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혜암에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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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혜암에 오르며
  • 구재기 시인
  • 승인 2014.03.2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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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기 시인과 함께하는 시로 찾는 ‘너른 고을 홍성’ <37>

 

 

가나 오나
마냥 한가한 이 길
산새 몇 마리 날고
다람쥐 청솔모 지나다가
걸음을 내려놓고 몸을 접는다

그 많은 생각들을
어디로 다 물리친 것일까
바로 이 순간에서
실제 무엇을 받아들이고
저리도 자유자재로운 것일까

가는 것이나 오는 것이나
앉는 것이나 눕는 것이나
몸에서 비롯된 것
만족을 모른다, 그러나
욕심을 일으키지 않는다

바람이거나 물소리거나
구할 것이 따로 있고
버릴 것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닌
산혜암, 그 가파른 길을 오르면서
있는 것은 그대로 바라보기로 한다

산혜암(山惠庵)은 홍성군 홍성읍 월산리 백월산(白月山)의 동쪽 가파른 산의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홍성의 진산(鎭山)인 백월산 봉우리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혜암의 절마당에서 바라보면 홍성읍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더구나 홍성읍과는 매우 가까운 자리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비교적 인근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한낮임에도 산봉우리 위에 둥실 떠 있을 듯한 맑고 밝은 하얀 보름달을 떠받들고 있는 높은 석축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산혜암은 바로 표고 480m에 이르는 백월산(白月山)의 동사면 중복(中腹)에 자리하고 있다. 산혜암은 신라 문성왕(文聖王) 때, 무염국사(無染國師)가 창건하였다고 하여, 무염사(無染寺), 월산암(月山庵), 월산사(月山寺) 등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홍성읍내에서 종합운동장을 지나 수덕사쪽을 달리다 보면 길옆에 표연히 서있는 이정표, 홀로 산혜암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산혜암의 주차장에 이르니 1596년 이몽학의 난을 평정한 공로비인 홍가신청난비(洪可臣 淸難碑)가 자리하고 있다. 이 비는 국도 21번 홍성입구 말무덤 앞에 있었던 것인데 이곳으로 옮겨 세운 것이다. 산혜암으로 오르는 곳에서는 석축한 산성의 자취를 엿볼 수 있다. 산혜암 대웅전 앞뜰에서 홍성시내를 내려다보면 청량한 바람에 속세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을 수 있게 된다. 경내 중앙에는 대웅전이 위치하고 있으며, 그 뒤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석조약사보살입상(石造藥師菩薩立像) 1구가 있고, 그 아래에 공덕비와 석종형(石鐘形) 부도 1기가 있어 옛스러움에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대웅전은 1985년에 새로 건축한 것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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