가!

요즈음 신조어로 명절 증후군이나 제사 문제로 빚어지는 가족 간의 불화를 비롯하여 역상경과 실향민의 아픔을 어찌할 것인가. 이제는 무슨 옷을 입고 무엇을 먹을까 그리고 어디서 살까 보다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국민으로 현대의 의, 식, 주는 옳게 사는 의(義)로 올바른 지식을 얻는 식(識)으로 그리고 모든 일에 주인(主) 의식을 갖는 의, 식, 주가 되면 좋겠다. 현대사회는 기계는 더 좋아졌는데 사람은 더 나빠졌다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극복하고 8-9일의 연휴가 있는 2017년의 아름다운 추석을 기다리며…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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