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예산 그리고 내포신도시는 지금 “어, 아닌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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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예산 그리고 내포신도시는 지금 “어, 아닌가봐”
  • 홍주일보
  • 승인 2015.06.1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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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명칭 ‘횡성·홍천’ 혼란을 넘어 ‘강원도 홍성군’ 됐다
충남도청 내포신도시에 홍성·예산은 없고 ‘내포시’만 있어
충남도 내포신도시 홍보 “내포신도시 어디 있는지도 몰라”
‘내포신도시’는 개발구역 명칭… 정식 ‘행정구역 명칭 아냐’
충남도에서 중앙일간지에 홍보한 내포신도시 관련광고에는 홍성과 예산은 아예 없다.
충남도에서 중앙일간지에 홍보한 내포신도시 관련광고에는 홍성과 예산은 아예 없다.

어느 날 뜻밖의 뉴스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보도내용은 아프리카 케냐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다니엘 올로마에 올레 사피트(42)라는 사람이 지난해 9월 황당한 경험을 했다는 것.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려고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 보니 김일성 주석 사진이 걸린 평양 순안공항이었다는 것이 핵심골자다.

사정은 이랬다. 평창에 가는 표가 필요하다는 사피트의 문의에 여행사 직원이 평창의 영문 표기인 ‘Pyeongchang’으로 도착지 검색을 하다가 비슷한 평양(Pyongyang)으로 발권해 버린 것이다. 사피트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에도 평창으로 가는 줄만 알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고도로 도시화되고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기대했던 사피트에게 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사피트는 “아주 발전이 안 된 나라 같아 보였다”면서 그때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 챘다”고 털어놨다는 내용이다. 공항에 내리자 사피트를 맞아준 건 군인들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였다는 것. 비자가 없었던 사피트는 입국장에서 북한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 붙잡혀 있다가 각서를 쓰고 베이징으로 쫓겨났다. 비행기표 값이 두 배로 들고 비자 없이 입북하려던 죄로 500달러의 벌금까지 냈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사피트는 “평양에서의 하루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가려는 사람들은 보험계약서 보듯이 지명 공부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지명의 중요성에 대해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사람에게는 인명(人名)이 있고, 땅에는 지명(地名)이 있다. 한반도 지명 분류를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은 아쉽게도 일본인 젠쇼에이스케(善生永助)였다고 한다. 그는 1935년 발간한 ‘조선의 취락’이라는 책에서 한반도 취락과 지명을 학문적으로 처음 분류했기 때문이다. 지명은 땅에 대한 단순한 호칭 같지만 그 이상의 문화·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홍성군의 대 수도권 홍보는 과연 성공하고 있을까. 이러한 실례는 수도권에서 생활을 하고 있거나 생활을 경험해 본 홍성사람들이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번쯤은 고향이 어디냐고 물을 경우 ‘홍성’이라고 답하면, 상대방에서는 ‘횡성’ 또는 ‘홍천’이냐고 반문하는 경험을 한데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묻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차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실증을 경험한다면 그만큼 지명이나 발음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경우다.
 

지난달 22일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홍성 관련기사 제목에서 ‘강원도 홍성’으로 잘못 표기했다.
지난달 22일 중앙일간지에 보도된 홍성 관련기사 제목에서 ‘강원도 홍성’으로 잘못 표기했다.

