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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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이은희 <장애인창의문화예술연대 대표·주민기자>
  • 승인 2016.04.21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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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작은 시골마을에 식당이 하나 생겨 음식을 맛볼 요량에 친구와 가고자 했으나 경사로를 만들고 있는 중이니 조금 불편해도 기다려 달라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새로 오픈하는 식당의 사장님이 장애인 인지를 물으셨다. 아니라도 하니 그럼 장애인관련단체의 직원인지도 물으셨다.
당신 생각에 장애 당사자도 아니고 장애인관련 단체에 몸담고 있는 분도 아닌데 식당에 경사로를 만들 생각을 하셨는지 의아해하시며 당신 딸이 식당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으로 감사한 사람이라 말씀하시며 훈훈해 하셨다.
비용을 조금만 더 들여 경사로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은 곧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 사람사이의 교류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 이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취지를 알리고자  4월이면 어김없이 지역곳곳에 장애인의 달을 기념하는 행사로 장애인 인식개선의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모든 행사의 취지는 물리적 장애를 없애고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자는 취지이리라. 그러고 보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사회는 아직도 장애인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 아닌가 싶어 씁쓸해지는게 사실이다.
그 옛날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박연은(우리에겐 조선시대 거문고를 만든 음악인으로 잘 알고 있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음악에 재능이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그에 응당하는 관직을 주어야 한다고 세종에게 건의를 했고 세종은 박연의 청을 받아줬다. 그렇게 조선 시대에  궁중 악사 ‘관현맹인’(관악기와 현악기를 연주하는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만으로 이루어져 만들어 졌고, 왕의 잔치에서 연주를 하는 등 최고의 연주단체로 큰 활약을 했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던 시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옛날 옛적 조선시대의 이야기다. 놀랍지 않은가! 그 당시 시각장애인으로 이루어진 ‘관현맹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당시의 복지정책 및 음악정책과 인사제도, 그리고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토대로 세종대왕, 성종, 정조 시대의 선진적인 정책을 돌아보며 독자들은 학벌이나 스펙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NCS(직무능력표준제도)의 정신이 이미 조선 시대에 있었다고 하니! 두 번 놀랄 일이다. "세상에서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시각장애인의 능력을 세상에 알리고 관직에 올리자고 간청했던 박연. 신하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박연의 간청을 받아들여 장애인들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주었던 세종대왕.
여기저기서 열리는 장애인의 날 행사소식을 들으며, 600년 전에 살았던 두 사람의 일화를 떠올리며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지 되돌아 보게 한다. 또한 세종대왕의 인본주의 정치가 오늘날에도 잘 계승되기를! 그래서 물리적인 장애를 없애고 인식의 장벽이 없어져, 마음이 편한 마음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장애인의 날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쓰여지질 않기를 바라본다.

<이 보도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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