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벼 수매가… 아직도 농협·농민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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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벼 수매가… 아직도 농협·농민 ‘줄다리기’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12.09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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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벼 시장 가격 계속 떨어지는데 높은 가격 어려워”
농가 “최대 30% 재배 원가 상승 7만 원대 가격 받아야”
벼 시장 안정 위한 정부의 시장 격리 필요해 ‘한 목소리’

12월에 접어들어도 올해 벼 수매가격을 놓고 관내 농협과 농민들 간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2021년 쌀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88만 2000톤으로 전년 대비 10.7%가 증가했다. 이는 국내 필요한 쌀 수요량에 비해 30만여 톤이 과잉이라고 알려져 있다. 특히 충남도 쌀 생산량은 77만 3000톤으로 전년 대비 14.15%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쌀 과잉 공급으로 인해 관내 벼 재배 농가들이 제 가격을 받지 못할 것을 염려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미곡종합처리장(이하 RPC)과 벼 건조·저장시설(이하 DSC) 등의 시설에서는 그해 수확한 쌀을 수매하며 선급금으로 벼 값의 일부를 벼 재배농가에 먼저 지급하고 늦어도 11월이면 벼 수매가격을 정해 잔금을 지불해왔다. 그런데 올해에는 12월이 되도록 충남 지역 RPC와 DSC의 벼 수매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홍성군에서는 갈산농협RPC와 금마농협RPC, 천수만RPC가 운영되고 있으며 홍성농협 DSC와 광천농협 DSC 등과 소규모 미곡처리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벼 재배 농가들은 미곡처리시설중에서도 지역 농협들이 운영하는 RPC와 DSC 시설의 벼 가격을 주목하고 있다. 천수만 RPC의 경우 미리 계약된 고급 품종벼를 주로 거래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올해 고급 품종벼는 하락폭이 크지 않고 일반 품종 벼는 하락폭이 크기 때문에 벼 재배농가들은 일반 품종을 많이 구매하는 농협 관련 시설을 더 주시하는 것이다.

올해 관내 농협들은 조합원들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양의 벼를 구매해왔다. 그동안 갈산농협의 경우 구매한 벼의 일부를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나머지를 야적했다. 갈산농협은 올해 1500톤 저장시설의 증설로 야적될 벼의 양이 줄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총 6100톤의 저장시설은 이미 채워졌고 예전보다 더 많은 양의 벼가 야적된 상태다. 금마농협도 예년의 벼 4000톤보다 1000톤가량 더 구매해 5000여 톤을 보유한 상황이다. 홍성농협도 조합원들의 요구로 예년보다 많은 양을 구매했다.

A농협 관계자는 “올해 전 국민이 먹을 벼의 양보다 30만여 톤이 과잉 공급이 돼 벼 시장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 사실은 지난 10월 5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50여 일 동안 약 7% 정도 벼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처럼 시중 벼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으로 벼를 구매하면 그 벼 양만큼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올해 벼농사의 경우 전년 대비 인건비가 20~30%가 상승해 일당 12~13만 원이던 일당이 올해 15~18만 원의 일당을 주고 있다”며 “임금도 외국인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현실을 전했다. 또 “토지값·임대료 상승과 비료값 상승 등의 원가 상승을 모두 따지면 재배 원가가 전체적으로 20~30%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이러한 원가 상승을 두고 오히려 지난해보다 적은 벼 가격을 받으라는 것은 농가의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과 농가는 벼 가격에는 이견을 보였지만 바닥을 모르고 가격이 떨어지는 현재의 벼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의 시장 격리가 시급하다는 점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A농협 관계자는 “농민들과 농협이 서로의 손해를 줄이기 위해 눈치를 보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나서지 않고 시장 눈치를 보고 있다”며 “쌀 가격이 더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느라 농민들과 농협이 피 마르는 것을 보는 것 아닌가”라고 분개했다.

농민 A씨는 “벼가 과잉 공급됐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부가 과잉 공급된 벼를 시장 격리했다면 벼 시장이 지금보다는 안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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