청운대학교의 아무개 교수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의 일인데, 청운대 입시과정에서 홍성의 청운대에서 입시전형을 치러야 되는데 한 학생이 학부모와 함께 강원도 횡성으로 가서 청운대를 찾다가 없으니 그때서야 입시본부로 전화를 해와 ‘강원도 횡성’이 아니라 ‘충남 홍성’이라고 했던 경험이 종종 있다”며 “홍성이 가끔은 강원도의 횡성이나 홍천으로 혼선을 일으키는 일이 있다는 푸념을 들어본 경험이 많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홍성’이라고 하면 으레 강원도 ‘횡성’ 또는 ‘홍천’이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고 실토하고 있다. 따라서 홍성사람들은 ‘홍성’이란 지명에 대해 혼란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제에 의해 강제로 빼앗긴 옛 목사고을의 고유지명인 ‘홍주’를 되찾지 못한 원인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다분하다. 이러한 부작용은 강원도의 횡성이나 홍천으로 혼돈하는 상황을 넘어서고 있다는 방증이 오히려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21일에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는데, 홍성군이 서울 성북구와 강원도 인제군이 만해 한용운 선사 선양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중앙 일간지에 ‘충남 홍성군’이 아닌 ‘강원 홍성군’으로 보도하기에 이르는 현실을 목격했다. 언론보도에서 이 정도라면 본질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이 보도를 접한 원광금속 전태근 대표는 “사실 인천에서 홍성으로 기업을 이전했는데, 홍성으로 이전한다고 하니까 90%가 넘는 사람들이 횡성으로 가느냐고 묻더라. 이건 실상이다”고 소개하며 “사실 수도권에서 그냥 홍성이라고 하면 거의가 모르는 상황입니다. 충남 홍성이라고 붙이면 몰라도. 홍성에 오니까 전국 최대의 한우산지가 홍성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홍성은 모르고 강원도 횡성이 전국 최대의 한우산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홍성내부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홍보할지 몰라도 외부에서는 홍성도, 홍성한우도 거의가 모르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조차 강원도 홍성으로 보도하는 현실을 보면 가히 짐작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고유지명을 되찾거나 충남도청소재지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홍보방안을 행정과 지역에서 꼭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홍성의 옛 고유이름은 ‘홍주(洪州)’였다. 조선시대 정3품 목사가 거주하는 ‘목(牧)’이 설치된 고장으로 충남 서북부 지역의 행정·교통의 중심지였다. 목은 지금의 도와 군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도 법원, 검찰청, 교도소, 세무서에 군부대까지 각급 주요 기관이 홍성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문화적 측면에서 일제에 강제적으로 빼앗긴 고유지명을 되찾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곳으로 남아 있는 것은 지명을 일제에 빼앗긴 이상의 수치인 것이다. 더구나 옛 고유지명인 ‘홍주’ 지명역사가 1000년을 맞은 현실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특히 홍주 지명역사 1000년 기념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자 ‘학술적으로 홍주 지명역사 1000년에 대한 정확한 연대를 파악해 기념사업을 해야 한다’는 홍성의 행정논리라면, 이에 비해 예산은 ‘예산 지명역사 1100년을 군정지표로 설정하고 체계적인 사업을 구상, 곧바로 시행하는 것과는 크게 대비’되는 점이다. 예산은 들판이 넓고 물자가 풍부하며 유서 깊은 충절의 고장이지만 지역 대표성에서는 홍성에 약간 밀린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홍성은 그 반대로 해석하면서도 오히려 예산에 몇 발짝 뒤진다는 평가를 군민들이 내 놓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일이다.

사실 충남도청이 홍성과 예산으로 이전하면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신도시 명칭을 놓고도 혼선이 더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충남도청신도시인 ‘내포신도시’는 단지 신도시의 명칭일 뿐 정식 행정구역 명칭이 아니다. 단순한 신개발지역의 명칭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서 혼선을 빚는 가운데, 충남도가 오히려 앞장서 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충남도가 ‘내포시 이전’이나 ‘내포청사’란 말을 쓰는 이유는 홍성·예산 중 어느 한 곳으로 도청소재지를 표기하자니 두 지역 주민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충남도청 내포신도시를 운행하는 버스의 표기에서도 버젓이 ‘내포시’ 또는 ‘내포시 경유’라고 쓰고 있는 실정이다. 명칭에 구체성이 없다보니 ‘충남도청이 홍성과 예산으로 이전했다’는 홍보도 막연한 상황이며, 홍성과 예산은 각자가 ‘충남도청소재지’라고 홍보하는 형국이다.

반면 충청남도는 ‘내포신도시 충남도청’이라고 아무리 예산을 들여 홍보를 한들 내포신도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홍보효과가 과연 있을까라는 의문만 남기는 실정이다. 그것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수도권 중심의 언론매체에 홍보하고 있지만 효과는 글쎄다. 이러다 보니 충남도청 이전을 계기로 홍성과 예산을 합쳐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만들자는 ‘통합론’이 고개를 들었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되풀이되는 얘기다. 이런 혼란스러움에 종부지부를 찍을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할 때이다.

내포(內浦)지역은 ‘택리지’에 따르면 원래 예산군 가야산 주변 10여 마을(십현·十縣)을 가리킨다. 이는 홍성·예산·서산·태안·당진·아산 등지를 포괄적으로 통칭하는 말이다. 충청남도는 도청이전을 추진하면서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대 995만㎡를 대상으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을 수용하는 ‘내포신도시’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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