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어린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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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어린 졸업식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6.01.28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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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졸업시즌을 맞이하면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라는 어린 시절의 졸업식 노래가 생각난다. 현대는 유치원에서부터 초·중·를 비롯해 대학교, 대학원까지 많은 졸업의 기회가 주어진다. 졸업(卒業)이란 ‘규정된 학업의 과정을 마침’이란 사전적 의미에서 보듯이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전에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졸업이라는 말보다 창업(創業)이란 말에 더 의미를 부여해  졸업식이 아닌 창업식이라 했다. 그래서 일반학교 졸업식장에서 많이 수여하는 상장을 식장에서 주지 아니하고 식이 끝난 후에 학급에서 개별적으로 전달했다. 이는 운동경기로 비유하면 창업은 졸업보다 출발의 의미가 있기에 결승에서 입상한 사람에게 주는 상과 같은 것이다. 아무튼 사람들은 일생동안 많은 졸업을 하게 되는데 지난 년 말에는 결성면 원성호 행복경로당과 은하면 상하국 경로당에서 2-3년의 문해교실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을 하였다. 그러나 수료식이라기보다 차라리 졸업식이라고 일컬어 가운과 사각모를 쓰고 숙연한 분위기에서 인생대학 졸업식(?)을 거행했다. 어쩌면 불운의 시대에 태어난 7-80대 후반의 시골 할머니들이 배움의 기회를 잃고 까막눈으로 어두운 세월을 보낸 분들이기에 더욱 감동적이었다. 그 분들은 지난 날 어려운 환경에서 가정을 돌보며 자식들 뒷바라지에 헌신 봉사하며 살아 온 무명의 애국자들이기도 하다.

그들에게 대한 노인회 홍성지회에서 한글 교실을 개강하여 문맹을 퇴치하고 삶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건강한 노년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평소에 그렇게 쓰고 싶던 내 이름 석 자라도 쓰며 타고 다니는 버스 노선의 행선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 그토록 흐뭇하다고 한다. 한편 순박한 시골 할머니들의 정감 있는 대화와 따스한 손길로 전해 주시는 선물들은 법으로 금지된 촌지가 아닌 사랑으로 포장된 보물이기도 했다. 그런 분들이 졸업식 날 그동안 배운 실력을 총동원하여 써 온 편지를 읽으며 섭섭한 마음과 감사의 정이 교차되어 눈시울을 적시는 광경은 어느 졸업식장에서 보기 드믄 순수한 인정의 발로였다. 비록 맞춤법이 다소 틀리고 문법 상 맞지 않는 구절이라도 그 속에 담겨 있는 깊은 호소력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수료증은 작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애환이 서려 있기에 어떤 전문적인 박사 학위 못지않게 값진 것이 아닐까!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석별’의 노래를 부르며 헤어짐을 아쉬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신발을 신을 수는 없지만 가장 가치 있는 발걸음으로 살거라”는 교훈적인 말을 생각해 보며 나름대로 그동안 먼 거리를 왕래했던 날들에 새삼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졸업이란 마침이라기보다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며 다음 단계로 발전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어두운 밤의 끝은 밝은 새벽의 시작이듯이 그동안의 삶의 질고에서 쌓여온 역경이 하나의 경력이 돼서 여생을 살아가는데 작은 등대가 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감정인 행복보다 항상 좋은 감정인 즐거운 졸업식이 삶에 활력소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 학교에서 배움의 중요성과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되살아나기를 바람은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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