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가 없는 구제역 확산으로 30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살처분 된 가운데,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의 '정신적 충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구제역대책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영우 의원이 지난 1월 3~6일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 211명을 대상 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중 9명이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몽 등 수면장애와 식욕부진 등 구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난 경우도 각각 12.3%와 6.5%에 달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구제역에 따른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들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 같다"거나 "송아지를 살처분 하는 것은 못 보겠다"고 호소하는 등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어느 공무원은 "돼지매몰 후 돼지가 죽지 않아 중장비로 살처분 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부한 중장비 기사에게 갖은 원망을 퍼 부으며 중장비로 돼지를 내리쳐 죽이라고 강요했다"며 "가족들이나 가까운 사람들한테 조차 말할 수 없는 서글픔과 미안함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 더구나 구제역 살처분에 동원되는 공무원 대부분은 살처분에 대한 전문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교육을 가끔 받았다는 응답은 10%였고, 자주 교육을 받았다는 공무원은 211명 중 1명(0.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89.1%는 전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무원들은 방역은 공무원이 담당하더라도 살처분의 경우에는 전문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에도 주목해야 할 일이다.
가축 살처분에 동원되는 공무원들에 대한 건강관리의 문제점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보도에 따르면 과로나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2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해당지역 공무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구제역 발생초기 대응체계가 해당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돼 있어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구제역으로 고생하는 공무원들의 심경과 입장을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처분에 동원된 공무원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받으며 수면장애, 불안, 우울, 환청증상 등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구제역에 폭설로 인하여 방역차량이 미끄러져 뒤집히는 사고는 물론 밤샘 비상근무에 피로누적으로 순직한 공무원들도 있다. 구제역의 안일한 대응이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고통을 겪게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구제역을 포함한 가축방역에 대한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축산농가들의 인식전환과 함께 구제역으로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 이제라도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