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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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청춘들의 자화상 <51>
  • 한지윤
  • 승인 2017.03.10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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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기자 한지윤의 기획연재소설 - 그래, 젊음은 아름다운거야

“그것 보라고, 그런 식이잖아……”
“너야말로 아무것도 모르는군……”
연숙은 싱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새로운 생명이라는 것은, 어쨌든 정자와 난자의 결합이 아니더라도 탄생될 가능성이 있지.”
그 목소리는 별로 크지 않았지만 도리어 K대학생 쪽이 부끄러웠던지, 그는 스탠드의 높다란 의자 위에서 몸을 굼실굼실 움직였다.
“난자에 어떤 전기적인 자극을 주면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세포의 분열이 시작된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 개구리 알의 경우는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만으로도 성공을 했어. 소련에서는 똑같은 실험을 토끼에게도 실험을 해 성공을 했다고 해, 독일에서는……신앙의 경우에서도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지……”
토끼실험에서 성공을 했다는 기억은 불확실한 것이었고 독일에서 산양실험에서 성공을 했다고 하는 것은 완전한 거짓말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의 경우에 있어서도 몇 천만이나 몇 억 케이스에 하나 정도는 그러한 원인으로 처녀 잉태가 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거야.”
“넌 상상외로 유식하군, 그래.”
K대학생은 다소 당황해 하면서 말했다.
“어디서 배웠지? 그런 걸……”
“그거야……”
연숙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만
“유치원 때였을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였던가……”
그 때 빠아의 문이 열리고 두 사나이가 곤드레만드레가 된 한 여자를 끌어 안 듯이 하고 들어왔다.
그 여자는 그녀들과 같은 학교 학생인, 그것도 같은 학년에서 미인으로 이름이 드높은 신유미였다.
신유미는 혼자 무어라고 연신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느 때의 우아하던 그녀와는 완전히 딴 판인 여자처럼 보였다.
“이제 그만 일어서야지.”
한 사나이가 유미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완강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헤프게 웃으면서,
“더 마셔야지!”
“도리가 없군, 그래, 아직 제정신이 아닌데……”
사나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바라보았다.
“가만 있으라구, 한 잔 더 줄테니까……그럼, 이 근방, 가까운데서 마시자구.”
“응, 그러자.”
유미는 소리를 지르며 마시기도 하다가는 요란하게 웃어 댔다.
곧 뒤이어 유미는 완전히 그로키가 되어 사나이들에게 허물어져 기대고 있었다.
사나이들은 검정 원피스 옷깃 속에서 맑게 드러나 보이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손을 넣어 유방을 만지기도 했지만 그녀는 취한채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아무튼 모텔까지 걸어가야만 하잖겠어?”
“의외로 무거운데, 여자라는 게……”
“도대체 뉘 집 딸이야?”
“그런 건 내일 아침 눈을 뜨게 되면 알게 되지.”
사나이의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서슴없이 그들 곁으로 다가갔다.
“이 술주정뱅이 여자 제게 맡기세요.”
처치 곤란해 하고 있던 사나이들은 소영의 말에 흠칫 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넌 뭐야?”
“이 애의 친구.”
“우리도 친군데……”
“그래요? 헌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얘가 정신을 차려야 알게 될 일이고……”
‘허튼 수작 마라! 서로 합의해서 놀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오늘은 이만한 정도로 끝내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으니 말야.”
그렇게 말하면서 소영은 재빠르게 대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어이, 이건 뭐야, 방해하면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조랑말같이 보이는 사나이가 달려들자 소영은 잽싸게 그의 팔목을 비틀어 저만치 바닥 위에 던져 버렸다.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하는 서부영화라면 테이블이 뒤집히고, 글라스가 깨지고, 유리가 깨지며, 의자가 날아가는 등 일대 활극이 연출될 터이지만 기물을 부시는 것은 현명하지 못했으므로 소영은 조심성 있게 처치해 나갔다.
“자 이젠 그만 하자, 나 비록 나약해 보이는 여자지만 합기도쯤은 해 뒀어.”
소영이가 스스로 자기의 정체를 밝힌 것은 이 이상 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숙이는 뒤쳐져서 입을 딱 벌린 채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두 대학생에게
“각자 부담이야! 먹고 마신 거……”
라고 말하고는 카운터로 가서 소영이 것과 같이 계산을 했다.
곧 소영이과 연숙이는 스탠드바를 나와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Y대 · K대 두 대학생에게 도움을 청해, 고꾸라져 잠들어 있는 유미를 택시 속에 실어 넣었다.
“어떻게 할 거야? 술 취한 이 여자 말이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묻는 두 대학생을 남겨 두고 택시가 달리기 시작하자 소영은 연숙이와 의논했다.
“……집으로 대려다 주는 게 좋겠는데……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렇게 고주망태로 취한 걸 보면. 그리고 술에 만취한 자신을 우리에게 들킨 것을 유미가 부끄러워하게 되면 이것도 문젠데 말이야……”
“그렇긴 하다, 얘.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
소영이가 제안을 했다.
“유미의 집 대문 앞까지 데리고 가 벨만 눌러놓고 우리들은 도망쳐 버리는 거야. 그렇게 되면 그 집안 사람들은 유미가 혼자 휘청거리며 찾아와 대문 앞에서 취해 쓰러진 걸로 알게 되겠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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